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5월 금리인상 기정사실로 보는 시선들

2022-05-17 14:07:46

자료: 12일 임지원 전 금통위원 퇴임식 날 금통위 단체사진
자료: 12일 임지원 전 금통위원 퇴임식 날 금통위 단체사진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5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이 돼 가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에 나온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9월(5.1%)과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증폭된 가운데 FOMC를 거치면서 인상 기대는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전날 한은 총재의 50bp 인상 논란 발언까지 겹쳐 이달 25bp 인상은 기정사실이라는 평가들도 나온다.

■ 5월 금통위 25bp 인상 가능성↑

전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경호 부총리와 조찬 회동 후 '미국처럼 한국도 50bp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총재가 빅스텝에 대해 완전히 선을 긋지 않자 채권 투자자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당장 빅스텝 대응을 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5월 금통위의 25bp 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많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제 한은 총재 발언도 있었고 이달 금통위 25bp 인상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이달 초 CPI가 나올 때 연속 인상 전망이 5:5 정도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그냥 이달 인상 확정으로 보인다"면서 "굳이 말하자면 인상과 동결 전망 비중이 8:2 정도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 이미 연속 인상 확률 높아지던 중...고물가 환경 속 정부 배려 논리 힘 잃어

그간 일각에서 제기했던 연속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논리 중 하나는 새 정부 출범이었다.

시장 일부에선 정부 취임 선물로 신임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을 들이미는 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했으나, 문제는 정부 역시도 물가를 최우선 민생 과제로 볼 정도로 인플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7월에 인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같은 정치적 고려가 먹히기 쉽지 않은 환경이란 진단도 늘어났다.

오히려 새 정부가 연일 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금리 인상을 후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물가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의 전·현직 통화당국자들이 '인상이 늦었다'고 후회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지금같은 때의 25bp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는 6월에 회의가 없지만 미국은 6~7월 50bp씩 올리기로 공언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금리 인상 늦었다고 후회하면서 빅스텝을 밟는다. 빅스텝이 어려운 우리는 당분간 25bp씩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 파월도, 버냉키도 인상 '늦었다'고 후회하는 상황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의 경기 자신감은 후퇴했다. 또 금리 인상이 늦었다는 점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2일 "연준이 금리를 좀더 일찍 올렸더라도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 대응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기 연착륙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인플레 통제가 경제 고통을 초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파월의 '늦었다'는 실토 속에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지금의 연준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버냉키는 16일 미국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에 느리게 대응한 건 실수"라며 "묻고 싶은 건 연준이 왜 늑장을 부렸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는 연준이 너무 지체하면서 긴축 정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긍정적인 경기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둔화를 겪을 수 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5월 25bp 인상은 당연해지는 분위기로...

미국이 인플레 제어에 힘든 기색을 보이는 만큼 우리 역시 여유를 부리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아울러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인상 룸, 그리고 이에 맞춘 한국의 기준금리 상단 등을 유추해 보고 있다.

또 이달에 금리를 올리게 되면 최소 한국의 금리인상이 반환점을 돈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올리면 5차례 인상하게 된다.

2천년 대 후 금리 인상 사이클 최대 기록은 노무현 정권 때의 8번 인상이다. 한은이 앞으로 4번을 더 올리면 이 기록과 맞먹게 되며, 기준금리 레벨은 2.5%로 오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을 최대 3% 중후반이라고 판단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상단은 2.25~2.50%가 적절할 것"이라며 "5월 금리인상 후엔 금리인상 사이클의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으로 4.3%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적어도 올해 여름까지는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추가 인상은 5월과 7월, 11월, 그리고 내년 1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이 금리인상을 먼저 시작했지만 조만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만큼 일단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서 기대 인플레를 차단하는 게 무난해 보인다는 평가도 보인다.

D 증권사 딜러는 "어제 이창용 총재의 50bp 인상 관련 발언은 원론적, 해프닝적 성격 모두 있었던 것으로 본다. 다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한은의 기대 인플레 차단이 중요한 만큼 일단 경계감을 주면서 올릴 수 있을 때 올릴 수 밖에 없을 듯하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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