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5월 CPI 충격에 휩싸인 국내 금융시장

2022-06-13 11:03:36

자료: 11시49분 현재 금리시장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49분 현재 금리시장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를 묵살했다.

CPI가 예상을 웃돌면서 3월 수치를 넘어서자 금융시장은 다시금 인플레이션 허들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에선 '향후 빅스텝 3회 연속 지속'이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등도 거론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미국 CPI 급등으로 채권과 주식 가격이 동시에 폭락했으며, 달러 강세 구도가 강화됐다. 미국 물가지표는 여파는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채권과 주식 가격 급락,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 41년래 최고 수준으로 오른 CPI...피크아웃 기대 묵살당해

미국 노동부는 10일 5월 CPI가 지난해 5월보다 8.6% 상승해 1981년 12월 이후 41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 예상치인 8.3%를 상회한 것이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음식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로 6.0% 상승해 예상치인 5.9%를 소폭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CPI가 1.0% 상승했고, 근원 CPI는 0.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도 예상치인 0.7%, 0.5%를 각각 상회한 것이다.

주거비, 휘발유, 음식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CPI 상승세를 이끌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로 3.9%, 전년 동월 대비로 34.6% 급등했다. 하위 분류상 연료유가 전월 대비 16.9% 급등해, 전년 동월보다 106.7% 폭등했다.

CPI에서 3분의1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로 0.6% 상승해 2004년 3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5.5% 급등해 199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음식 가격도 전월 대비로 1.2%, 전년 동월 대비로 10.1% 급등했다.

미국 CPI가 지난 3월(+8.5%) 고점을 넘어서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감을 묵살해 버리면서 연준이 인플레와 관련해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FOMC 이후 주요 경제 데이터가 긴축 필요성을 강화하고 있다.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견조했고 소비자물가는 고점을 갱신했다"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금번 드라이빙 시즌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인플레 압력이 단기간 둔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이외 국가들도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에서 연준은 계속 '세게'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호주는 깜짝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고 ECB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ECB의 경우 11년만에 인상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빅스텝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며 "연준은 5월 FOMC에서 6, 7월 50bp 인상을 예고했으나 글로벌 긴축 가속 환경을 고려할 때 더 강한 긴축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9월까지 빅스텝 지속과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향후 3연속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 거론

미국 CPI가 발표된 뒤 미국에선 7월 FOMC 회의에서 75bp 인상을 할 것이란 전망도 늘어났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현재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7월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는 것을 50 대 50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어쩌면 이번 주 회의에서 서프라이즈가 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바클레이즈와 제퍼리스LLC는 "연준이 빠르면 6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조나단 밀러 등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 연준은 6월 FOMC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50bp 인상보다 더욱 인상폭을 확대해 시장을 놀래킬 만한 좋은 명분을 갖고 있다"면서 "연준의 강한 긴축은 6월이나 7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들은 6월 15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75bp 올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5월 CPI가 연준을 더욱 강한 긴축으로 이끄는 게임체인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미국의 5월 인플레가 예상보다 가속됐고 지역 연준의 대안 지표들도 인플레 확산 위험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인플레 완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이번주 FOMC에서 75bp 인상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 25bp의 베이비스텝으로 회귀하는 시점도 11월 이후로 미뤄지고 최종 기준금리도 3%대 중반 이상으로 높아질 위험도 상승했다"면서 "인플레 둔화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어도 정점은 지났다는 확신이 들어야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텐데, 당분간 우려감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이 혹시 75bp로 나온다면 한은은...

이런 가운데 미국이 만약 75bp 인상을 통해 거인의 걸음을 떼게 되면 국내 통화당국도 변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현재로선 빅스텝(50bp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이 문을 완벽하게 닫은 것은 아니다. 한은은 물가와 미국의 정책 등을 보면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한국의 금리결정회의가 4번 남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2~4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매 회의 50% 이상의 확률로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다음달 회의의 25bp 인상이 컨센서스다.

한은의 긴축 강화 여부는 조건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은이 베이비스텝 룰 대로 금리를 꾸준히 올리는 스텝을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물가 6%대 진입이나 연준 75bp 인상과 같은 일이 현실화되면 사람들의 심리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현재로선 한은의 빅스텝보다는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에 보다 관심이 모아진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7월과 4분기 중 추가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지만, 더 높아진 연준의 긴축 우려와 한은 총재의 물가 통제에 대한 의지를 감안할 때 7월과 8월 그리고 4분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올해 남은 기간 25bp의 폭으로 2번 혹은 3번 인상을 예상하던 사람들이 3번 혹은 4번 인상으로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가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 우려가 높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나라들이 큰 걸음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국이 먼저 올린 데 따라 여유를 부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총재는 특히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혀 기대 인플레 제어의 중요성을 웅변했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해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 급등에는 석유류뿐 아니라 가공식품, 외식 등 수입물가 압력에 편승한 근원물가 상승도 기여했다.

다만 당장은 한국이 빅스텝을 고려하거나, 기준금리 인상 레벨을 3%로 잡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근원 CPI 상승분 중 40%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에 해당한다. 앞으로 수입물가에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비용상승형 인플레 압력이 크다는 것은 한은이 연준 방식의 금리인상을 선택했을 때의 실효성이 낮음을 의미해 연말 기준금리는 2.50%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한은 금리결정에 있어서 미국의 긴축 강도에 따른 금리역전폭 역시 관심사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콜금리 포함) 역전폭이 가장 컸던 시기는 2001년의 150bp였다. 최근 역전폭이 가장 컸던 시기는 2019년 7월의 100bp였다.

한국 기준금리 1.75%, 미국 0.75~1%인 상황에서 향후 역전폭이 100bp 정도로 벌어지면 국내시장의 긴장감이 커질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미국의 긴축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일단 이번주 FOMC를 확인해야 할 듯하다.

■ 휘청이는 금융시장...이자율 시장, 해외금리 급등 속 그로기

미국 CPI 파장으로 국내 금융시장도 그로기에 몰렸다.

국고2년, 3년 등의 금리는 20bp 넘게 폭등했으며, 전 구간에 걸쳐 금리가 10bp 넘게 급등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2.5% 넘게 밀려 2,500대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코스닥은 3% 넘게 급락하는 850선을 하향돌파했다.

달러/원 환율은 20원 가까이 폭등하면서 5월 12일 기록한 연중 고점(1,291.50원)을 향해 재차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이자율 시장은 보는 그대로다. 산소호흡기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한은이 단순매입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금리 급등이 글로벌 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어서 당국에 기대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 CPI 발표 후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일 11.65bp 급등한 3.1611%, 국채2년물은 26.63bp 폭등한 3.0652%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10일 8.77bp 뛴 1.5152%, 2년물 금리는 14.32bp 뛴 0.9668%를 나타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2.03bp 점프한 2.4425%, 2년물은 21.08bp 상승한 2.0863%를 나타냈다.

그간 시장에선 매력적인 절대금리나 기준금리 인상 기반영 등을 근거로 더 밀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지만, 다시금 묵살이 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심리는 더 움츠려들었으며,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워졌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현재로선 이자율 시장이 회생할 기미가 없다는 게 더 무서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딜러는 "타격이 너무 크다"면서 "일단 가든 안 가든 연내 기준금리 3%를 감안해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 주식시장도 '조심스러운 접근' 필요성

주식시장도 크게 휘청이고 있다. 전세계가 미국 등 주요국 금리인상에 주눅이 든 상황이다.

지난 10일 미국 다우지수는 880.0포인트(2.73%) 하락한 3,1392.8, S&P500은 116.96포인트(2.91%) 내린 3,900.86, 나스닥은 414.20포인트(3.50%) 낮아진 11,340.02를 나타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파적 스탠스가 우세할 6월 FOMC에서는 주식시장 반등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과 공급망 차질 완화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의 장부가 화회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익 전망이 의심을 받을 때 PBR 1배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면서 "침체 우려를 가격에 반영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KOSPI PBR 1배 하회 가능성은 상존하며, 침체 우려를 덜어내려면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의 경우 금리인상 강도 강화와 함께 경기둔화도 크게 우려하는 중이다. 사실 긴축으로 인한 경기 둔화는 시간 문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의 6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0.2였다. 이는 5월 58.4대비 큰 폭 레벨다운된 수치이며, 전망치 59를 크게 하회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사상최저치로 1980년 불황 당시 저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이은 소비심리 쇼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힘을 실어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 와치 기준 6월 FOMC의 자이언트 스텝 확률이 9일 3.6%에서 23.2%로 레벨업됐고 7월 FOMC의 자이언트스텝 확률은 45.1%로 급등했다. 100bp 인상 확률마저 0%에서 9.5%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심리 쇼크도 가세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식시장이 악재와 불확실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매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 악재들의 재부상이 주식시장의 새로운 하락추세를 야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시장이 또다시 공포심리에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실적 전망이 꾸준히 상향조정 되고 있다. KOSPI 12개월 선행 PER 9.5배(3년 평균의 -2표준편차)가 2,600p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향해 미끌어진 지금 상황에서 추가 매도의 실익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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