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련없이 7월 빅스텝 각오한 금융시장

2022-06-27 11:05:58

사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주말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당분간 6%대 물가'를 거론하면서 빅스텝이 기정사실이 됐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6월 FOMC의 기준금리 75bp 인상으로 강화됐던 한은의 50bp 금리인상 전망은 연준의 추가적인 자이언트스텝, 더 높아질 한국의 물가 전망 등으로 이미 힘을 받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당분간 6%대의 물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외 물가 상승 요인에다 그간 지속적으로 미뤘던 공공요금 인상 정상화 문제까지 맞물려 있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분위기로 보면 거의 50bp: 25bp 인상 전망 비중이 이제 100:0이 되는 듯하다"면서 "부총리 발언이 종지부를 찎었으며 베이비 스텝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부총리 "6%대 물가 볼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일요일(26일) KBS 방송에 출연해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총리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우리가 그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물가 상승 대부분이 해외발 요인이어서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좀 떨어지면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당분간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반적으로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총리는 물가 때문에 힘든 상황이지만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추 부총리는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온 환율 역시 물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총리는 환율 급등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전했다.

부총리는 최근 환율의 1,300원 돌파에 대해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어 우리만의 위기 징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대응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고물가 상황이 상당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정부는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25bp 미련은 이제 떨쳐내고...

최근 일각에선 고물가와 고금리로 한국 사람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한은의 빅스텝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사회 일각의 베이비 스텝에 대한 미련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선 대체로 물가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총리의 물가 6% 발언은 50bp 인상에 대한 당위성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B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지금은 얼른 50bp 올리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람들의 어려움을 배려해 베이비스텝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채권시장 사람들은 빅스텝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 자산운용사 주식매니저는 "채권시장이 연속 금리인상을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이후 25bp/50bp를 놓고 갈등하다가 이젠 50bp 인상을 당연시하는 듯하다"면서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빅스텝까지 가지 않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물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시장도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스텝, 한은의 빅스텝 등을 모두 감안해 등락하는 중"이라고 이해했다.

■ 단기구간 망가지며 무너졌던 이자율 시장...향후 금리인상 속도 감안하며 대응

최근 단기구간 금리가 급등하면서 전체 이자율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기도 했다.

이에 따른 긴장감도 남아 있는 가운데 결국 물가지표 등을 계속 보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펀드 환매 등이 나오면서 수급에 따른 흔들림도 나타났다. 얼추 금리인상을 반영했다는 평가와 함께 신용채권과 짧은 구간에서 다시 부담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도 주시하는 모습이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짧은 쪽도 기준금리 2.75~3% 정도는 반영하고 있다. 다만 반기말 펀드 환매 등으로 크레딧은 계속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들로 인해 덩달아 매도는 나올 수 있으나 이 정도의 금리 레벨을 감안하면 상당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인상 속도를 주시하는 가운데 운용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E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50bp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나마 75bp 인상을 예상하는 곳은 못 들어봤다"면서 "시장도 최근 단기 쪽이 먼저 50bp 인상을 반영해 오긴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짧은 구간 금리가 다시 한번 미리 튀면 큰일 날 수 있는데, 상황 따라 맞춰가지 않겠느냐"면서 "연말 기준금리 3% 등이 거론되지만 향후 6개월 금리 올리는 속도와 현금을 쥐고 있는 것과 비교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올리는 게 아니니, 연말 3%를 본다고 해도 연말 만기를 3%로 맞출 수는 없지 않나. 알피하는 곳들은 하반기도 고생할 수 밖에 없다. 망가지지 않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답답하긴 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인플레이션 악재로 시장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단기 쪽도 금리인상을 꽤 반영해 지금 수준에서 다시 시장이 크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보인다.

F 증권사 딜러는 "기준금리 50bp 인상이 대기하고 있지만 이미 많이 반영이 된 상황이다. 보수적으로 봐도 국고만 좀더 반영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미국 금리 상승, 부총리의 6%대 물가 발언, 입찰 부담 등으로 이날 국고2년 이상 구간은 모두 3.5%를 넘어섰고 국고5년과 10년 등의 금리는 3.7%를 재차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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