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호주 중앙은행도 7일 빅스텝 금리 인상에 동참했다.
최근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뉴질랜드와 같은 선진국들도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호주는 예상(25bp 인상)을 깨고 금리를 50bp 올렸다.
상당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 제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빅스텝이 나오고 있다.
■ 호주도 50bp 인상에 동참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달 1일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해 1.5%에 맞췄다.
캐나다는 4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빅스텝 인상을 단행하면서 "물가 목표 2% 달성을 위해 필요시 더 강력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당장 인플레 압력을 잡는 게 급선무인 만큼 더 큰 보폭을 떼더라도 놀라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이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해 기준금리를 2.00%로 올려놓았다. 역시 두 차례 연속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다.
이날은 호주가 50bp 인상에 동참했으며, 기준금리는 0.85%로 올라갔다.
호주가 베이비스텝 예상을 깨고 빅스텝 인상을 단행하면서 호주 시장금리도 상승폭을 확대했다.
호주2년 국채 금리는 금리결정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서 오름폭을 4bp 대로 늘리더니, 50bp 인상 발표 뒤엔 상승폭을 전일비 15bp 이상으로 급격히 확대했다.
호주10년 금리는 인상 발표 뒤 장중 상승폭을 전일비 8bp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빅스텝 인상을 단행하거나 예상보다 긴축적인 모습을 강화하자 긴장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시장엔 호주 금리결정에 대한 경계감이 있었던 가운데 호주도 50bp를 올렸다"며 "중앙은행들이 시장 예상보다 더 긴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호주 '빅스텝'은 낮은 금리 정상화 차원
지난 4월 27일 호주는 올해 1분기에 CPI가 2.1% 올랐다고 발표했다. 3월의 전년비 상승률은 5.1%에 달했다.
이후 호주는 물가 오름세를 더욱 강조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호주는 자신들의 기준금리 수준이 낮다 보니, 이날 빅스텝을 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호주 RBA는 성명을 통해 "현재 호주 경제에 있어서 인플레 압박과 여전히 낮은 금리 수준을 고려해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이번에 금리를 50b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서는 "호주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상승했다"며 "비록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예전 전망치를 웃도는 인플레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혼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인플레이션의 가장 주된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국내적으로는 특정 섹터의 공급 여력 한계, 타이트한 노동시장, 연초의 홍수 등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개월에 걸쳐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폭과 인상 시기에 대해선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와 물가 및 고용 상황에 대한 RBA 전망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호주는 인플레이션이 추가적으로 상승하겠지만, 내년이 되면 2~3% 범위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전기와 가스 그리고 최근의 원유 가격 오름세 등을 보면 단기적으로 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고 했다.
■ 빅스텝 국가들의 한국 위협? 한국은 베이비스텝 무게 두긴 하는데...
호주는 금리 인상에 대해 "오늘의 금리인상은 팬데믹 기간 경기 부양을 위한 취했던 이례적인 조치를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경기 반등 탄력과 높은 인플레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조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수개월간 통화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호주 등 몇몇 중앙은행들의 빅스텝을 감안할 때 한국도 큰 걸음을 한 번 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 시장에선 이 가능성은 낮게 본다.
호주의 경우 기준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 하지만 아직 기준금리는 0.85%로 1%가 되지 않는다. 한국 기준금리는 호주보다 크게 높은 1.75%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호주 같은 나라는 워낙 금리 자체가 낮아 빅스텝을 취했다"면서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꾸준히 올린 상황이어서 빅스텝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선제적으로 올리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7월과 8월 모두 25bp씩 올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빅스텝을 취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두르는 주변국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회의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C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올해 매 회의 금리 25bp 인상 같은 베이비스텝 룰에 따라 움직이는 게 합당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뒤 연말 기준 금리 전망치가 2.25~2.50%로 모아졌던 가운데 이 관계자 말대로 올해 남은 4번의 기회에서 금리를 모두 올리면 기준금리는 2.75%로 오른다. 금리인상 전망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주목된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를 2.25%, 좀 많이 올리면 2.50%로 봤다. 이 수준이 유지되는 중이라면 지금 시장금리 수준은 과도하다"면서 "하지만 외국인이 4일 연속 3선을 1만개 넘게 팔면서 금리 상승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호주 RBA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