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나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해 예상치 4%대 중반을 뛰어넘은 가운데 금통위원들도 추가 인상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을 연간 12번에서 8번으로 줄인 가운데 5월에 추가 인상을 하지 않으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거론된다. 아울러 인플레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FOMC 등 각국 통화정책 회의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이자율 시장이 버틸 수 있는 논리는 '기준금리 인상 기반영'이다. 적극적인 악재 반영과 손절로 이미 시장 금리가 오버슈팅됐다고 보는 쪽에선 일단 시간 경과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 '비둘기파' 주상영의 발언과 달랐던 금통위 분위기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태에서 열렸던 4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4월 14일 회의 당시 주상영 위원은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경기 관점 차이로 금통위 의견이 이전보다 더 다양해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같은 발언은 한은의 정책에서 물가 비중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무게 중심은 여전히 인플레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쪽으로 쏠려 있었다.
지난달 14일 회의 후 주 위원은 "오늘의 금리인상 결정을 물가 상방 위험에 중점을 뒀는데, 앞으로는 성장 등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전날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다수 위원들의 의견은 완화정도의 추가 축소, 즉 금리 인상 타이밍 잡기에 맞춰져 있었다.
A 위원은 "주요국 통화정책, 우크라 상황 등에 큰 변화가 없으면 물가 기대심리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B 위원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기대인플레를 안정화하고 금융불균형 누증위험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 위원은 "이번 인상에도 기준금리는 실물 대비 완화적이며, 우크라 사태를 반영해 금년 성장률을 하향하고 물가를 상향한 시나리오에도 금리인상 필요성은 여전하다"며 "더 명백하고 현저한 위험인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D 위원은 "실질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중립금리와 괴리폭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완화기조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 위원은 "대내외 경기 및 물가 여건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안착 여부,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적 조정을 적절한 속도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4월 의사록엔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위원의 의견이 없다. 금통위 내에서 가장 비둘기 성향이 강한 주 위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 물가 뿐만 아니라 환율 걱정도
최근까지 급등한 환율을 보더라도 금리인상 필요성은 상당하다.
금통위원들도 경상수지와 외환유출입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외화 차입금리가 오르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줄고 있다.
한은이 여러차례 금리차 확대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을 기계적으로 대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교과서적인 발언 성격도 강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거칠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역전폭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커진다면 통화당국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역전의 '수준'이 문제인 것이다.
의사록에서도 일부 위원은 "한미 금리의 역전폭이 커지고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면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금융ㆍ경제 여건이 취약한 만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국내 외환시장에 파급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외금리차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입규모가 커진 데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규모 또한 크게 확대된 만큼 내외금리차 변동에 따른 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안 그래도 골치인 물가에 환율이 악영향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달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본다"면서 "고물가와 고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이고, 6월 금통위도 없는 상황에서 이달에 금리를 동결하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5월 금리인상 콜 증가
4월 CPI, 금통위의사록 공개 등을 거치면서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늘어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 우려를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기존 3분기에서 5월로 조정한다"며 "연준의 긴축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한국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원화 약세로 물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입물가 압력이 소비자물가로 넘어오고 있는 과정이며, 석유류 뿐 아니라 가공식품과 외식가격 인상 압력이 상당한 상태"라며 "5월과 8일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대 인플레가 오르는 가운데 임금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 등도 적지 않게 거론되고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는 2~3분기 4~5%대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며 "가계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서비스 가경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4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후 물가 기대치)은 3.1%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기대인플레이션 응답 분포를 보면 내년 물가상승률이 3% 상회할 것으로 기대하는 비중(4월 기준 50.4%)이 올해 들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이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임금 상승에 따른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prophecy) 물가 상방 리스크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한국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렸다고 미적거릴 수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 연내 기준금리 2%대 중반까지 거론되는데...'불안 지속' vs '이제 바뀔 때 됐다'
당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축인 FOMC의 결정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일단 FOMC는 매파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50bp 금리인상이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빅스텝이 몇 번이나 단행될지 등이 관건이다.
하지만 빅스텝만이 문제가 아니라 연준이 느끼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추론도 제기된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FOMC에서 금리인상폭(50bp)과 QT 시행발표는 시장 예상과 부합할 것"이라며 "문제는 연준이 MBS 매각 시작 시점이나 규모를 언급해 시장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물가 때문에 MBS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 3월 CPI 상승률 8.46% 중 에너지 기여도는 2.67%p인 가운데 4월 국제유가 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라 물가궤적은 4월부터 피크아웃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물가 바스켓 비중이 30%가 넘는 주거비용이 계속 상승한다면 연준의 관리 부담이 크게 완화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주거 비용을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연준이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금리 상승기여서 모기지 조기상환 물량이 감소해 MBS 상환 규모가 연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상황이 만만치 않고 국내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부분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장감을 떨치기 어렵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FOMC 결과가 나오지만 우리는 휴일이어서 투자자들이 다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외국인 매매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기준금리를 연내 2.5%(4번 추가인상)까지 올릴 수 있다는 예상도 있어 불안감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단 리스크 오픈을 최소화하고 기준금리 인상시 바로 영향이 있는 구간을 매도하고 그 이상 구간을 매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미래 악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상을 2%대 중반까지 보더라도 밀릴 룸은 제한적이란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일단 3년 이상 구간은 5월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다 밀린 것으로 본다. 짧은 구간이 어떨지 봐야 하는데, 2년도 2.5%를 다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 딜러는 "5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고3년 3.20% 수준에선 매도가 나올 레벨은 아닌 것 같다. FOMC 결과 등을 좀더 확인하자"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