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가 상승세와 인플레 압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이번주 금리 인상은 당연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같은 빅스텝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도 높아지긴 했지만 최근 8%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미국과는 환경이 다르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다들 25bp 인상을 얘기한다. 그외 다른 전망을 하는 사람은 이자율 시장에서 소설가로 취급 받을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달 초 나온 소비자물가 지표, 연준의 50bp 인상, 정부와 한은의 기대 인플레 제어 욕구 등을 감안할 때 이번주 한은의 25bp 인상 전망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 '빅스텝' 여지 닫아버린 게 안타깝다는 평가도
현재 한국은행은 금리인상과 관련해 빅스텝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나 유럽의 물가 상승률에 차이가 큰 점, 한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빅스텝으로 충격파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의 5월 CPI가 5%대로 더 상승할 수 있는 등 물가 압력을 감안할 때 일각에선 한은 수장이 '빅스텝 가능성을 닫는' 모습을 보인 게 안타깝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은행 직원 B씨는 "해프닝 성격이든 어떻든 지난주 50bp 인상 가능성 얘기가 화제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한은 입장에선 비록 (빅스텝) 확률이 적더라도 굳이 이 가능성을 닫을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5월 금통위의 25bp 인상을 다들 생각하는 모습인데, 향후 인플레 상황 진정 여부나 경기 영향 등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 25bp 인상 뒤 한은 스탠스 중요
한국은행 금통위가 이번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 인상 뒤 인플레 우려에 방점을 찍을지, 경기 둔화 우려 가능성 우려를 강화할지 등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달 기준금리를 1.75%에 맞추고 연말까지 한번만 더(연말 기준금리 2%) 올릴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반대 쪽에선 매 회의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의 편차들 사이에서 한은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중요하다. 5월에 금리를 25bp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1.75%로 올라간다. 이후 하반기의 4차례 금리 결정 이벤트에서 몇 번을 더 올릴지 관심이다. 만약 하반기 모든 회의에서 25bp씩 인상한다면 기준금리는 2.75%로 올라간다.
이달 기준금리 25bp 인상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좀더 먼 미래의 전망을 놓고는 편차가 꽤 큰 상황이다.
■ 주목받는 추가 인상 강도...인플레 압력, 경기 흐름, 해외 중앙은행 움직임 중요
지난주 언론이 신임 한은 총재를 향해 '빅스텝 가능성' 질문을 던진 뒤, 한은은 이번주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다시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 투자자들이나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창용 총재의 정제된 답변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상해 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빅스텝 인상을 결정한 핵심 배경엔 임금 주도의 물가 상승 추세 형성 우려가 있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임금 상승률이 보합세이고 수요 주도의 추세적 물가 상승 압력 증거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이에 더해 미국 소비 주도권이 재화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으며, 연준의 본격적 긴축이 시작돼 국내 수출의 향후 불확실성이 몹시 높아진 상황"이라며 "총재는 빅스텝 언급이 원론적이었다는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 2.0% 전망을 유지했다.
한국의 인플레 심각성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덜하다고 보거나,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칠 우려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은 금리인상 룸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가의 고점 형성 기대, 경기 둔화 우려 등을 통해 금리인상의 한계 등을 가늠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다만 각국 통화정책의 트렌드가 일단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빠르게 맞추려고 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최근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급격히 낮아져 금리가 올라가는 데도 한계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볼 때 기준금리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각국이 중립금리까지 서둘러 올리려는 분위기에서 한국이 예외가 될 이유가 있느냐"라며 "기대 인플레 잡는 게 중요하다고 보면, 미국처럼 50bp씩은 아니더라도 연말까지 꾸준히 25bp씩은 올려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이 가면 한미 기준금리를 역전이 불가피하다. 역전이 되는 순간 바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예컨대 금리차가 1%p 이상 벌어질 때까지 한은이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등이 올리는 금리 수준에 따라 한은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한국은 당분간 매 회의 25bp 인상을 기본값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한은의 겁주기 필요성, 그리고 액션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말처럼 적극적으로 올리지 않더라도 빅스텝, 연속 인상 등을 열어두면서 기대 인플레 통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물가,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일단 인플레이션 '기대감' 통제를 위해 겁을 줄 필요가 있다는 훈수들도 엿보인다.
당장 중앙은행들도 물가, 경기 등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 액션 이전에 기대감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 역시 중앙은행의 위협적인 말이 액션으로 실현될지 여부를 따지면서 지속적으로 게임을 펼쳐야 한다.
금융시장은 통화정책 수장의 발언, 그리고 인상된 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 영향도 가늠하면서 중앙은행과 수싸움을 벌이게 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경제주체의 차입 및 경제활동이 대부분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어 통화정책 파급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 절대적으로 크다"면서 "한은의 긴축적 커뮤니케이션은 기대 인플레를 통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을 낮춰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대로 말하면 연준과 ECB의 뒤늦은 인플레 대응이 전세계 금리와 펀더멘털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아무리 잘해도 글로벌 침체에서 예외가 되긴 어렵다"면서 "달러 커브는 플래트닝을 거쳐 역전될 것이며 국내 일드 커브도 비슷한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기준금리 최종 수준 대비 스프레드상 미국보다 한국이 더 매력적이다. 지금은 비워놓았던 채권 비중을 장기물 위주로 늘려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가 중요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물가를 더 중시하느냐, 경기를 중시하느냐, 인상 후 추가 인상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 등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번 이벤트에서 중요한 건 25bp 인상 뒤의 한은 총재 발언 강도"라며 "7월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미국 기준금리가 7월에 2%까지 도달할 가능성 등 미국의 인상 속도에 한은이 어느 정도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