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가지수가 급락한 영향이 작용하면서 국내 주가지수는 급락 출발한 뒤 반등을 시도하는 중이다.
간밤 뉴욕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으며 나스닥은 4% 넘게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현지시간 9일 653.67포인트(1.99%) 낮아진 3만 2,245.70에 장을 마치며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섰다.
S&P500은 132.10포인트(3.20%) 내린 3,991.24를 기록해 작년 3월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4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나스닥은 521.41포인트(4.29%) 급락한 1만 1,623.25를 나타내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500대로 밀린 주가...환율 급등과 함께 고꾸라진 코스피
주가지수는 이날을 포함해 6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올해 들어서 코스피지수가 2,600대로 밀린 뒤엔 여지없이 지지선을 마련했으나 이번엔 장중 2,500대 중반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3천선을 내준 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2월 28일(3,020.24) 이후 지수 3천 시대를 끝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1월 7일 3,031.68을 기록하면서 '3천 시대'를 알렸으며, 6월 25일엔 3,302.84까지 뛰면서 3,3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7월 6일 3,305.21을 고점으로 지수는 하락 전환했으며, 10월 5일엔 2,962.17로 밀리면서 지수 2천대로 복귀했다.
이후 3천선을 몇 차례 회복하기도 했지만 추가 상승에 한계를 드러낸 뒤 대체적으로 밀렸다.
최근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약세라는 악재를 이기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달러/원 환율은 2021년 초 저점을 형성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특히 최근엔 오름폭을 한층 키우면서 1,270원선을 넘어섰다.
이 수준은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로 환율이 급등할 때와 비견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 사태 본격화를 알렸던 3월 19일 1,296원선까지 급등한 뒤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이 흐름은 2021년 1월 4일 1,080.30원에서 저점을 형성한 뒤 바뀌었다.
■ 금리, 물가에 더 우울한 주식시장 기술주
글로벌 주가는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 시발점에 저점을 형성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준의 예상보다 강력한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 회자되면서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금리에 예민한 기술주들은 최근 큰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나스닥은 고점대비 24.3% 밀린 상황이며, 특히 최근 금리가 폭등하자 자신감을 상실했다.
나스닥은 4월 이후 14.6%나 밀렸다. 인플레 압력과 금리 상승 우려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선 그간 너무 많이 빠져 저가매수가 가능한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상당기간 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속에 공급망 차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비용 증가를 견인해 수익성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최대 무역국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까지 경험했다. 러-우 전쟁도 인플레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를 동시에 키웠다. 이러다보니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의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 기술주는 물가와 금리 상승 뿐만 아니라 구조적 성장성 약화 우려에도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기술주들의 성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시장에 너무 많은 기업들이 진입한 공급의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공급 과잉이 향후 기술주가 대면할 진짜 고비"라며 "지난 2년간 주식시장 호황 국면에서 주식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테크, 미디어&엔터, 헬스케어, 경기소비재 섹터가 전체 미국 주식시장 IPO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35%에서 2020년 이후 58%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결국 나스닥은 공급 과잉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 올해 코스피서 11조 넘게 판 외국인...외국인, 환율 흐름 변화가 주가 터닝포인트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1조 3,3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월 1조 4,617억원을 순매도한 뒤 2월엔 7,983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3월부터는 한국 주식 매도에 힘을 실었다.
외국인 매도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원화 약세 강도가 가팔라진 시점과 맞물린다. 달러/원 환율은 3월 이후 전일(9일)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71.7원 급등했다.
외국인은 3월 5조 1,174억원을 대거 순매도한 뒤 4월엔 4조 8.42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한국물 매도 흐름은 5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강화된 외국인 매도세가 꺾여야 국내 주식시장도 반등 탄력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변화의 조짐에 주목하는 시선도 보인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 'Sell in May'를 시현하고 있지만, 이들의 매도 강도는 이전에 비해 약화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6,065억원 순매도 중이다. 여전히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월간 5조원 내외를 팔았던 3월, 4월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외국인이 팔 만큼 팔았다고 보거나, 달러/원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는 사람들은 저가매수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율은 4월말 29.85%를 기록한 이후 반등하며 30%대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매도할 만큼 매도했다고 볼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고점권, 주식시장은 저점권에 근접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러/원 환율은 연초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 매도 강도가 축소됐지만 환율 오름세는 가팔랐다. 다만 달러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도가 올라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매패턴의 변화에도 달러/원 환율이 2020년 3월 이후 고점을 넘어섰지만, 달러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줄었다"면서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풀이했다.
주식시장은 글로벌 금리 흐름과 이에 다른 외환시장 변수 등을 살피는 중이다. 그간 달러 강세가 과도했다고 본다면 머지 않은 시간에 국내 주식에 우호적인 분위기도 만들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인플레와 미국 긴축 우려로 원화 약세가 지속됐지만 오늘 글로벌 달러화는 조정받고 있다"며 "유로화와 엔화 등은 저점에서 반등했다. 미국 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채권시장 움직임을 기본으로 해서 주식과 외환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중이다.
이 딜러는 "인플레에 대해서도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미국 4월 물가지표는 다방면에서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오늘 오전 중후반 위안화 가치가 급등하고 국내 주가지수가 낙폭을 줄이는 등 리스크온 심리가 일부 회복돼 달러/원이 보합권까지 내려섰다"고 지적했다.
■ 주식시장 진입 조율...'아직 큰 것 남았다' VS '너무 빠졌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낙폭이 확대된 뒤 '저가매수 진입을 조율할 때'라는 조언과 '금리인상 사이클이 한참 남아 여전히 어렵다'는 인식이 중첩돼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엔 분위기의 변화 가능성과 희망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50P 넘게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중 낙폭을 상당히 줄이면서 하락폭을 20P 이내로 만들었다.
미국 CPI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지만 일단 중국 쪽에서 통화정책으로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졌으나 정책적 지원을 고대하기도 한다.
중국 인민은행은 '22년 제1분기 중국통화정책 집행보고서'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실물경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한 상태다.
아울러 가격 낙폭 과대에 따른 시장의 반발을 기대하기도 한다.
JP모간은 "최근 주식시장 급락이 과도했다"면서 "주식과 원자재에 대해 리스크 온 관점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반면 아직 큰 것 한방이 남아 있어서 조심스럽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가트먼 레터를 통해 투자정보를 전하는 데니스 가트먼은 "하루 5~6% 폭락하는 날이 와야 약세장이 종료될 것"이라며 주식시장 진입을 자제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저가 매수자들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진다면서 투자자들이 '더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저가매수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저가매수를 포기하는 시점까지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무튼 당장은 미국 CPI 확인 심리가 강하다. 물가지표가 고점 통과를 확인시켜주면서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또 물가가 예상수준 범위에서 나올 경우 시장이 '물가 고점 통과'에 무게를 둘지, '여전히 높은 물가'에 무게를 둘지를 살펴야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내일 미국 물가지표가 예상대로 나오면 이것을 핑계로 주가지수의 단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단기바닥인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아쉽게도 거래량이 터져주지 않는다. 거래가 터져야 진바닥인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일단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지속성은 약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