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5월 FOMC와 뉴욕시장의 변덕

2022-05-06 11:13:32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현지 시간 4일 미국 FOMC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 지난 2002년 5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 올린 것이다. FOMC는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0.25~0.5%에서 0.75~1.00%로 높였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다음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첫 달 축소 한도는 월간 475억 달러(국채300억달러, MBS 175억달러), 3개월 후 한도는 월간 950억 달러(국채 600억달러, MBS 305억달러)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FOMC는 성명에서 "1분기 경제활동은 전반적으로 둔화했으나 가계지출과 기업투자는 강세를 유지했고, 실업률도 하락세"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어 인플레 위험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중국발 봉쇄가 공급망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서 발표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이를 낮추기 위해 신속히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두 차례 회의에서도 50bp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인상에 관해서는 "차기 회의에서 두어 차례 50bp씩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위원회 내부의 광범위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소개한 뒤 "75bp 인상은 적극적인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통화긴축으로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경제가 연착륙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 FOMC 이후...변덕에 휩싸인 미국 금융시장

미국 연준이 20년만에 금리를 최대폭으로 인상했으나 FOMC 결과 발표 당일 미국채 단기금리는 급락했다.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던 75bp 인상 가능성에 대해 파월 의장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시장은 곧바로 '연준의 인플레 제어 능력'을 의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FOMC 결과가 발표됐던 4일 11.38bp 급락했으나 다음날엔 4.5bp 올라 2.6953%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4일 3.20bp 하락했으나 다음날 10.52bp 뛰어 3.0406%를 나타냈다. 5월부터 10년 금리 3%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연준 인플레 제어능력에 대한 불신은 장기채권에서 여실히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미국채30년물 금리는 4일 2.53bp, 5일 8.69bp 뛰어 이틀간 11.22bp 상승했다. 30년 금리는 3.1223%로 4월 29일 3%를 넘어선 뒤 이제 3.1%까지 넘어선 것이다.

FOMC 결과 발표 후 2거래일 동안 미국채 커브는 상당히 스팁된 것을 알 수 있다. 연준의 인플레 대응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일자 장기 위주로 금리가 오르며 커브가 한층 가팔라진 셈이다. 결과 발표 당일 파월의 75bp 인상 가능성 일축 등이 단기 금리 속락을 부르기도 했지만, 그 다음날 시장은 장기금리 급등으로 화답한 셈이다.

주가 역시 이틀간 변덕을 나타냈다. 연준 의장이 75bp 인상에 대해 선을 긋자 '불확실성 해소'로 달리다가 인플레 우려로 재차 불확실성에 휩싸인 모양새다.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에서 이런 모습을 보다 가시화됐다.

미국 나스닥은 FOMC 발표 당일인 4일 3.19% 급등했으나 다음날인 5일엔 4.99% 폭락했다. 지수는 12,317.69로 미끌어져 2020년 11월말 이후 17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이 5% 가량 폭락하자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무드가 강해졌다. 여기에 영란은행은 금리를 25bp 올린 뒤 리세션에 대해 경고해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5일 파운드/달러가 2.17% 급락한 1.2361달러로 하락하자 달러인덱스는 0.89% 급등한 103.50을 기록했다.

■ 미국 변덕의 후폭풍...국내 채권, 주식 가격도 속락

FOMC 결정에 대해 현지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도비시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까지 있었다.

이미 50bp 인상이 기정사실이었고 시장도 이를 반영했던 상황에서 파월이 75bp인상에 대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씨티뱅크나 JP모간 등은 예상에 부합한 결정이 이뤄졌으며, 75bp 인상 가능성 축소 등 내용은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FOMC 당일 미국 금융시장은 금리 하락, 주가 강세, 달러 약세로 반응했다.

하지만 다음날 시장은 이번 결정이 과연 불확실성 완화와 저가매수의 기회인지 바로 의심했다. 시장금리의 고점 통과나 인플레 압력 완화를 자신할 수 없다는 인식이 부각된 것이다.

물론 파월의 경기 낙관론 주장을 믿지 않는 시각도 상당했다.

파월 의장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한 통화정책 정상화, 혹은 긴축 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많았다. 파월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내년, 내후년엔 경기침체 우려가 상당히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은 상당히 많다.

국제금융센터의 홍서희·김성택 연구원은 "미국 정책금리 최종 수준은 불확실하나 올해말에는 2.50~2.75%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시장금리의 고점 통과를 단정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통화긴축, 중국 및 유로존 경기둔화 등으로 2023년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물가 불확실성으로 최종 정책금리 수준의 불확실성은 잔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원들은 "시장금리가 오버슈팅되었다는 평가도 존재하나 물가와 정책금리의 불확실성 잔존을 고려할 때 고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 연준 부의장으로 활약했던 리차드 클라리다도 정책금리 상단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클라리다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며 "신속하게 중립금리 수준까지 가는 것은 이번 주기에선 충분하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준금리는 궁극적으로는 제한할 수 있는 영역까지 올려야 한다. 명목상 중립금리로 여겨지는 2.5%를 1%p 웃도는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미국 시장이 '불확실성 해소'로 반응하다가 '불확실성 재고려'로 반응하면서 어린이날로 하루 쉰 국내 금융시장도 위축됐다.

미국처럼 장기금리 위주로 금리가 크게 올랐으며, 코스피지수도 2,600대 초중반 수준으로 속락했다. 달러/원 환율도 1,275원 위로 급등하는 등 연준 금리인상 사이클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채권과 주식의 같은 희망과 다른 희망

그간 금융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상룸, 한은의 추가 인상 등을 감안하더라도 시장금리나 주식시장이 통화정책 정상화의 우려를 많이 반영했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이런 진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저가매수 시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일이 반복되자 투자자들의 자신감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 미리 진입해 미래 잠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 됐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투자자들은 관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겁이 나서 채권을 사겠느냐"라고 했다.

B 자산운용사 주식매니저는 "앞으로 (파월이) 75bp 안 올린다고 했다고 랠리를 벌였던 뉴욕 주가가 다음날 더 큰 폭으로 폭락했다"면서 적극적으로 주식 저가매수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지금은 시장이 과잉반응 중이라는 식의 분석도 적지 않다. 적어도 박스권이거나 가격변수가 추가로 더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들은 적지 않다.

금융시장에서 50bp를 빅스텝, 75bp를 자인언트 스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일단 향후 긴축 스케줄이 좀더 구체화된 점은 우호적으로 보기도 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금융시장이 가장 꺼렸던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며 "단기적으로 시중금리는 새롭게 제시된 인상 일정에 맞춰 새로운 박스권을 설정하는 과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전개될 금리 인상 일정에 대해 통화당국이 비교적 명확하게 아웃라인을 제시한 만큼 금리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 분출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일각에선 인플레의 고점 통과 등으로 향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두 시장은 경기에 대해선 '상반된 전망'을 통해 위안을 삼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C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과도하게 반영했지만 대외요인 등 주변 여건 때문에 방향을 틀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하반기엔 경기침체 관점이 보다 힘을 얻을 수 밖에 없어 금리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투자자는 미국 경기는 견고하다는 점, 그리고 올해는 연준이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을 펼칠수록 주가는 상승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견고한 미국 경기에 대한 해석이 5월 말 드라이빙 시즌 도래와 리오프닝 강화로 맞물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빠르면 6월부터 경기를 좋게 해석하는 분위기 반전을 꿰할 것이다. 4월부터 미국 3월 근원 CPI, PCE의 전월대비 지표를 통해 물가 고점 통과에 대한 시그널도 나타났으며, 이는 조만간 발표되는 미국 4월 CPI와 PPI가 예상치대로 전월치를 하회하게 될 경우 물가 고점 통과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5월 FOMC와 뉴욕시장의 변덕


자료: 연준 성명서와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 출처: 연준
자료: 연준 성명서와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 출처: 연준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