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미국이 강도높은 금리 인상을 단행해 강달러 시대가 이어지면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가 초래되는 일이 많았다.
다만 지금은 신흥국도 '취약한' 신흥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로 나눠서 살펴보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과 같은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흥국의 경우 연준 금리정상화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터키, 아르헨티나, 헝가리, 이집트, 남아공, 태국 등과 같은 나라는 재정이 취약하거나 대외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또 이런 나라들은 외환보유액도 부족해 미국 금리인상 등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부채를 늘린 나라들은 물가, 금리,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이자 부담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많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주요 신흥국 3분의 2가 에너지 순수입국인 가운데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도 있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신흥국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러-우 전쟁 등 악재가 발생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등 불안감이 대두됐다"면서 "물가 상승 지속에 따른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된 데다 부채 누적으로 이자부담이 커져 공공재정과 민간부문의 재무건전성 부실 우려가 부상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대외수요가 위축되면 미국 통화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대외부채 상환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선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위기가 나타나더라도 특정 국가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남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촉발됐던 과거 위기에 비해 지금의 신흥국들은 전반적으로 펀더멘털이 개선됐다"면서 "일부 취약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단기내 위기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다만 저소득 개발도상국의 부채 위기는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경우 취약 신흥국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그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미국 긴축 강화 속에 한국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자가 빠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계감도 작용한다.
A 매니저는 "선진국 통화긴축 강화 속에 외국인은 올해들어 코스피시장에서 30조원 넘게 팔고 있다. 선진국 긴축 우려가 커진 6월 들어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순매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이날 현재까지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순매도 규모는 39조원을 넘어서 곧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 힘든 여건 속 주식시장 희망 찾기...미국, 그리고 한국
두려움이 주식시장을 휘감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리고 머물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의 바닥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는 진단들도 많다.
지금 분위기라면 연준이 확실히 '언제' 긴축을 중단한다는 언지를 줘야 상황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들도 나온다.
하지만 긴축 우려를 시장이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보는 쪽에선 저가매수를 타진하기도 한다.
아울러 지금은 인플레 압력이 드세다보니 연준이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페드풋'을 못하지만, 현재의 시장 반응이 지나쳐 정책 강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빅 스트레티지스트는 "주식과 외환시장을 놀라게 한 채권 금리 급등세는 너무 과도하다"면서 "연준이 덜 호키시한 정책으로 투자자에게 감동을 주고 경기 연착륙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6월 FOMC는 50bp 인상할 것으로 본다. 지금의 금리시장 가격 재조정 수준은 너무 과했으며, 이번엔 연준이 다소 도비시한 입장을 내놓아 시장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콜라노빅은 미국 기관투자자 설문조사에서 주식 전략가 중 1위를 기록했던 인물이다. 그는 연말까지 주가가 회복을 하면서 연초대비 보합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 CPI 발표 이후 이번 FOMC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상당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저가매수를 권유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현재 미국의 정책과 금융시장 움직임에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악재를 반영했다는 쪽에서 이런 주장을 편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10배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2,500대 지수는 충분히 저가매수 메리트가 있다"면서 "지금은 투자심리가 과하게 위축돼 있으며, 적어도 추격 매도를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C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주가가 바닥으로 온 것 같기는 하다. 다만 FOMC 회의 결과를 보고 고민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식시장의 '희망찾기'에 반대하는 쪽에선 지금은 높은 물가에 따라 긴축 강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고, 경기침체 역시 시간문제여서 싸다는 관점에서 주식 매수로 접근하는 것을 무모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