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FOMC의 기준금리 75bp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명 투자자, 전 연준 관계자 사이에선 이번에 확실히 금리를 올리면서 연준이 신뢰를 확보하는 게 낫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시장도 이미 75bp 인상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FOMC에서 75bp를 인상한 뒤에도 큰 폭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 또한 힘을 얻었다.
이러자 3일만에 미국채10년물 금리가 40bp 넘게 폭등하는 등 무서운 금리 상승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
■ 이번 75bp가 끝이 아니라는 예상
14일 CME Group의 Fedwatch Tool에 따르면, 연준이 6월에 정책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이 97.1%에 달했다.
75bp 인상에 대한 전망이 지난주 3.9%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최근 급격한 전망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주까지 거의 확실해 보이던 50bp 인상 확률은 2.9%로 떨어졌다.
문제는 자이언트스텝 전망이 이번 회의를 끝으로 사그라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7월에도 75bp 올릴 것이란 전망이 94.4%에 달했으며, 9월과 11월엔 50bp씩 올릴 것이란 전망이 61%, 55%에 달해 절반을 넘었다.
향후 전망이 다시 달라질 수 있으나 최근 단기간 미국시장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알 수 있다.
최근 금리인상 전망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골드만삭스 등 금융사들 사이에선 6월, 7월 '연속 자이언트스텝'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블랙아웃 기간 당분간 입을 봉쇄당한 연준 관계자들 대신 전직 연준 관계자가 75bp 인상을 옹호하기도 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14일 "연준이 이번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듯하다"며 "연준이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긴축에 속도를 올리려는 노력 중에 있다"고 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뉴욕 연은에서 통화정책 오퍼레이션을 책임진 연준 핵심 인사였다.
그는 "지난주 5월 CPI가 너무 높게 나온 점과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게 나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이 더욱 강한 긴축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해석했다.
시장의 유명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기왕 이렇게 된 이상 확실히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창업자는 15일 "연준이 100bp씩 금리를 계속 올리는 것이 낫다. 공격적 액션이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줄 것"고 밝혔다.
그는 "연준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하는 75bp 금리 인상이 아니라 이번 6월 FOMC 회의, 7월 그리고 이후에도 100bp씩 금리를 올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급등을 용인했다. 이제 공격적인 긴축이 요청되고 있으며 실제로 공격적 긴축이 시장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확대하면 더욱 빨리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수 있다. 그러면 이후 완화정책을 시작할 수 있고 시장은 더욱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배려해 금리인상폭을 제한적으로 가져가다가는 금리인상 기간, 그리고 고통의 기간만 길어질 수 있어 차라리 빨리 급격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 놀라운 금리 폭등
미국 금리는 십수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정책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2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 10년물 금리는 2011년 4월 이후 최고수준이다.
지금의 금리 수준을 찾으려면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금리 상승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두드러진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5%를 바라보고 있으며, 2년물 금리도 3.4%를 넘어섰다. 급격한 금리인상 우려에 커브는 누웠으며, 미국채 금리들은 3.5% 내외에서 형성돼 있다. 5년이 3.59%, 10년이 3.48%, 30년이 3.43%로 커브가 눌리면서 미래의 경기 둔화를 예비하고 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일 연속 상승했으며, 상승폭은 49.72bp에 달했다. 하루에 10bp 가량 급등한 모양새이며, 특히 최근 3일간은 43.35bp 폭등했다.
지난 달 말 2.5484%에 머물러 있던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이달들어 14일 현재, 즉 10거래일만에 86.99bp 폭등해 3.4183%로 올라와 있다.
인플레 우려와 미국의 금리인상 스탠스에 독일 10년물 금리는 5일간 45.59bp 오르는 등 다른 나라 금리들 역시 크게 올라온 상태다.
■ 경기둔화는 일단 멀리 있다...'한국도' 지금은 인플레 압력 제어에 주력해야 할 때
각국 통화당국은 경기둔화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 당장은 인플레 제어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연일 물가안정을 일단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하고 있는 중이며, 한은 금통위도 마찬가지다.
전날 공개된 5월 26일 개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사람을 빼면 금리인상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금통위원들도 대체로 이런 입장이었다.
금통위원 중 한 사람이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글로벌 총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나머지는 물가 우려에 무게를 실었다.
예컨대 일부 위원은 통화정책 선제대응 필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위원은 완화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성장세는 잠재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물경제 회복세를 현저히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물가에 방점을 둔 정책 운용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금통위는 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강하게 웅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제 50bp 인상이 '도비시 서프라이즈'...75bp 인상 후 추가 자이언트스텝 거론되면 또 다시 '위기'
FOMC의 금리인상 '폭'에 대한 전망이 CPI 발표 후 며칠만에 다이나믹하게 바뀌었다. 이제 자이언트스텝이 컨센서스가 됐다.
따라서 연준이 시장을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일지, 혹은 물가에 대해 더욱 큰 경계감을 나타낼지에 따라서 금융시장 변동도 불가피하다.
예컨대 50bp 인상이 채권, 주식 등에 강세 요인이 될 수도 있으며, 75bp 인상 후 코멘트에 따라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도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연준이 50bp 인상 후 인플레 둔화 자신감을 보여주느냐, 아니면 75bp 올린 뒤에도 물가 경계를 풀지 않느냐에 따라서 시장 반응은 판이할 수 있어 섣불리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될 경우 한국의 금리인상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는 베이비스텝 지속에 무게가 실려 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결국 미국이 3.5%나 3.75%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느냐가 문제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 2.75%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보는데, 빅스텝까지는 무리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C 증권사 딜러는 "미국이 75bp 인상으로 나온다고 당장 우리가 50bp 인상과 같은 빅스텝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한은이 연준 스탠스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전망이 변할 수도 있는 만큼 지켜보자는 입장도 보인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때 이창용 총재가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제시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