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 6일 발표에 따르면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42.8만명 늘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40만명 증가)를 웃돈 것이다. 민간부문 고용이 40.6만명, 공공부문은 2.2만명 각각 늘었다.
4월 실업률은 3.6%로 전월 수준을 유지해 예상치(3.5%)를 소폭 상회했으며 전달과 동일했다. 4월 경제활동 참가율은 62.2%로 전월 62.4%에서 소폭 하락했다.
임금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4월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10센트(0.3%) 높아진 31.8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0.4%)를 소폭 밑돈 것이다. 전달의 상승률은 0.4%에서 0.5%로 높아졌다.
시간당 임금은 전년대비로는 5.5%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에는 5.6% 상승한 바 있다.
수치들이 큰 서프라이즈를 보이지 않았지만 금융시장, 특히 이자율 시장의 반응은 거친 편이었다.
■ 예상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치...그래도 미국채 시장은 위축
미국 고용지표 관련 수치들이 예상보다 약간 양호하거나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은 상당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시장은 일단 미국 고용시장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전망 대로 견조한 수치가 나오자 긴장했다.
그런 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힘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인식을 키웠다. 이는 고용지표가 발표 직후 이어진 미국채 매도세에서 잘 나타났다.
고용지표를 세부적으로 보면 레저 및 숙박 부문에서 가장 많은 7.8만개 일자리가 늘었고 제조업에서 5.5만개, 건설 부문에서 2.9만개가 증가했다.
고용지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두드러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 보니 여전히 연준의 적극적인 긴축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역대 가장 빠른 실업률 하락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은 그러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고용 관련 수치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미국채 시장 금리 반응은 거칠었다. 시장 일각에서 은연 중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길 기대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일 9.70bp 상승한 3.137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0.54bp 뛴 3.2277%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31bp 상승한 2.7084%, 국채5년물은 7.60bp 오른 3.0843%를 나타냈다.
일드커브가 스팁되자 시장이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경기 상황이 이어지고, 인플레 압력은 쉽게 제어되지 않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고용 둔화 기대감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고용지표 수치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미국 금리가 급등했다"면서 "이러면 75bp 인상을 포함해 다시금 정책, 인플레에 대한 경계감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용지표, 이자율에 우호적인 요소도...하지만 노동시장 수급마찰은 인플레 자극 요인
미국의 4월 고용지표엔 이자율 시장이 우호적으로 볼만한 부분도 있었다.
고용인구비율, 노동시장 참가율 등이 하락했다. 아울러 임금상승률도 둔화돼 향후 임금 상승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법했다.
이런 부분과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 의지를 감안하면 향후 경제 성장률과 고용 증가세가 공히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임금 상승세 지속, 인플레 압력 연장 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고용이 양호한 편어서 이 정도라면 통화긴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키웠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채10년, 30년 금리가 10bp 내외로 대폭 상승한 데서 향후 임금 상승이 물가 압력으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과열이 계속해서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연준의 매파적인 태도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 통화정책의 역할이 강화될 이유는 노동시장이 과열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3월 비농업 구인건수(Job opening)는 1,155만 건이며, 실업자수(595.2만) 대비 1.94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인/실업자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고점인 1.24배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과열임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노동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어 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사람 수가 충분치 않으며,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임금,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노동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가 지속되고 있어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이번 고용지표는 양호한 수요에도 공급 회복이 미진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성장 훼손을 감내하고 있다"며 "양호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회복이 물가 불안의 원인인 것을 감안할 때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고용의 양적 증가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견고한 고용 수요에 비해 공급 회복이 더디게 이어지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美 CPI, FOMC 후의 의구심 정리해줄까
미국 고용지표가 나온 뒤 시장의 관심은 11일 나올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표에 맞춰지고 있다.
시장은 대략 미국 CPI가 전월비 0.2%, 전년비 8.1% 올라 3월에 비해 둔화된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비 1.2%, 전년비 8.5% 급등한 바 있다. 3월의 전년비 상승률 8.5%는 1981년 12월 이후 40년 남짓만의 최고였다.
근원 CPI의 경우 전월비 0.4%, 전년비 6.0%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전달엔 각각 0.3%, 6.5% 오른 바 있다. 3월 근원CPI의 전년비 상승률 6.5%는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였다.
CPI가 나온 뒤인 12일엔 미국의 4월 PPI도 발표된다. 3월 PPI의 전년비 상승률은 11.2%로 연율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아무튼 CPI 발표를 통해 FOMC 이후 일었던 시장의 의구심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수치가 다수의 예상대로 나올 경우 '물가 고점 통과' 인식과 '여전히 높은 물가 인식'이 대립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간 이달 FOMC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시장은 5월 FOMC 빅스텝은 물론, 6월, 7월 연이은 빅스텝, 더 나아가 자이언트 스텝(75bp)까지 반영했다는 평가도 들어왔다. 물론 6월 QT도 3월 FOMC 의사록을 통해 선반영돼 왔다.
이후 이달 4일 파월 연준의장은 금리 75bp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시장에 75bp 인상에 대한 두려움이 깔끔하게 지워지지 않았으며, 인플레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결국 FOMC 결과 발표 당일 하락했던 미국 10년 금리는 이틀만에 20bp 남짓 뛴 상황이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파월의 75bp 인상은 없다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의심을 버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오늘 국내시장이 외국인 선물 매수와 추경에 적자국채 없다는 보도로 인해 강해졌지만 해외 금리 상승이라는 악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CPI 상승률이 고점에서 내려오더라도 수준 자체가 너무 높아 연준의 강도 높은 금리인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4월 CPI가 물가의 고점 통과 인식을 심어주면서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해외 요인이 국내시장에 우호적인 재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를 보면 CPI, 코어 CPI 모두 3월에 정점을 찍은 뒤 둔화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번 물가지표 발표를 통해 미국 투자자들이 인플레 압력이 정점을 찍었다는 데 무게를 두게 되면 한미 모두 그간 과도하게 오른 금리의 되돌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