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고물가의 소비 악영향 우려 떨쳐낸 美지표...한국 소비회복 기대감 강화로

2022-05-18 14:43:43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4월 핵심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전월 기록도 대폭 상향 수정됐다.

미 상무부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9% 늘었다. 시장에서는 1.0%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월 기록은 0.5% 증가에서 1.4% 증가로 대폭 상향조정되고 핵심 소매판매가 전망보다 양호했다.

지난 4월 핵심 소매판매는(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와 음식서비스 제외) 전월보다 1% 늘며 예상(+0.7%)을 상회했다. 전월 기록도 0.1% 감소에서 1.1% 증가로 높여졌다.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상품 수요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가계 수입의 축소가 여전히 재량적 소비에 대해 충격을 주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소비지표와 함께 생산지표도 양호했다. 미국의 4월 산업생산은 전월비 1.1% 증가하면서 예상치인 0.5%를 상회했다. 전월에는 0.9% 증가한 바 있다. 4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로는 6.4% 늘었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 증가세는 전방위에 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 기계, 자동차, 음식료 부문 모두 생산이 늘었다. 업소용 장비 생산이 1.1% 증가한 가운데 소비재 생산은 0.8% 늘었다. 자동차 생산이 3.9% 증가했고 자동차를 제외한 공장 생산은 0.5% 늘었다.

■ 일단 美 경기는 예상보다 견조하다

최근 경기 둔화 신호도 나타나 사람들은 물가와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강화하기도 했다.

ISM의 4월 신규 주문이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뉴욕주는 5월 제조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5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현재와 향후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우려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주 사람들이 주목했던 소매판매 지표에선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지출이 상당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영향 감소 등으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늘렸다. 여기에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견조한 상황이며, 팬데믹 기간 동안 쟁여놓았던 돈들도 소비에 쓰였다.

소비지표 뿐만 아니라 생산지표(산업생산)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표가 잘 나오면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애틀란타 연은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8%에서 2.5%로 뛰었다.

■ 미국 소비지표에서 확인됐다...한국 경기와 소비지표도 나쁘지 않을 것

한국 경제에선 대외 부분이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주요 거래대상국인 미국, 중국 등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가 예상보다는 견조한 점, 중국이 향후 도시 봉쇄의 악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 등을 감안할 때 우리의 경기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보인다.

아울러 한국은 코로나 통제가 풀리면서 최근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인식도 보인다. 코로나 통제 완화 이후 일단 사람들이 느끼는 소비 증가에 대한 체감은 상당히 올라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2차 추경 역시 대규모로 실시된다. 적어도 당분간은 경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단 미국 소비가 상당히 좋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지표 개선 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딜러는 길게 보면 물가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채권시장이 당분간 경제지표 악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지난달 하순 1분기 GDP를 발표했던 한국은행도 소비 여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1분기 GDP가 순수출 영향으로 0.7% 성장해 한은 조사국 전망보다 잘 나온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이제 코로나 통제 약화에 따른 소비 반등을 기대하기도 했다.

당시 황상필 한은 국장은 "민간소비가 4월 들어 음식, 숙박, 오락 등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동성 지수도 올라가는 중"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민간의 소비 여력, 그간 저축을 많이 했던 부분에 더해 추경이 경기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최근 방역조치가 풀리면서 내수 쪽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이런 점이 2분기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꽤 강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소비 지표는 한국의 기대감을 높인 측면이 있다.

■ 시간 더 흐르면 둔화 시그널 강해질 것이란 믿음도...금융당국은 물가와 경기 모두 걱정하는 중

이번주 미국 4월 소매매출 발표를 앞두고 고물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간밤에 확인한 결과는 예상보다 양호했다.

다만 시장엔 양호한 지금의 지표에 맞서 하반기엔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도 살아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높은 물가 등으로 올해 하반기엔 경기가 꺾이는 흐름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관점들도 이어지고 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의 경착륙, 그리고 높은 물가에 따른 경기 충격은 예비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거리두기 완화로 당장 지표가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침체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연준이 6월과 7월 금리를 50bp씩 올리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고물가 때문에 5월, 7월 기준금리를 25bp씩 인상할 것으로 봤다. 이후 하반기로 가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을 걱정하게 될 것으로 봤다.

또 미국이든, 한국이든 시간이 흐름과 경기둔화가 맞물릴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호한 가계소비가 지속되고 있으나 구매력은 점차 둔화되면서 현재와 같은 양호한 소비 수준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면서 "가계 실질소득은 지난해 9월부터 감소하고 있으며, 가계 저축률은 6.2%로 과거 평균치인 7.5%를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가계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초과 저축과 신용부채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신용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향후 이자 부담이 미래 가계 소비 여력은 제한할 것이며, 신용대출로 늘린 소비는 결국 조삼모사와 유사하다"면서 "소득을 통해 늘어난 소비가 아니라면 현재 소비 수준을 장기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재부, 한은, 금융위·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고물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도 주시하고 있다.
인플레와 경기둔화 우려 모두 상당하다 보니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도 강화된 상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완화적이었던 통화‧재정정책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교란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가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에 연준이 빅스텝 및 자산축소 등 강도 높은 긴축에 돌입하고 있어 세계 경기의 회복세 둔화가 우려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인상이 공급발 인플레이션 대처에 효과적인지,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면서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추는 등 선진국의 경기하락이 예상되고 있으며, 신흥국의 경우 디폴트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국내경제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에 직면해 경기하방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그간 걱정하던 '퍼펙트스톰'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료: 대신증권
자료: 대신증권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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