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1.5~1.75%로 75bp 인상했다. 이번 인상에 대해 11명의 위원들 중 10명이 찬성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50bp 인상을 주장하며 자이언트스텝에 반대했다.
이번 금리 인상폭은 1994년 이후 28년만에 최대였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당장 7월엔 50~75bp 인상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번 금리결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75bp 인상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했다.
파월이 '흔치 않은'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보이자 시장에선 당초 예상한 것보다 도비시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채 금리는 20bp 내외씩 급락했다.
다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의 결의를 다졌다.
FOMC는 성명서에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강하게 전념할 것"이라고 문구를 새로 삽입했다.
■ 연준 전망 '신뢰'한다면 올해 금리인상 경로는 75bp, 50bp, 25bp, 25bp
연준의 스탠스는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그들의 경기, 물가 전망, 그리고 금리전망에서 잘 나타난다.
연준은 22~23년 성장률을 1.7%로 제시해 3월 대비 각각 1.1%p, 0.5%p 씩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것이다. 실업률은 24년에 4.1%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물가를 잡는 게 급하기 때문에 이처럼 가시적인 성장률 훼손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PCE 물가 전망은 5.2%로 3월에 비해 0.9%p 올렸다. 내년엔 2.6%p로 3월 전망 대비 0.1%p 낮게 잡았다. 근원 PCE물가는 각각 4.3%, 2.7%로 3월에 비해 0.2%p, 0.1%p 올렸다.
이런 전망 구도에서 연준 점도표의 중앙값은 올해 3.375%, 내년 3.75%, 내후년 3.375%로 찍혔다. 장기적인 기준금리 전망은 2.5%다.
중앙값을 단순 감안할 때 올해 필요한 추가 인상분은 175bp, 내년 38bp 수준이다. 물론 이후 24년엔 23년의 인상분 38bp를 다시 인하하는 그림이다.
연준 점도표에 신뢰성을 부여하면 대략 정책금리 최종수준은 3.5~4.0% 정도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4번 남은 금리결정회의에서 175bp를 올려야 한다고 가정하면 75bp, 50bp, 25bp, 25bp 혹은 3번의 50bp 인상과 연말 25bp 인상을 감안할 수 있다.
다만 연준이 '최대한 빨리' 인플레 압력을 제어하려는 중이라고 해석한다면 7월 75bp 인상에 무게를 둘 수 있다.
■ 미국 분석가들, 연준 물가 전망 '의구심' 표명...금리 고점 찍었다고 자신하기도 어려워
미국에선 점도표가 대폭 상향돼 연준이 최종 4% 정도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여전히 연준 전망이 나이브하다는 비판도 보인다.
특히 연준의 핵심 인사였던 윌리엄 더들리 전 연준 부의장은 물가전망이 낙관적이라고 보고 있다.
더들리는 "연준 정책금리가 4~5%로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은 7월 추가적인 75bp 인상을 예상하면서 최종 기준금리를 3.5~3.75%에서 4~4.25%로 상향했다.
연준의 물가전망이 지속적으로 틀려온 데 따라 24년 금리인하 등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보였다.
BofA는 "연준의 24년 금리인하와 경기 연착륙 여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최종 금리 전망을 4.15%로 상향조정했다.
JP모간은 드라이빙 시즌 등으로 인해 미국의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상회하면 물가가 1%p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OMC의 75bp 금리인상 뒤 파월 의장은 이같은 인상폭이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금융시장을 달랬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는 20bp 내외로 폭락하고 나스닥은 2.5% 뛰었다.
하지만 물가와 경기 전망 모두 상당히 불확실하다. 일단 물가가 예상 만큼 둔화되기 어렵다는 시각과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강한 편이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성택·홍서희 연구원은 "1분기 물가 정점론이 오류로 판명난 것처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보복소비 등에 따라서는 3분기 이후에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원들은 미국 BofA의 10년물 국채금리 고점 도달 시기에 대한 설문 결과, 고점 이미 통과의견 10%, 2022년 중반 15%, 2022년말 48%, 2023년말 19%로 나뉘어진 상황이라며 시장금리 상방 위험도 계속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 한은, 빅스텝 배제 못하는 상황...상황 따라 금리인상폭 유동적인 국면
이날 아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경호 부총리와 회의를 가진 뒤 7월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선 "물가안정에 집중할 것이란 추경호 부총리의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 뒤 "빅스텝 조정에 대해선 다음 금통위까지 3~4주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의심을 가졌던 '임시금통위'에 대해선 "아직 고려한 바 없다"고 답했지만, 50bp 인상 가능성을 닫지는 않은 것이다.
지금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시기이기 때문에 한은 총재가 특정한 방향으로 미래를 고정할 수 없는 상황이란 평가도 보였다.
한은의 한 직원은 "그간 시장에서도 물가 6%, 연준 75bp 인상 시 한국의 50bp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상기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금통위가 25bp 올릴지, 50bp 올릴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물가나 대외금리 움직임, 연준의 추가 75bp 인상 가능성 등을 보면서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두는 게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했다.
■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대 곧 도래...금리역전과 의심스런 중앙은행 능력에 시장은 계속 불안정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떼면서 한국과 미국(상단기준)의 기준금리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점도표를 감안해 올해 연준이 175bp를 더 올린다고 보면 한은이 25bp씩 세번 올릴 경우 정책금리는 100bp 수준으로 역전되기 때문에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과거 한미 정책금리가 150bp까지 역전된 적도 있고 단순히 금리 역전만으로 자본유출을 논하기는 어렵다. 정부나 한은 모두 이런 생각은 갖고 있다. 다만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후 '경제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한미 금리 역전으로 과거엔 바로 자본유출이 나타나지 않았고 자금이 더 들어오기도 했다"면서 단순히 내외금리차 때문에 자금유출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은 경험적으로 옳지 않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내외 금리차에 따른 상황을 지켜보자"면서 조심스러워 했다.
아무튼 조만간 한미 정책금리 역전의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엔 긴장감도 형성됐다. 이 문제는 한은의 빅스텝 문제와도 연결된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곧 정책금리 역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은 역시 일단 한번 빅스텝을 취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이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금리 추가 인상 때문에 짧은 구간이나 크레딧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진정한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도 "단기구간이 불안하고 50bp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시장도 막 달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장중 강세를 반납했다"고 했다.
C 증권사 딜러는 "연방기금금리 4% 이상을 보는 곳들도 꽤 있다. 미국도 그들의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신뢰를 못하니 불안감이 잘 걷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파월 발언 때문에 미국채 금리가 급락하긴 했지만, 다음 번엔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자료: 국제금융센터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