[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조사국, 통화정책국 보고서 통해 기준금리 연속 인상 욕구 드러낸 한은

2022-04-25 14:15:30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았다.

한은 조사국은 25일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물가상승 → 임금상승 → 물가 추가 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효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한은 조사국의 오삼일 차장, 이종화·배기원 조사역은 이날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이 최근 들어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물가상승 충격은 시차를 두고 임금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를 감안할 때 높은 물가상승세와 고용회복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달 14일 기준금리 인상 뒤인 17일에도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 한은 조사국의 임금발 물가 압력 본격화 우려

물가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임금발 물가 압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특히 지속성이 낮은 특별급여나 특정산업의 특이요인에 의한 물가 압력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물가 압력 요인이 힘을 발휘할 때 물가당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조사국 연구자들은 "산업별 특이요인의 기여도가 예년보다 높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지속성이 높은 정액급여, 산업간 공통요인의 기여도가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항목별로는 지속성이 높은 정액급여의 기여도(2021년중 2.6%p)는 팬데믹 이전 수준(17~19년중 3.6%p)을 하회하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난 증가 모멘텀이 당분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적요인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산업간 공통요인의 기여도는 2021년중 4.0%p로 팬데믹 이전(17~19년중 4.3%p)보다 다소 낮으나 노동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빠르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임금 상승세는 물가의 확산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보고서를 쓴 조사국 직원들은 최근 임금 상승세가 여러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임금상승률 디퓨전 인덱스(Diffusion index)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디퓨젼 인덱스는 직전 3개년 동월 평균 상승률 대비 해당연도 월 상승률이 높은 산업의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물가충격은 4분기의 시차를 두고 임금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며, 이런 시차는 1년 단위의 임금협상 관행,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고용지표는 상당히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 월간 고용동향에서 신규 취업자가 100만명을 넘기도 하는 등 평소에 찾아보기 어려운 수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고용지표 개선세는 임금 상승세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임금 필립스곡선 추정 결과 기대인플레이션·빈일자리율(vacancy rate)·이직률(job-to-job transition rate)이 높을수록, 실업률갭이 낮을수록 임금상승 압력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임금이 전체 물가를 올리는 데 한계도 있지만, 전반적인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용을 떠넘기려는 욕구는 커진다.

연구자들은 "임금충격이 전체(headline) CPI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특정 품목 물가, 예컨대 외식제외 개인서비스에만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하지만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노동비용 상승의 물가 전가는 고물가 시기에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했다.

■ 통화정책국 연구자들도 금리인상 독려

한은은 이날 보고서 전에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 필요성을 어필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은은 17일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 충격 발생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거시경제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물가가 우려될 때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올려야 장기적인 경기 훼손 충격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였다. 현재 미국 연준이 물가에 대해 인지하는 태도와 같다.

당시 통화정책국 직원 5인이 작성한 보고서의 결론은 "물가 상승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경제주체들의 물가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중기적 시계에서의 거시경제 안정화 도모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를 기록해 2012년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이나 유럽 등이 7%를 넘는 물가 오름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형편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인플레 압력 추가 강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물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과잉 방출과 이에 따른 빠른 경기 회복세, 그 과정에서 나타난 글로벌 공급망 문제(반도체 생산 차질 등 핵심부품 조달의 어려움), 국제 물류 비용 상승,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복합적 원인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원자재 수입국이어서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전망에 있어 상방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국내외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화정책국 연구자들은 "주요국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기조의 물가 영향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근까지 풍부하게 공급된 유동성도 당분간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생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최근의 중국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병목 현상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소비도 향후 방역조치 완화로 회복될 경우 수요측 물가상승압력도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영업 정상화 등에 따라 소비가 자극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사실 역사적 경험을 감안할 때 인플레가 악성이 되기 전 초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통화정책국의 연구자들은 "과거 2차례 석유파동시 미국과 영국은 인플레이션이 유가상승 등 주로 비용측 요인에 기인한다는 인식 하에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했다. 독일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통화적 현상이라고 인식해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긴축적으로, 재정정책은 경기둔화에 대응해 확장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조합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결과 미국과 영국은 석유파동기가 끝난 1980년대 초반까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등 거시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된 반면 독일에서는 전반적으로 물가와 고용이 안정되는 등 비교적 양호한 경제여건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은이 이미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는 지금 상황에서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싶은 것이다.

■ 시장은 한은의 금리인상 욕구 잘 알고 있다...기준금리 상단 불확실성은 시장의 부담요인

최근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물가와 경기에 대해 균형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이런 스탠스가 일정 부분 금리인상 우려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신임 총재는 현재 한국의 경기 사정이 미국보다 좋지 않은 데다 한국은 인구 소멸 형태의 구조 등으로 장기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신임 총재는 5월과 7월 금리 결정은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혀 이제 정상화 차원의 인상에서 벗어나 보다 '데이터 디펜던트'한 접근이 이뤄질 것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을 보면 2분기에 우리가 마주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의 4.1%를 능가할 수 있다. 에너지 물가, 식품 물가를 넘어 각종 다양한 원자재값이 다 오르고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이번주 들어선 오는 28일부터 인도네시아산 식용유의 수출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의 사료관련주 등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정 제품 공급 사슬의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겨 물가가 자극받을 수 있다는 사례들이 계속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인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팜유 생산국이다. 팜유와 팜유에서 나오는 물질은 비누, 샴푸, 비스킷, 면 종류 등 여러 일상 소비용품 생산에 사용된다. 인니가 내수시장 공급량 확보를 위해 식용유 수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국내에선 인니산 팜유 수입 물량이 일시적으로 막힘에 따라 음식료 물가의 추가적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한국은 인니산 팜유를 34만2천톤 수입했다. 인니산 팜유가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웃도는 가운데 관련 소식은 주식시장의 음식·사료주 주가를 자극하기도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팜유의 50%를 공급하는 인니가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팜유는 식용유, 화장품, 세제 등에 사용되는 원료로 향후 식품 등 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류세 인하에도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면전으로 밀 등 곡물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여기에 팜유 이슈까지 더해졌다고 했다.

아무튼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 강화 속에 국내도 상당한 물가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5월 초 각국 이벤트를 맞이해 금리인상 기대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임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의 발언으로 5월 연속 금리인상 기대감도 소폭 완화되기도 했으나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가 재확산 등으로 한은의 연속 금리인상 기대감이 재차 강화될 수 있다"면서 "국내 기준금리의 최종 상단도 기존 2.25~2.50%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이자율 투자자들은 한은 총재의 '균형적 접근'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강도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내 이자율 시장도 이미 100bp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을 반영해놨다"면서 "다만 지금 상황의 어려움은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상단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대 가장 적극적인 인상 사이클은 노무현 정부 중반 이후(8번 인상)에 있었다. 지금 금리인상 사이클에선 이미 4번을 올렸지만, 당시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조사국, 통화정책국 보고서 통해 기준금리 연속 인상 욕구 드러낸 한은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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