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6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25bp 인상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이라며 금리 추가 인상을 약속했다.
'당분간' 물가에 더 신경 쓰는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에 대해선 '수개월'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
따라서 다음 회의인 7월의 금리 인상을 포함해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재는 "지금 물가에 중점둬서 운용할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높은 건 확실하다"면서 인플레이션 조기 차단 의지를 여러번 강조했다.
한편 기준금리 50bp 인상, 즉 빅스텝과 관련해선 '특정 시점'으로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번 빅스텝 발언은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했다. 빅스텝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글로벌 물가 등 해외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 인플레 압력 조기차단 필요성 강조
다른 많은 중앙은행 총재들처럼 이창용 총재도 우선 중립수준까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았으며, 물가가 올라 실질이자율이 중립보다 낮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먼저 중립금리로 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새로 나온 데이터를 보면서 성장률·경제여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중립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에 중점을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2.7%(올해 전망치) 정도면 잠재수준을 상회한다. 아웃풋 갭이 잠재성장율을 따라잡았다"면서 "현재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했다.
아울러 성장의 상하방 위험과 관련해서 해외 쪽에선 연준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의 어려움 등 하방 요인이크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보면 추경,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소비 반등, 대기업 설비투자 등 상방 요인이 크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총재는 경기가 버텨주는 가운데 지금은 물가에 신경쓸 때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
총재는 "물가는 앞으로 수개월, 즉 5월, 6월, 7월은 5%를 넘을 가능성이 거의 확정되다시피 할 정도로 높다"면서 "물가 피크도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유가의 물가 기여도가 낮아지더라도 곡물가격이 높아질 가능성 때문에 물가에 대해 안심하기 이르다고 했다. 곡물가격은 올라가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총재는 "물가는 내년 초까지도 4%를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당초 이창용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4%대 물가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한은은 공식적으로 '내년 초'로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아무튼 총재는 물가가 고점을 지나더라도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총재는 "물가가 피크가 되고 나서도 상당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물가는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 친절하고 직설적인 총재...지금은 성장보다 물가에 집중할 때
총재는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에 집중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할 때가 아니라 물가 상방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했다.
총재는 "2.7%, 2.4%(내년 전망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보다 높은 것"이라며 인플레 제어에 힘써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물가가 5%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가면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어 금리인상 통해 기대심리를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성장률도 봐야 하지만, 초기에 인플레를 제어하지 못하면 향후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고 했다.
총재는 "4번 정도 금리를 올려 0.5% 정도 물가에 영향을 준다. 금리를 올리면 성장률에 영향을 주지만 물가 효과에 더 집중한다"고 했다.
특히 총재는 회견이 끝난 뒤에 종합적으로 '핵심'을 짚어주면서 뜻이 제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총재는 회견 종료 시점에 "금통위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현재까지 전개상황은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이라며 "이게 가장 중요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 한은 총재의 강스파이크...'기대 이상 매파적이고 직설적'
시장에선 신임 한은 총재가 기대 이상으로 직설적이면서 매파적이란 평가들도 나왔다.
한은 총재가 학창시절 배구 선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렸다는 평가가 보일 정도였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한은 총재의 의사소통이 상당히 명확했다"면서 "마지막엔 오해하지 말라고 정리성 멘트까지 해 주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일단 7월은 무조건 금리인상을 생각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물가 상황에 따라 50bp 인상 가능성도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7월 50bp 인상 전망은 과도하다. 일단 오늘 총재의 발언에서 7월에도 25bp 인상을 하니, 대비들 잘 하시라하고 조언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고 말했다.
아무튼 금통위 전 총재가 경기와 물가의 균형잡힌 접근을 얘기하기도 했으나, 이날 금통위에선 물가를 잡겠다는 뜻을 명확히 피력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 생각보다 물가와 관련해 세게 얘기를 해서 놀랐다"고 밝혔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면서 "일단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2.25~2.50% 수준으로 인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는 내년에도 추가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애널리스트들, '직설화법' 총재 맞이해 기준금리 상단 올리기도
총재의 직설적이고 매파적인 코멘트 이후 7월 추가 인상을 당연시하는 시각은 상당히 강해졌다.
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은 총재가 중립수준까지 일단 빠르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이 수준도 가늠해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립금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통위는 기준금리 타겟을 2%대 중반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인상 종료 지점을 2.25%에서 2.50%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2.5%의 기준금리라면 적정 국고3년 금리는 2.7~2.8%"라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비슷하게 성장보다 물가를 우선시하는 정책은 수익률 곡선을 플랫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7월과 8월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10월 혹은 11월 중 경제체력 뒷받침과 물가정점 여부를 확인하면서 2.50%까지 인상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은 연내 2.50%, 내년 상반기 2.75%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나 실제 하반기 물가와 경기를 확인해야 해 불확실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일단 한은이 하반기 2차례(7월과 4분기)의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해 연말 기준금리는 2.2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7월에 이어 8월에도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라면 4분기 추가 한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져 연말 기준금리는 2.5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물가가 피크를 치는 시점, 그리고 경기 둔화가 보다 가시화될 시점 등을 가늠하면서 계속해서 시장이 변동성에 휘둘릴 수 있다는 예상도 보인다.
김상훈 하나금투 연구원은 "선제 대응 차원에서 7월에도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올해 4.5% 물가 전망치를 역산할 때 3분기 중 물가 피크아웃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한은이 경계하는 식료품 가격이 문제지만 그만큼 수요 둔화로 인한 근원 물가 피크아웃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기준금리 2.0%부터는 순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수출 역기저 효과도 작용할 수 있어 성장 전망 추가 하향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은 중립금리는 2.25~2.50%로 예상된다. 6~8월도 시장의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해 보이며, 시장금리 하단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시기는 8월부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잠재력이 많이 훼손돼 중립 수준의 금리를 2%대 중반 등으로 높게 잡기 곤란하다는 진단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채권시장의 주요 관심은 한국의 중립금리 레벨"이라며 "오늘 한은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언급을 삼갔으나 우리는 이주열 전 총재가 언급했던 잠재성장률 수준인 2% 부근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7월까지 3연속 인상을 통해 2% 중립금리로 수렴시킨 뒤 8월 금통위에서는 경기 여건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이후 회의 때는 물가 상방 리스크보다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지는 시점이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0%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 총재의 매파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경한 뒤 시장의 상당수 플레이어들은 기준금리 2%대 중반을 열어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E 증권사 채권 딜커는 "올해 4번 남았다. 4번 중 3번 인상하면 2.5%"라며 "직설 화법의 새 총재를 맞이해 시장 플레이어들이 이젠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