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신임 한은 총재, 빅스텝 질문에 대한 예상 답안은...

2022-05-25 13:52:34

사진: 5월 16일 회동한 뒤의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5월 16일 회동한 뒤의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내일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1.75%로 25bp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의 기정사실이 된 25bp 금리인상 결정 그 자체보다 한은 총재가 빅스텝(50bp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4%대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여 한은 총재가 물가 압력에 대해 얼마나 비중을 둘지를 봐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 빅스텝 관련 대답 다시 요구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

한국은행의 현재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1%다.

이번 금통위에선 한은이 1년에 4번 실시하는 경제전망도 발표된다. 따라서 수치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심지어 연초에 이뤄졌던 대부분 기관의 물가 예상도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KDI의 경우 6개월전(작년 11월)에 물가 전망에선 겨우 1.7%의 수치를 제시했다. 그랬던 그들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4.2%로 상향 수정했다.

한은 역시 물가전망을 4%대 초반으로 올릴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4.8%라는 수치를 보여줬으며, 앞으로 5%대를 보게 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4월 CPI 상승률 수치는 13년 남짓만에 가장 높았다.

작년 여름 이후 한은이 4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현재의 기준금리 1.5%와 소비자물가 4%대 조합은 어색하다.

주변에선 이 어색함을 빠르게 시정하기 위해 한은의 큰 걸음을 뗄 의지가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신임 한은 총재가 성장과 물가의 '균형잡힌' 고려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당장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내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성장률을 3%에서 2%대 후반 정도로 낮추고 물가 전망을 4%대로 대폭 상향하는 그림이 자연스럽다고 보면 역시 빅스텝을 욕심내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평가도 있다.

한편 전날 한은이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에 비해 0.2%p 상승한 3.3%를 기록했다. 2012년 9월 3.5% 이후 최고였다.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고 보니 올해 들어 기대 인플레는 매달 상향 조정되고 있다.

■ 이미 나왔던 빅스텝 질문들...시장 적응 과정 거친 신임 총재

한은 총재가 후보자이던 시절 이미 빅스텝 관련 질문은 나왔다.

지난 4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일부 국회의원이 '빅스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당시 총재 후보자는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 취임 뒤 추경호 부총리와 회동한 5월 16일엔 언론이 빅스텝(50bp 인상 가능성) 질문을 던졌으며, 이 때 총재는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우리도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5월 26일 그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리결정회의에서도 다시 빅스텝 관련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다만 한은 총재 역시 이를 분위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16일 총재라는 '통화정책 수장 지위'에서 50bp 인상에 관해 원론적인 답을 했지만, 시장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은 총재는 시장의 반응을 의식할 수 밖에 없고, 시장은 이제 신임 총재가 시장 반응을 의식하면서 답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가장 큰 관심은 빅스텝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경제부총리와 시장 안정을 다짐한 뒤 한 답변이 시장을 뒤흔든 것이었던 만큼 이제 좀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당시 50bp 인상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시장은 '가능성'이 열린 것 아니냐면서 금리 상승으로 화답해줬다.

■ 빅스텝 논란은 글로벌 트렌드...지금은 유로존에서도 이슈

미국의 경우 6~7월 빅스텝이 이미 예고돼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 자이언트 스텝(75bp) 가능성을 거론했을 정도다.

글로벌 정책금리 인상이 진행 중이지만 각국마다 사정이 달라 인상의 폭과 속도는 차별화돼 있다.

물가 압력으로 인해 유로존에선 금리인상이 7월 정도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돼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유로존 정책당국자들 간에 빅스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ECB에 속해 있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자기 나라 사정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폭 논박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일단 자신은 빅스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주 "통화긴축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지금은 수요 증가 상황이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50bp 인상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중앙은행의 드 갈로 총재도 "지금 상황에서 위원들은 한번에 50bp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방안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ECB가 추진하는 건 통화정책 정상화일 뿐 긴축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라가르드나 드 갈로와는 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홀츠먼 총재는 24일 "ECB가 50bp 폭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퇴치하고자 하는 ECB의 의지를 모두에게 확신시켜야 한다"면서 "7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50bp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ECB 내에서 매파 위원으로 각인돼 있다.

라트비아 중앙은행의 마틴 카자크스 총재도 "0.5%p 인상 방안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ECB 내에서도 의견이 갈라져 있다.

■ 빅스텝이나 금리 동결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이번 금통위에선 금리 25bp 인상 가능성이 지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자율 시장에서 25bp 인상 전망이 강하며,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봐도 이 의견이 높다.

코스콤 CHECK(2710)의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총 680명 중 537명(79.0%)이 25bp 인상을 예상했다. 50bp 이상 인상 전망은 39명(5.7%)에 달했다. 동결 전망은 103명(15.1%)였다.

일단 한은 역시 당장은 빅스텝을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알린 상태다. 그렇다고 높은 물가 때문에 동결하기도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25bp 인상으로 전망이 모아졌다.

금리 인상 전망의 근거로는 당연히 '물가'가 꼽혔다. 이밖에 주요국 통화정책, 물가 카테고리로도 볼 수 있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움직임 등이 거론됐다.

A 증권사 중개인은 "다들 25bp 인상 뒤 총재가 할 말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최장신(192cm) 한은 수장인 이창용 총재 입장에선 빅스텝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일단은 베이비 걸음부터 먼저 떼야 할 듯하다.

한은의 한 직원은 "총재 키가 커 빅스텝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꼼꼼하고 일을 많이 시키는 스타일 상 스텝도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신임 총재가 시험지에 적어낼 답변은...

대학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의 답에 대해 채점을 했던 신임 총재는 자신의 답변이 어떤 채점표를 받을지 고심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시장에선 최대한 무난한 쪽으로, 즉 크게 알맹이는 없는 답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예상이 많이 보인다.

예컨대 빅스텝 질문에 대해 '물가가 급등할 경우' 등과 같이 조건부 답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한은 총재는 '당장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보면서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자신이 한 말이 있으니 빅스텝에 대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적으로 지금은 필요가 없지만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식으로 원론적으로 나오면 시장이 이번엔 도비시한 것으로 해석해 금리가 꽤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 증권사 딜러는 "물가 급등시 빅스텝도 가능하다는 원론적 얘기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빅스텝의 현실화 여부는 이창용 총재가 언급했듯이 4월 정도까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4%대, 아니 5%대 물가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제할 수 없는 사안’ 정도로 인식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그러나 "물가가 중요해도 가계부채 건전성 같은 다른 요인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점에서 1999년 기준금리 도입한 이후 유례가 없는 한국판 빅스텝 현실화는 신중할 것"이라며 "금통위 당일에도 관련 질문에 대해 총재는 ‘모든 가능성 측면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당장 대응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라는 정도의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 분위기에서도...소수의견은 과연 가능할까

빅스텝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한 상황에서도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지 관심을 갖기도 한다.

심상치 않은 인플레 압력 속에 비둘기파 주상영 위원이 어떻게 나올지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다만 지난 회의 때 주 위원은 회의를 주재한 뒤 자신도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금통위 내 의견이 더 다양해졌다고 했다. 시장은 주 위원이 전달하는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도비시하게 해석했다. 하지만 의사록에선 추가 인상 필요성 주장이 대세였다.

C 딜러는 "만약 만장일치 25bp 인상이 나오면 채권시장이 좀 부담을 가질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5bp 인상에 모두가 공감할 수 밖에 없어 만장일치가 이뤄지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D 딜러는 "지금은 만장일치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물가 때문에) 일단 7월에도 인상할 것으로 본다"면서 "소수의견은 그 이후에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삼 연구원은 "임지원 위원 퇴임으로 1명이 공석인 가운데 5명의 금통위원이 만장일치 인상에 동의할 것"이라며 "비둘기인 주상영 위원조차 인상을 지지할 정도로 고물가에 대한 경계심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금의 물가 수준을 보면 그간 금리인상 때마다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던 주 위원이 과거의 판단에 대해 겸연쩍어하면서 다시 소수자로 기록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추론도 보인다.

E 은행 관계자는 "주 위원은 그간 금리인상에 반대해왔다. 지금 물가를 보면 그의 입장에선 원죄 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그가 만장일치 25bp 인상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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