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0.5%인 ECB 예치금리가 연말엔 1% 부근까지 인상될 것"이라며 "ECB 정책은 성장보다 인플레 억제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며, 향후 유로화 방향은 통화긴축 강도에 연동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ECB의 미래 통화긴축 강도가 유동적일 것이란 평가는 많다.
예컨대 재정 취약국 펀더멘털이 크게 악화되거나 천연가스 수급 이슈로 경제활동이 크게 부진해질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져 긴축이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는 3월 경제전망 당시 러-우 전쟁 시나리오별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며 금번 물가 전망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상회(5.9% vs 6.8%)한다"며 "이때 에너지 주도의 공급 측 물가 상승은 수요를 낮추는 일종의 긴축으로 작용하는데도, 3월 부정적인 시나리오 대비 금번 2022년 성장률 전망치는 긍정적(2.5% vs 2.8%)"이라고 평가했다.
OECD와 World Bank가 유로존 성장률을 각각 2.6%와 2.5%로 제시한 것과 비교해보면 ECB 전망이 다소 낙관적이라고 했다. 그는 금리인상 노이즈가 시장을 괴롭힐 수 있지만, 실제 9월에 빅스텝이 행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 유럽 이자율 시장, ECB '상당히 매파적으로' 해석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9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50bp 오른 3.044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01bp 떨어진 3.1647%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3.73bp 오른 2.7989%, 국채5년물은 5.02bp 상승한 3.0736%를 나타냈다.
미국채 시장은 ECB의 긴축 공식화 소식을 들은 뒤 단,중기 위주로의 금리 상승으로 반응했다. 다만 금리 상승폭은 제한됐다.
반면 유럽 국채시장은 ECB의 긴축 스탠스에 금리 급등으로 격렬하게 반응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7.65bp 오른 1.4275%를 기록했다. 2년물은 12.81bp 급등한 0.8236%를 나타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11.13bp 뛴 1.9830%, 2년물은 9.94bp 상승한 0.6405%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채권인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23.86bp 폭등한 3.6003%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2년물금리도 23.05bp 폭등했다.
스페인10년물 금리는 13.94bp 오른 2.6174%, 2년물은 17.91bp 뛴 1.1139%를 나타냈다.
유로존 금리인상 사이클 시작을 앞두고 맹주국 독일과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들간의 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즉 유로존에선 코로나 초기 이후로 국가별 금리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있는 모습이다.
ECB 이벤트를 지켜본 영국10년물 금리는 7.47bp 오른 2.3222%, 2년물은 6.54bp 상승한 1.8755%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지만, 유로존 통화정책 변화에 크게 반응한 모습이다.
ECB가 같은 존(zone) 내의 힘든 나라 채권을 적극적으로 소화해주는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금리인상을 공언하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금리는 유로존 2강인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크게 뛸 수밖에 없었다.
■ ECB 결정, 외환시장의 이자율 시장과는 다른 온도차 이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와 대비한 달러인덱스는 0.7% 상승해 이틀 연속으로 올랐다.
ECB가 향후 긴축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금리를 동결했던 ECB 회의 결과를 도비시하게 해석했다. 미국 5월 CPI 발표를 앞둔 경계감 속에서 달러는 유로화 대비 강세폭을 오히려 확대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대부분 오른 가운데 테크주 위주로 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인 점이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컸다.
9일 미국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73% 높아진 103.28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91% 낮아진 1.0617달러, 파운드/달러는 0.34% 내린 1.2493달러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선 ECB의 금리인상 예고를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금리인상 루트로 해석하지 않았다.
일단 외환시장에선 ECB의 금리인상 예고를 전망보다 도비시하게 해석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 분위기면 여전히 글로벌 강달러 흐름 지속, 위험자산 회피 심리 등으로 분위기가 모아져 유로존 투자 자산들이 각광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물론 미국 CPI 경계감에 따른 연준 금리인상 강도가 드셀 것이란 부담도 작용했다. 이러다보니 ECB가 금리인상을 공언했지만, 미국 물가에 대한 부담이 더 큰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보였다.
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CPI 경계감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면서 "ECB에서 빅스텝 얘기가 나왔지만, 미국 통화에 비해 유로화가 고개를 숙인 것은 연준 금리인상 강도가 예상보다 강한 반면 ECB는 경기 우려 등으로 기대 만큼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 연준과 ECB의 패를 본 한은이 나타낼 흐름은...
이날 이창용 총재는 '현재 시점'에서 더 이상 한국이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빅스텝까지 동원해 적극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은 총재는 먼저 출발(금리인상 단행)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와 경기의 상충관계가 주는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총재는 "지금 한국은행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 경제는 방역조치 완화와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물가상승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총재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기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가 더욱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정책여건 하에서 한국의 통화정책 운영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성이 중차대한 시험대에 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3% 수준의 오름세를 나타내었을 당시 우리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더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재는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성장과 물가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운용의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한은 총재의 관점은 당분간 적극적인 금리 인상, 혹은 금리 인상 지속에 맞춰져 있다. 7월을 포함해 한은이 당분간 금리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물가, 경기를 감안할 때 일단 한은은 25bp씩 수차례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은이 지난해 여름부터 5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경기보다 물가안정이 우선인 시절인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은 계속될 수 있다.
물론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린 데다 정책금리 레벨도 높아 지금으로선 빅스텝 필요성이 높지 않다. 올해 남은 기간 정책금리 인상에 대해 적게 보는 쪽은 2번, 많게 보는 쪽은 4번 정도까지도 보고 있다.
물가나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지 않는다면 올해 남은 4번 회의에서 계속해서 50% 이상의 확률로 금리인상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25bp 인상폭을 기본적인 '디폴트'로 가져가는 가운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올릴지는 봐야 한다. 아직 빅스텝 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한은의 한 직원은 "우리의 경우 지금으로선 물가가 6%대로 나올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은 물가가 8%를 넘어서니 빅스텝 얘기가 나오는 데 우리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다만 물가가 5%대 중반 근처로 올라온 데 따라 인플레 압력이 만만치 않아 한은도 계속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2.25%, 2.50%, 2.75% 등 어느 선까지 올릴지는 현재 금통위도 모르며, 결국 물가와 성장 등 각종 경제지표와 다른 나라 통화정책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