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11시20분 현재 국채선물, 국고채 금리 동향...출처: 코스콤 CHECK[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최근 시장금리들이 2010년대 초반 이후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급등한 뒤 '단기구간과 크레딧 안정 없이 시장 안정 없다'는 시각과 '납득하기 힘든 지나친 금리 오버슈팅'이라는 시각이 맞섰다.
단기구간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 데는 빅스텝 우려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년 이하 단기물이나 크레딧 등이 맥을 못 추면서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단기구간 불안으로 전체 시장이 흔들렸지만, 중장기 금리도 속등한 뒤 시장 반응이 너무 과하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현재의 오버슈팅한 금리는 되돌림이 불가피할 것이란 인식도 적지 않다.
■ 다음 이벤트에선...연준 75bp, 한국 50bp 전망 강화
연준의 연이은 75bp 인상 가능성 사이에 놓인 한은 7월 통화정책회의의 금리인상폭은 50bp가 무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크게 늘었다.
매파적인 연준의 스탠스와 물가 부담 때문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5.4%)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계속 커져갈 한미 금리 역전폭을 감안할 때 한은도 일단 여유를 부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중앙은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남아 있으나, 지금은 물가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시기다. 이에 따라 당장은 모두가 아는(?) 경기침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래 경기침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 다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때가 아니지 않느냐"라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일단 물가 제어와 관련해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존재 증명 차원에서도 무조건 금리를 올려 물가 예봉을 꺾어야 한다. 미국이 연달아 75bp를 올리는 분위기인데, 이러면 한은의 50bp 인상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이자율 시장, 분위기 개선 가능성은
이날 시장은 장중 초반의 가격 낙폭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과도하게 밀린 탓에 저가매수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단기구간이 일그러지면 시장 전반이 흔들린 탓에 조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선물 고평이 나서 그런지 일단 2,3년으로 매기가 붙어서 이전과는 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입찰을 잘 넘기고 하면 분위기가 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장이 안정될지 여부는 일단 내일 11시30분 선물 만기가 지나고 판단하는 게 나을 듯하다"면서 여전히 각국의 긴축 강화 부담을 극복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금리는 대폭 뛰었다.
지난달 말 거의 3% 수준에서 마무리한 국고3년 금리는 지난주말 3.7%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국고10년도 3.7%대 후반이어서 커브는 크게 눌렸다.
전체적으로 기준금리를 3% 위로 계속 올린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모양새다. 연말 기준금리 3%를 위해선 올해 남은 4번의 금리결정회의에서 모두 인상 결정을 하고 그 중 한번은 빅스텝을 취해야 한다.
■ 레벨 메리트 불구 제어하지 못하는 두려움
최근 단기구간이 크게 망가지면서 전체 시장이 냉각되는 양상이 빚어졌다.
빅스텝 우려 등으로 단기가 안정이 되지 않으면서 레벨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시장이 분위기를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D 은행의 한 딜러는 "단기나 크레딧이 불안해 전체 금리가 급등했는데, 아직 안정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 아닌가 한다"면서 "끊임없이 당해왔기 때문에 여차하면 다시 망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단기구간들이 빅스텝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휘청거렸으며, 이는 전체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빅스텝, 더 나아가 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올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추가적인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C 증권 관계자는 "미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경기 둔화를 감수한다고 할 정도이니 생각보다 미국 금리인상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이 생기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도 7월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준에서 비둘기로 통했던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다음번 75bp 인상을 지지하고 월러 이사도 75bp 지지발언을 했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물가안정에 올인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올해 연말 4~7%로 금리를 올려야 고물가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물가 잡긴 어렵지만...미국 따라 가는 데 한계도
시장 일각에선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예상보다 크게 올리지만 물가가 잡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엿보인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은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한국도 무조건 큰폭의 금리인상으로 쫓아가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주식이 큰 폭으로 밀리면 한국도 무조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의 물가는 금리를 인상한다고 크게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400선을 내주고 2,300대로 고꾸라졌다. 지난해 7월 3,3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이제 고점 대비 1천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위의 딜러는 "러-우 전쟁이 끝나야 물가도 잡히지 않겠느냐"라며 "모든 자산 수익률의 마이너스가 극심해져 대공황식 침체가 나타나야 물가가 잡힐 수도 있다"고 했다.
당장은 한은도 적극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으나 이후 망가지는 경기를 보면서 관찰 단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리전망을 7월 50bp, 8월 25bp 인상으로 상향조정한다"면서도 4분기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몸살에 걸린다. 이는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둔화가 한국 경기에 가장 큰 하방 리스크이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긴축은 그 자체로 한국 경기와 수요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선도금리 시장과 유로-달러 선물 시장은 한국과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반영 중"이라며 "한국도 물가와의 전시(戰時) 상황임은 인정하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 커브 눌림은 계속될 수 있는 상황
지금은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금리를 올리는 중이라는 평가도 늘어나 있다.
금리는 경기가 버틸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려는 중이지만, 물가 때문에 중앙은행이 지금의 인상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빅스텝이 유행하는 가운데 한은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따라서 미래의 경기 침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커브는 더 누울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긴축은 침체를 가져올 것이고 금리 수준이 경제 체력 대비 높다는 것을 중앙은행은 이미 알고 있다"면서 "그래야만 인플레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좁혀진 10-3년 스프레드는 더 좁혀져야 하고, 마이너스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중 다가올 위기시 금리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인 후 급락하는 흐름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변동성 하에서 당황하지 말고 과거 경험을 참고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D 은행 딜러도 "지금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 자신들도 모른다"며 "결국 커브가 눌리고 역전되는 일은 비교적 자명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