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도, 한은도...여전한 인플레 우려 속 경기자신감 누그러져

2022-05-13 14:13:03

사진: 12일 임지원 금통위원의 퇴임연설 장면
사진: 12일 임지원 금통위원의 퇴임연설 장면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상원은 12일 파월 연준 의장의 연임을 승인했다. 파월은 찬성 80표, 반대 19표를 얻어 또 한 번의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상원의원들은 파월 의장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 위기 극복과 양호한 노동시장 환경 조성에 대한 공헌을 인정했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파월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연준은 그간 나름대로 경기 자신감을 보였지만, 인플레를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파월, 인플레 위해 경기 둔화 감수..경기 자신감 누그러져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4일 FOMC의 금리 50bp 인상 결정 뒤 "통화긴축으로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은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나스닥의 3% 이상 급등을 후원했다.

하지만 다음날 나스닥은 5% 가까이 폭락했으며, 파월 발언에 대한 불신도 크게 부각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한 통화정책 정상화, 혹은 긴축의 후폭풍이 나타날 수 밖에 없으며 중국·유럽의 경기 둔화 등이 연준의 경기 낙관론을 무너뜨릴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과 정책당국의 전망에 대한 불협화음 이후 파월의 경기 자신감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인플레 통제를 위해 경기 타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취하면서 조금 더 솔직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CNBC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12일 "연준이 좀더 일찍 금리를 올렸으면 나았을 것"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기 연착륙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파월은 "경기 연착륙은 실제로 인플레를 2%로 낮추면서 고용시장을 견조하게 유지하는 것이나 몇 가지 이유로 인해 현재로선 연착륙 달성이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경기는 일정 부분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인플레 통제가 경제 고통을 초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우선 과제"라며 "물가 통제가 쉽지 않지만 목표에 이르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FOMC 이후 지속된 시장의 파월 발언 불신

지난 5월 FOMC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기준금리 50bp 인상, 6월부터 대차대조표의 자산 축소 등은 이미 예고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파월은 기자회견에서의 경기, 물가 자신감이 지나쳤다는 평가도 들어야 했다.

파월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며, 인플레도 하반기에 둔화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75bp 인상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페드 와치에 6월 FOMC의 75bp 인상 가능성이 80% 이상 반영하는 등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투자자들 사이엔 연준이 경기 둔화를 감수하면서 빠른 속도로 중립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5월 FOMC 이후 투자자들이 파월 발언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가지표는 충분히 누그러지지 않았으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 시각도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를 중심에 놓는 통화정책 대응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시각은 비교적 광범위하게 금융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의 심각한 물가 상황을 감안할 때 인플레 제어를 위해선 경기침체나 하드랜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FOMC에서 보여줬던 파월의 인플레 평탄화 기대 발언 등이 크게 믿음을 주지 않는 것이다.

■ 한국, 미국보다 인플레 상황 나은 편이나...우리도 고물가와 경기둔화 우려 골격은 같아

국내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물가 상승률이 8%를 넘어 고공행진을 벌이는 미국에 비하면 크게 나은 편이다.

하지만 물가 여건이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섰으며, 환율은 1,300원에 육박해 가면서 물가 우려를 더욱 부추기도 했다. 새 정부의 22년 2차 추경 등은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날 아침 한은이 발표한 수입물가를 보면 전월비로는 0.9% 하락했으나 전년비로는 35%나 뛰었다. 3월 유가 급등에 따른 반작용이 있었지만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올해 1월 83.5달러, 2월 92.4달러, 3월 110.9달러를 기록한 뒤 4월엔 102.8달러로 오름폭이 둔화됐다. 두바이유가 1년 남짓 전 60달러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었던 때와는 다르다.

아울러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둔화되는 듯 하더니 최근에 다시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오르고 있다.

한국도 당장은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 제어에 나설 수밖에 없으나 경기 둔화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많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달 미국의 50bp 인상, 물가 급등을 감안할 때 한은의 5월 금리인상도 가능성도 90% 이상"이라며 "지금은 한국도 미국처럼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 금리를 더 올려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방역조치가 풀리면서 내수가 일시 급반등할 수 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리면서 우리 역시 경기 둔화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물가가 걱정이지만 성장 둔화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시간이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향후 금통위도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4년 임기를 마친 임지원 금통위원은 전날 퇴임사에서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4년간 물가 흐름과 관련한 변화는 놀라울 정도"라며 최근의 인플레 압력에 대해 우려한 뒤 "앞으로 거시경제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은 4년 임기 동안 상대적으로 매파적 색채가 좀더 짙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경제가 지금은 기조적으로 회복하는 중이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가운데 구조적 문제도 우리경제 활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앞두고..."새 정부, 경제·물가 모두 비상 상황..대통령, 피부로 느끼는 경제 어려워"

높은 물가 오름세와 경기 둔화 가능성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좀더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의 '물가와 경기에 대한 균형적 고려'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많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중립금리는 2.375%이며,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중립금리는 2.25~2.50%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기준금리 1.50%를 감안하면 향후 추가 금리인상 횟수는 3~4차례"라며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고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고3년 금리 3% 이상은 과도하다는 인식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비상경제대응 TF'를 통해 경기와 물가 안정을 다짐하고 있다.

이날은 방기선 기재1차관 주재로 2번째 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실물경제 동향, 정책추진 상황 등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방 차관은 최근의 엄중한 경제상황에 대응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적기시행 조치 재점검 등을 지시했다.

방 차관은 "최근 우리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국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으로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전 부처가 위기의식을 갖고 거시경제 상황 관리·정책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2차 추경이 재원조달, 지출 측면에서 국채시장과 민생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제금융센터에서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에 따른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 등을 거론하면서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급하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점검회의에 추경호 부총리, 이창용 한은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은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국민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매우 어렵다"면서 적극적 정책 수립과 대응을 강조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