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 우려 높였지만 7월 빅스텝 '말 아낀' 한은 총재

2022-06-21 14:08:27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21일 상반기 물가설명회에서 "전반적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금통위 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물가 여건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한 50bp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예단하지 않았다.

총재는 '물가가 6%를 나타내면 빅스텝을 단행하느냐'는 질문에 "빅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경기, 환율, 이자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가 압력이 큰 상황에서 '물가중심의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물가상승률 고점과 지속기간 '잘 모르겠다'는 한은 총재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확대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는 "유가상승 영향의 전파속도 등을 보면 물가가 6%를 넘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7월초 새 물가 자료가 나올 때 좀더 확실한 견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또 선물시장을 보면 물가가 3분기 정도에 피크를 이룰 것이란 게 시장의 견해지만, 반드시 그럴지는 전쟁 지속 등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이 얼마까지 확대될지 여부와 함께 고물가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총재는 "해외발 공급 충격의 장기화 가능성을 특히 우려한다"며 "높아진 식량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 금리인상을 지속하지만, 그 폭과 속도는 경기, 환율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확대 상황에선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양과 속도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물가 등 경기 관련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데이터 디펜던트한 대응을 거론했다.

■ CPI, 2008년 수준(4.7%) 넘을 수 있다는 한은 물가보고서

이날 아침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5%를 넘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수준(5.4%)을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 뒤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물가보고서는 "하반기에도 원유, 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상반기보다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등 최근의 여건변화를 감안할 때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올해 4.5%)을 웃돌 것이라고 했다.

한은이 5월 전망에서 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5%로 1.4%p나 올렸지면 향후 전망치를 더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이다.

한은은 특히 올해는 2008년 물가 급등기의 수준(4.7%)를 뛰어넘는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과거 급등기 대비 최근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의 높은 오름세, 환율 상승세, 민간소비 증가세 등이 상당기간 물가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년 들어 현재까지의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2008년 상반기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나 물가여건에 비춰 볼 때 하반기 이후에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고유가 속 또다른 골칫거리 '애그플레이션'

한은이 물가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별도의 '이슈노트'를 통해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추가했다.

최근 국제 식량가격이 러-우 전쟁,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등으로 상승세가 크게 확대되면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곡물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비중이 높은 소맥(밀), 옥수수 등의 공급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유지류 및 육류가격도 수출제한과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물가동향팀은 아울러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바이오연료의 생산 전환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국제식량가격 상승은 국내 식료품(농축수산물,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물가동향팀은 "올해 들어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공식품가격은 국제식량가격 상승세 지속의 영향으로 하반기중 오름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식물가도 오름세가 과거 급등기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으며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와 맞물려 물가상승 확산세도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농축수산물가격은 국내 요인의 영향이 커 상승률이 높지는 않지만 2020~2021년 중 크게 높아진 수준이 유지되며 실제 상승률에 비해 체감물가가 높은 편이며 돼지고기 등 축산물가격은 최근 오름세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동향팀은 "가공식품 및 외식 가격은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아울러 이들 품목 대다수가 구입빈도가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품목인 점을 감안할 때 체감물가 상승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식료품 및 외식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관련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미 50bp 인상 반영하며 각오했던 시장...특별히 시장 더 자극하지 않은 한은 총재

연준이 6월 회의에서 75bp 금리인상이 단행한 가운데 다음 회의에서도 75bp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소' 5%대 중반 이상이어서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은 높아졌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았다. 시장에선 최근 상당수 플레이어들이 50bp 금리인상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사람마다 느끼는 게 차이가 있었겠지만, 오늘 총재 발언 전까지 대략 시장에선 7:3 정도로 50bp 인상 전망이 강했다. 이러다 보니 빅스텝을 확신하지 않은 총재 발언이 도비시하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중개인도 "대략 총재 물가설명회 전까지 50bp: 25bp 인상 전망 비중이 6:4 정도 아니었나 싶다. 총재 발언이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최근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이 50bp 금리 인상 쪽으로 돌았지만 오늘 총재가 말을 좀 아끼자 금리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란 평가였다.

아울러 이주열 전 총재보다 직선적인 현 이창용 총재의 스타일상을 감안할 때 금통위도 아직 25로 할지, 50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을 알렸다는 평가도 보였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 총재가 25로 할지, 50으로 할지 아직 결정 안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데이터를 더 보고 싶어하는데, 총재가 말한 것처럼 물가 여건은 인플레 압력을 더욱 키우는 쪽으로 바뀌어서 그래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게 합리적인 듯하다"고 말했다.

D 증권사 딜러는 "총재는 오늘 무난한 얘기를 했다"면서 "금리 50bp 인상도 가능한데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7월에 50을 하는지, 25를 하는지가 큰 차이가 있나 싶다. 7월에 25bp만 올리더라도 미국이 7월에 75bp 인상하면 한은은 다시 8월에 50bp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이어 "다만 7월에 25bp만 인상하면 운용역 입장에선 펀딩 코스트가 낮은 편이니, 숨을 쉴 정도는 되는 듯하다"고 했다.

■ '베이비 스텝 지속이면 시장에 호재' vs '우쭐대는 순간 또다시 터질 것'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다수 구간의 시장금리가 빅스텝 분까지 포함해 3%를 넘는 기준금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만큼 다음달 만약 25bp 인상에 그친다면 시장금리가 급락할 것이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E 증권사 딜러는 "지금의 시장금리는 7월 50bp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분위기에서 형성된 것"이라며 "다음달 50bp를 올려도 상관없으며, 만약 25bp 인상에 그친다면 시장금리가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딜러들이 최근 대부분 50bp 인상까지 당연히 생각했다. 오늘 총재 발언으로 아무튼 7월 인상폭은 50bp 이하가 된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이젠 우리 시장금리가 너무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이 자신감을 가질 때마다 손실을 보는 올해의 구도로 인해 경계감은 남아 있다. 여전히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시장이 한은 총재의 발언을 위안 삼는 건 이상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F 증권사의 딜러는 "오늘 한은 총재가 고물가에 따른 경기둔화를 거론하기도 하는 등 시장 우려에 비해선 괜찮게 말을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단기구간이 흔들리면서 시장이 고생을 했고 이 문제가 끝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제 인플레 압력이 해소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시장이 악재가 반영됐다고 하면서 우쭐대는 순간 또다시 터지는 장이 계속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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