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불확실성 해소 재료 되지 못한 美CPI

2022-05-12 11:17:49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상회한 가운데 전월대비 근원 CPI는 오름세를 가속화했다.

미국 노동부의 11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다. 지난 3월엔 8.5% 상승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4월 CPI가 8.1%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대비로는 0.3% 올라 예상치(+0.2%)를 넘어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대비 6.2%, 전월대비 0.6% 각각 올랐다. 시장에서는 근원 CPI가 전년대비 6.0%, 전월대비 0.4% 각각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월에는 전년대비 6.5%, 전월대비 0.3% 각각 오른 바 있다.

CPI가 예상을 웃돌았으나 그나마 3월의 고점을 넘어서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물가 경계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채권시장도 자인언트 스텝(75bp) 부담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뉴욕 주식시장이 더 긴장하면서 반사익을 취하기도 했다.

■ 금융시장 변동성 지속...추가적인 반응과 데이터 확인해야

미국 4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은 강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시장도 다이나믹한 변동성에 휩싸였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2bp 급등해 2.73%까지 올랐다가 급격히 상승분을 반납하고 보합권으로 회귀했다. 주가 급락 때문이었다. 10년, 30년 등 장기물은 주가 급락 덕분에 강세를 구가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33bp 하락한 2.928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25bp 속락한 3.0478%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42bp 오른 2.6187%, 국채5년물은 1.02bp 내린 2.9080%를 나타냈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기술주들은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나스닥은 3% 넘게 급락했으며, 대표주들의 주가는 추락했다. 애플이 5.2%, 메타가 4.5%, 테슬라는 8.3% 급락했다.

나스닥은 373.43포인트(3.18%) 하락한 1만 1,364.24를 나타냈다. S&P500은 65.87포인트(1.65%) 낮아진 3,935.18, 다우는 326.63포인트(1.02%) 내린 3만 1,834.11에 장을 마쳤다.

미국 시장의 추가적인 반응, 그리고 향후 추가적인 인플레 데이터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CPI 결과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의 정점 논쟁 지속', '일단 고점은 봤다',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덜 둔화돼 연준 긴축에 힘을 실어줬다' 등의 평가가 제기됐다.

아울러 연준 금리의 강도높은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위험자산이 느끼는 부담이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일드커브 플래트닝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관점도 적지 않다.

■ 前 뉴욕 연은 총재의 놀라운 주장...당분간 50bp 인상 체제를 선호하는 불라드

물가 압력 자체가 높다보니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상당히 놀라운 주장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얼마나 높여야 한다느니, 금리 인상이 얼마 만큼의 고통을 야기한다느니 하는 등의 메시지로 사탕발림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4~5% 아니면 더욱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6개월 전엔 3~4% 정도로 봤지만 현재로선 4~5%까지 상승했다. 향후 수개월 이후에 물으면 5~6%로 상향 조정을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물가를 낮추고 실업률을 높이기 위해서 충분히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만약 사탕발림하면서 적절한 긴축에 나서지 않으면, 사람들은 연준에 대해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훈수를 뒀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플로리다주 잭슨빌 세계문제협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더 많은 금리인상에 열린 자세를 보이겠다"면서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으로 도달할 때까지 50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지난 9일 50bp 인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4월 CPI를 확인한 뒤엔 다시 75bp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시해 온'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최근 75bp 인상과 같은 더 공격적인 스탠스에선 한발짝 물러섰다.

불라드는 "6월, 7월 FOMC에선 50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 부담스러운 서비스 물가의 압박

4월 CPI 결과는 인플레 정점 통과와 향후 인플레 압력 완화를 기대하던 사람들에겐 실망을 안겼다.

이미 3월에 상승률 고점을 봤을 수는 있지만, 일각의 75bp 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심도 깔끔하게 씻어낼 수 없는 결과였다.

3월보다 상승률이 낮아진 부분은 위안을 주지만, 시장이 뚜렷한 인플레 완화 시그널을 찾기 어려웠다. 공급망 문제도 여전한 가운데 서비스 쪽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장돼 경계감을 풀기는 어렵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향후 인플레 방향은 전년비 상승률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상품 항목 기여도 축소, 서비스 항목 기여도 확대의 그림이 나타날 것"이라며 "식품·에너지 항목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중고차를 비롯해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었던 내구재 상품의 가격 안정이 서비스 가격 상승분 이상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공급사슬 꼬임의 완화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진행되느냐가 상품 항목의 기여도 축소폭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여건, 중국의 대도시 봉쇄 지속 여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추가 인하 여부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서비스 항목의 전년비 가격 상승 기여는 주거비를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가지 대체지표들에서 임대료의 전월비 상승률은 2021년 3분기를 정점으로 상당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이전 추세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향후 서비스 항목의 기여도 확대폭은 임금 상승률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 1년간 경험했듯이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변수들이 상품과 서비스의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 채권, 주식 만만치 않은 국면 지속

금융시장은 계속해서 만만치 않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진단이 많다.

미국 CPI가 예상 정도의 수치만 보여줬더라도 향후 인플레 둔화 흐름에 대한 자신감이 강화될 수 있었지만 근원 CPI 등을 보면 여전히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어려움이나 변동성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은 여전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장기금리가 급락하긴 했지만, 주가 하락 덕분이었다"면서 "인플레와 연준 인사들의 금리인상 의지를 감안할 때 이번 CPI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계속해서 연준의 빅스텝 장기화 가능성 등에 긴장하면서 어려운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연준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선제 대응, 경기 과열 대응 차원에서 빅스텝 인상을 이어간 바 있다. 현재 상황은 당시보다 결코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과거 사례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물가 압력이 작용한다. GDP 갭으로 나타나는 경기 또한 상당한 초과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빅스텝 필요성이 확인된다"면서 "따라서 연준은 기존에 시장이 기대하던 물가 궤적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빅스텝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큰폭으로 올리는 국면에선 설사 경기지표가 좋더라도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지난 1994년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빅스텝에 따른 조정 국면에서 긍정적인 실물지표가 이어져도 정책 가속화 우려가 더 커서 주가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94년 조정 국면 이후 99년까지 주가 상승 추세는 이어졌다. 중간에 아시아 외환위기, LTCM 사태 등이 나타났으나, 연준의 선제적 금리인하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했다"면서 "이번 국면에서도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날 때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인상 기조를 시장기대보다 빠르게 조정한다면, 인상 사이클이 끝나면서 주식시장 회복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큰 폭의 금리인상기에 막 접어든 지금의 상황에선 당장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사들은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기준 올해 3분기까지 7%대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노무라 같은 곳은 8%대 지속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그런 뒤 연말 5%대 중반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상방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며, 임금-물가 악순환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간밤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서도 이런 우려가 감지됐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성택·홍서희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선 장 초반 CPI의 전년비 상승률 둔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장기화로 인해 연준의 통화긴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주가가 하락하고 정책금리 기대는 상향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3월이 물가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나 상당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상방위험도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의 긴축 강도는 현 수준 이상으로 추가 반영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4월 CPI 결과가 주식시장의 3高(인플레이션, 통화긴축 강도, 시장금리) 통과 기대감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물가 상방위험 상존, 통화긴축 초기 단계 등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풀이했다.

연구원들은 "시장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에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은 자제할 것이나 빅 스텝(50bp)이 6, 7월 2회에서 6, 7, 9월 3회로 확대될 가능성이 대두된다"면서 "빅 스텝이 2회에 그칠 경우 연말 정책금리는 2.5~2.75%, 3회가 될 경우에는 2.75~3%가 돼 연준 점도표의 중간값 기준 중립수준 상단인 2.5%를 상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불확실성 해소 재료 되지 못한 美CPI


자료: 국제금융센터
자료: 국제금융센터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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