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IMF에 이은 WB의 성장률 전망 낮추기...엄중한 시기의 성장률과 물가 우려

2022-06-08 14:20:34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해 12월 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5%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2월 2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국제기구들의 글로벌 성장률 전망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IMF는 4월 19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3.6%로 수정해 제시했다.

IMF는 특히 1월에만 하더라도 먼저 전망을 제시한 OECD보다 낙관적인 5.5% 성장률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3개월만에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췄다.

이번엔 세계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더욱 낮췄다.

세계은행(WB)은 7일 성장률 전망을 2.9%로 제시해 1월(4.1%) 전망을 더욱 떨어뜨렸다.

■ 코로나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률...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전쟁 변수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9년 세계경제는 2.6% 성장했다. 선진국이 1.7% 성장하고 신흥개도국이 3.8% 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세계경제를 강타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은 -3.3%를 기록하면서 역성장했다. 선진 경제 성장률이 -4.6%, 신흥개도국이 -1.6%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2020년 부진에 따른 성장 기저효과가 나타났다. 2021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5.7%로 올라왔다. 선진국이 5.1%, 신흥개도국이 6.6% 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타격에서 좀더 벗어나는 해로 경기회복세 지속이 예상됐다.

하지만 러-우 전쟁이 발발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양상이 적지 않게 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으며, 공급망도 더욱 불안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측면에서 '긴축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은행도 성장률 전망을 2%대로 낮출 수밖에 없는 이유로 러-우 전쟁에 따른 파장을 거론했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가격 급등과 불안정성 심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개도국의 빈곤 악화 등이 나타났다"면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선진국의 통화 긴축정책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개도국의 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번 세계은행의 경제전망엔 한국 성장률에 대한 별도의 발표는 없다.

■ 코로나에 따른 한국 성장률...2%대 중후반은 문제 없다는 한은

한국은 코로나 발발로 2020년 -0.7%의 역성장을 기록한 뒤 지난해엔 4.1% 성장했다.

한은은 이날 2020년 국민계정 확정치와 2021년 잠정치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성장률은 0.1%p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72조원으로 전년대비 6.7%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048만원(달러화 기준 35,373달러)을 기록했다. 인당 GNI는 2020년 3만 2천불 수준에서 지난해 3만 5천불을 넘긴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에 따른 경제 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했던 가운데 잠재수준을 웃도는 경제 성장세는 계속 이어진다.

다만 러-우 전쟁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등장하면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졌다.

최근 각 기관들의 한국 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3%대 초반 수준에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전기비, 전년비 모두 속보치보다 0.1%p 하향 조정됐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6%, 전년비 3.0%를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잠정치)이 속보치 보다 낮아진 이유는 경제활동별로는 건설업(-1.0%p) 등이 하향수정됐기 때문이다. 지출항목별로는 건설투자(-1.5%p), 지식재산생산물투자(-0.4%p) 등이 하향 수정된 영향을 받았다.

다만 올해 들어 건설 자재값이 올라 건설업이나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은은 성장률 2.7% 수준은 달성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에 따른 거리두기 해제 등 일상 회복이 민간소비를 견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쳤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민간소비 중심으로 내수가 감소했으나 수출을 중심으로 한 회복 지속이 특징"이라면서 향후엔 소비가 성장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국장은 "매분기 전기대비 0.5%씩 성장하면 2.7%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올해는 민간소비 회복 지속이 예상돼 성장률 전망치인 2.7%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금은 경기둔화와 물가 우려 얽혀 있는 구간...당국자들은 '엄중한 시기' 거론

세계은행은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우려했다.

즉 1970년대 아랍국가들이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비롯된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따라서 지금은 정책적 대응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은행은 각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힘을 모으고 유가·식료품 가격 급등세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정책가들은 경기 둔화 가능성과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8일 "현재 경제·금융시장 전반에서 물가상승, 경기위축, 금융불안 등 어렵고 고통스러운 조합(toxic and painful combination)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개별적인 정책수단 활용이 제약적인 상황으로 재정·통화·금융당국간 긴밀한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금융위는 기재부·한은·금감원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상당수 정책당국이나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미국에선 특히 연준 뿐만 아니라 연준 의장 출신 옐런 재무장관이 계속해서 인플레 위험성을 강조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7일 "비록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를 정말로 희망하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현안은 높은 물가를 잡는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맞았다고 우려하면서, 고인플레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물가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한국은 경제구조가 대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어 경기를 우려하면서도 공급망 안정 등을 통한 물가안정 등을 강조하는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날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연 뒤 "지금 세계 경제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상황이며 세계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빠르게 진행되는 선진국 통화긴축 등으로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탈세계화 및 기술·패권 경쟁, 경제 블록화 등 가속화로 기존 세계경제 질서는 근본적 재편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문제에 따른 고물가가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금은 물가와 경기 상황, 글로벌 패권 게임 등이 한 데 얽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모양새다.

추 부총리는 "공급망 안정은 최근 글로벌 차원의 교란상황이 빈발하고 있어 경제안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면서 "공급망 위험의 포착단계에서부터 위기예방, 위기시 대응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접근이 긴요하다"고 했다.

부총리는 수입선 다변화, 생산시설 확충 등 민간의 노력에 정부가 재정·세제·금융·규제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급망 관련 3법'의 제정과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주식도, 채권도 계속해서 인플레 주시...ECB, 美CPI 주목

지금은 미국, 유럽의 인플레이션 강도와 이에 따른 정책 대응이 주목 받고 있다. 아울러 최근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세에 고민이 커진 ECB가 어떤 조치,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 모아져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선 인플레 압력 둔화, 그리고 이에 따른 통화당국의 긴축 스탠스 완화가 이어져야 기를 펼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은 여전한 편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가도 통화 긴축 스탠스가 완화돼야 멀티플 개선이 나타나면서 반등에 나설 수 있으나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는 트리거 등장이 올해 중은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반기 중 정책 스탠스 완화 시그널이 나타날 시기는 인플레 추세가 하향 안정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연방기금금리가 중립금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 이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히지만 조만간 나타날 물가 피크 아웃이 주식시장의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엿볼 수 있다.

박우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4월 PCE 물가는 전년비 6.3%로 여전히 높지만 3월의 6.6% 대비 0.3%p 둔화됐다. 기대인플레도 4월을 고점을 하락했으며, OPEC+의 증산 확대 합의도 유가 상승에 대한 간섭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지금은 물가 피크아웃 정황이 발견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물가가 피크아웃을 하는 구간엔 주식 투자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며 배당주, 소형주, 신흥국 주식, 가치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조만간 물가가 피크아웃을 하더라도 당분간 높은 물가로 인해 각국이 통화긴축을 이어갈 수 밖에 없어 부담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특히 채권시장은 당장 ECB 회의나 미국 CPI 결과에 따라 변동성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금리가 빠져 오늘 채권가격이 반등했지만 당장은 ECB, 미국 CPI 결과에 따라 다시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며 "세계은행 경제전망 둔화로 미국 금리가 빠져 오늘 국내 채권가격도 반등했지만 한계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물가도 8%를 넘어선 상황인 데다 국내시장 자체적으로 큰 손실로 매수 심리가 꽤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며 "유럽, 미국 이벤트 결과에 따라 다시 휘청일 수 있는 만큼 경계감이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은행 전망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이 재주목을 받았지만 ECB, 미국 CPI 결과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채권금리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란 평가다. 아울러 최근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팔면서 금리 상승을 견인한 만큼 이벤트 결과에 따른 이들의 매매를 다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보인다.

B 딜러는 "일단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들만 바라보고 있다"며 "현재 채권시장은 이들이 선물을 팔면 답이 없긴 하다"고 말했다.

자료: 세계은행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 세계은행 경제성장률 전망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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