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기업 타겟의 실적 충격이 국내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2022-05-19 15:12:39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겟의 주가 폭락이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타겟 주가가 25% 폭락하면서 시장이 연쇄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간밤 S&P500은 165.17포인트(4.04%) 내린 3,923.68을 기록해 2020년 6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S&P가 2년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주식시장 전반이 휘둘렸다.

나스닥은 566.37포인트(4.73%) 폭락한 1만 1,418.15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1,164.52포인트(3.57%) 낮아진 3만 1,490.07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며, 지수는 2021년 3월 이후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간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이 급락하는 때가 많았지만, 이번엔 대형 유통주 급락을 계기로 시장지수 전반이 급락한 것이다.

타겟 실적 둔화로 주식시장이 경기를 일으키자 채권가격과 달러화 가치는 속등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74bp 급락한 2.89045,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1.32bp 속락한 3.0663%로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안전자산선호로 0.51% 상승한 103.89로 올라갔다.

이 영향으로 국내 코스피지수는 다시 2,500대로 급락했으며, 채권금리는 레벨 하향 룸을 저울질하고 있다.

■ 인플레이션, 타겟 수익성 하락 견인...재량 소비 지출 감소 관점 강화

대형 유통업체 타겟의 2022 회계연도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19달러로 전년동기비 41% 급감했다. EPS는 예상치 3.06달러를 대폭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2022 회계연도 영업마진도 6% 근처로 제시해 종전보다 2%포인트 낮췄다.

결국 타겟 주가는 실적 부진 악재로 24.93% 폭락한 161.61달러로 마감했다. 18일 타겟의 25% 폭락은 지난 1987년 블랙 먼데이 당시 이후로는 1일 기준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타겟 주가 급락은 전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기업의 수익성을 얼마나 악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최근 경쟁사인 월마트가 고인플레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타겟 역시 부진한 실적을 내놓아 유통 부문 주가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월마트 주가는 17일 11.38% 폭락한 뒤 18일엔 6.79% 추가로 떨어졌다.

타겟은 실적 공시에서 코로나 정국으로 야기된 공급체인 혼란뿐만 아니라 화물, 연료, 노동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부진한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전일 월마트의 하락세가 유통부문 부진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했다면, 타겟의 1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재량 소비재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진 것이 실적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최근 소비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왔지만, 타겟의 부진한 실적이나 악화된 전망을 감안할 때 재량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한편 타겟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매출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1분기 매출액이 251.7억달러를 기록해서 지난해 1분기보다 4% 증가했다. 매출은 전문가 예상치인 245억달러를 웃돌았으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주가 급락을 면치 못한 것이다.

■ 견조한 거시지표 뒤 나온 유통기업들의 수익 악화...위험자산 보수적 접근 목소리 강해져

타겟의 분기 매출은 251.7억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3.37% 상회했다. 하지만 EPS가 시장전망치를 28.2% 밑돌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주가 낙폭의 차이만 있을 뿐 주요 소매업체들인 월마트, 코스트코, 달러트리 등의 주가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가 비교적 견조하다는 점은 그나마 주식시장을 떠받힌 동력이었다.

지난 17일 홈디포는 예상치를 10% 이상 웃도는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4월 미국의 소매판매액은 12월 감소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세계 최대 소비국 국민들의 돈 씀씀이가 견조하다는 점을 알려줬다.

하지만 월마트에 이어 타겟의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자 주식시장에서도 의구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주식시장의 VIX는 6일 연속 하다가 전날엔 31P까지 뛰면서 만만치 않은 상황이 닥쳤음을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고물가에 따른 기업실적 둔화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두려움이 부각되자 보수적인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DB금융투자의 강대승 연구원은 "위험할 때 가장 좋은 전략을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단기적이라도 인플레 지속에 따른 기업 실적 둔화 우려가 지속될 경우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P500 12M Fwd PE는 직전 10년 평균을 하회할 정도로 내려간 상태지만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진 지금은 추가 하락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요 스타일별 성과를 보더라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다. 고배당, 가치, 저변동성 등 안정성에 초점을 두는 팩터들의 상대 성과가 시장을 아웃퍼폼하고 있다"면서 "미국채10년 금리가 재차 안정을 찾아가는 흐름을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안정성 팩터 중 고배당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 고물가와 고금리, 기업 금융비용 부담과 원가비용 부담으로

미국 대형 유통기업의 실적 둔화와 주가 급락은 국내 기업들의 상황 역시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거의 복구하거나 평소 때 이상의 실적을 거두는 경우도 많았다. 저금리 환경 지속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줄면서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되는 등 재무 상태도 나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꽤 달라졌다. 금리가 한층 뛰면서 일단 저금리를 통한 실적, 재무상태 개선 등이 아니라 물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둔화,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금리가 크게 뛰면서 기업들은 비용 부담에 직면했다.

비용 부담은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 그리고 원자재가 급등 등 인플레 환경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기업은 부채를 차환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며, 인플레는 생산 원가를 높여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물론 금융비용과 인플레는 연결돼 있다. 인플레 환경이 꾸준히 금리 비용마저 높이고 있다.

아무튼 지금의 금리레벨과 변동성 수준이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겐 금리 비용 증가 영향이 클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된 업종과 아직 실적 개선을 확인하지 못한 기업들간의 차이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올해 기업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리오프닝 업종'이 고금리 환경을 맞아 다시 만만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보인다.

■ 금융비용 확대, 리파이낸싱 관점서 보면....

신한금융투자의 정혜진 연구원은 2021년 기준으로 볼 때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지난해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69.9%인 기계 업종의 경우 연간 금리상승폭을 150bp으로 가정할 때 금융비용이 전년대비 31.8% 증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수출채권 할인이나 무역금융 등 단기차입금 빈도가 높은 자동차, 종합상사, 의류 등의 산업등이 금리 상승 영향에 민감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단순히 150bp 상승한 금리로 기존 채무를 차환한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기업 금융비용의 상승과 이로 인한 재무지표의 저하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다만 "기업들은 2021년 매출 성장을 통해 경기 둔화를 극복할 체력을 쌓아왔다"며 "금리 인상기의 중요한 상환능력 지표인 이자보상배율 역시 6.9배로 우수해 당장의 금리 상승으로 기업 펀더멘탈의 급격한 훼손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리오프닝' 산업의 경우 지난해 다른 업종과 달리 실적 호황을 누리지 못해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기업들의 체력이 회복되기 전에 인플레와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에 노출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준비를 잘한 기업들의 경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정 연구원은 "예컨대 대한항공(BBB+)과 같이 여객매출 감소분을 화물매출을 통해 상쇄한 항공업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높아진 운송비의 수혜를 받았던 운송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수익성 지표를 보였다"면서 "대한항공 같은 기업은 적극적 자구계획을 통해 재무구조 역시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피해를 직격으로 맞은 호텔/카지노 업종의 경우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실적 개선폭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간 억눌려있던 여행, 레저 수요들이 실적에 반영됨에 따라 수익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호텔업종의 단기유동성지표가 2021년 0.7배로 2020년 0.2배 대비 개선됐으나 아직 1배를 하회하는 등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추가적인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할 것을 조언했다.

회사채 발행시장에선 재무 상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나타난 상태다. 4월말 대한항공(BBB+), 호텔신라(AA-), GS리테일(AA0) 발행시장 내 리오프닝 및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우호적인 발행 실적이 나왔다. 대한항공의 경우 민평대비 -43~-30bp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됐으며 호텔신라도 -5bp~+13bp로 비슷한 시기 발행한 회사채 대비 결정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정 연구원은 "우호적인 자금조달 환경은 리오프닝 업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유가 중심으로 원가상승 부담을 보면...

국제 유가 상승시 비용 상승 압력은 정유, 철강, 화학, 전력, 도로운송, 항공운송 등에서 크게 늘어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정유의 원가상승률은 23.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철강 5.26%, 화학 4.82% 등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의 가격 전가가 용이하다면 단기적으로 매출 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아울러 수요, 공급 어느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이냐에 따라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수요측 물가 압력 구간에선 원가 부담을 판가에 얹기가 쉽다. 하지만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비용 부담이 커질수 있다.

정혜진 연구원은 "인플레는 원가부담 확대 요인인데, 가격전가격에 따라 업종·기업별 영향이 차별화된다"면서 "밸류체인상 업스트림에 위치한 산업들이 안정적으로 마진을 방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항공 업종의 경우 리오프닝으로 인한 실적 개선을 전망하더라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항공권 구입 비용 등의 원가 증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트한 공급과 넘쳐나는 해외여행 수요를 고려 시 원가부담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켜 마진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풀이했다.

정 연구원은 또 "정유 산업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상승률이 가장 크지만 견고한 수요와 강력한 가격전가력을 바탕으로 구조적 정제마진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연초 10달러/배럴(BEP 4~5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정제마진은 국제유가 급등 및 전쟁에 따른 등·경유 등 특정 제품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며 5월 역대 최고치인 25달러/배럴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유가상승세 진정에도 운송용 중심의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며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회사채 발행사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크레딧 이벤트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2년간 미래를 대비한 현금 확보를 통해 다행히 발행사들의 크레딧 펀더멘탈 훼손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마진 압박으로 다가오며, 특히 단기 차입금이 많은 기계, 의류, 자동차, 소재 업종을 중심으로 금융비용 부담은 확대될 수 잇다. 하지만 이들 업종도 양호한 커버리지배율을 감안하면 크레딧 이벤트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 인플레에 따른 주식 급락...채권시장에도 찜찜함 남겨

채권시장에선 인플레·금리로 인한 주가 급락에 따른 반사익을 찜찜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주가 급락 그 자체는 채권에 힘을 실어주긴 하지만, 인플레 환경이 계속되는 한 채권시장이 기를 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채권시장이 주가에 연동되는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주식이나 채권이나 인플레를 부담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고물가, 고금리로 경기가 둔화돼 채권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인플레 질곡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기업 타겟의 실적 충격이 국내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자료: 신한금융투자
자료: 신한금융투자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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