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총재는 기본 시나리오에선 내년 유로존의 역성장을 전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적으로 ECB의 결정은 경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8월 CPI 9.1% 급등 등 물가 통제 필요성에 따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물가 오름세가 심삼치 않음에 따라 오는 10월 회의에서도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이제 관심은 미국 CPI와 9월 FOMC로 모아졌다.
일단 9월 유럽에 이은 연준의 동시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 미국도 75bp 인상 기정사실화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75bp 인상할 확률을 90% 넘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을 92%로 반영했다. 연준이 9월 50bp 인상할 가능성은 8%에 불과했다.
한달 전만 해도 시장은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75bp 인상할 확률이 45%, 50bp 인상할 확륙은 55%로 반영됐다.
하지만 8월 하순 파월 연준 의장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후로 시장은 9월 FOMC에서 75bp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했다.
이런 가운데 12일 뉴욕주식시장 3대 지수는 1.2% 이하로 동반 상승해 4일 연속 올랐다. 주식시장은 일단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전망을 선반영했다고 판단한 듯했다.
아울러 CPI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모멘텀을 중시하면서 앞서나가는 시장 특성상 연준의 75bp 금리인상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게 보면서도 기대인플레 둔화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었다.
■ 기대인플레 둔화와 CPI
뉴욕 연준의 12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로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2%에서 5.7%로 하락했다.
미국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수치가 4개월 연속 하락세였다. 이 수치는 지난해 9월과 10월 4.2%로 정점을 찍고 내림세다. 이런 하락세는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기 시작했던 시기와 일치했다.
연료비와 관련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과 동일했다. 식품에 대한 1년 기대 인플레는 5.8%로 전월보다 0.8%포인트 하락했고, 임차료는 9.6%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낮아졌다.
가격 급등세를 보였던 '주택시장' 관련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근 수개월동안 완화되는 모습이다. 주택가격 기대 인플레이션은 2.1%로 전월보다 1.4%포인트 급락해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 연은은 "주택가격 상승 둔화는 인구와 지역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가격 관련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 6% 수준 대비로 약 3분의 2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보인 반면에 8월 소득증가 기대치는 3%로 전월과 동일했다. 지난 8월 1년 기대 지출은 7.8%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해 설문 응답자들은 향후 지출이 수입 증가세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지난달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인플레 고점에 대한 인식은 강화됐다.
이런 가운데 일단은 현지시간 13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에 눈길이 쏠려 있다.
미국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6월 9.1%에서 7월 8.5%로 낮아졌다. 이번엔 추가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컨센서스는 8.1% 내외에서 형성돼 있다.
미국의 근원 CPI는 지난 3월 6.5%에서 오름폭을 낮춰 6월엔 5.9%까지 둔화된 뒤 7월엔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번엔 6.1% 내외로 소폭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컨센서스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기대인플레 둔화에 환호한 가운데 CPI가 얼마나 둔화될지 여부에 따라 주식, 채권시장의 흐름에 큰 영향이 갈 수 있다.
다만 CPI 피크 아웃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75bp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는 많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이나 한은이나 물가 피크아웃 (결과나 기대감)에 환호하기 보다는 일단 엉뚱한 기대감이 생겨나지 않게 만드는 데 치중하는 중"이라며 "따라서 거의 기정사실이 된 미국의 9월 75bp 인상보다 그 이후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는 "미국 75bp 인상도 예상되지만 일단 내일 미국 CPI 결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 미국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한은...너무 쫓아가선 안 된다는 주장도
한국은행은 추석 연휴가 끝난 이날 아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선 ECB의 금리 75bp 인상, 파월 의장의 호키시한 컨퍼런스 발언 등 등은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금은 ECB, 연준 모두 호키시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보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국면이라고 풀이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아침 회의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에 대응한 미 연준, ECB 등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엔화가 빠른 약세를 나타내고 중국의 경기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재는 이런 흐름은 글로벌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다음 주 미국 FOMC 회의(20~21일)에서 75bp 인상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자본유출입, 원/달러 환율 등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경제권의 금리인상 강도에 따라 한은의 정책 강도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선 주요국 통화당국의 긴축에 따라 한국이 국내경제의 기초체력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위험성이 있다면서 전향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에선 특히 최근 환율 고공행진으로 인한 과도한 긴축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다.
문홍철 DB금투 연구원은 "금리와 환율의 관계, 통화약세가 해당국 물가를 높이는 요소라는 상식은 다른 나라 통화가치 설명에는 합당할지 모르나 원/달러에는 맞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경험한 현장의 지식은 선험적 경제학을 묵살하는 비상식적 현실이었다"고 상기했다.
환율이 상식과 반대로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높을 때 상승한다고 했다. 과도한 긴축이 고환율을 더욱 심화시키고 환율 고공행진에 따른 통화긴축이 추가 환율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경제 규모 대비 대외 무역의 비중과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보다 글로벌 소비 감소에 따른 디플레 압력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가도 전혀 다르다. 원화가 약세일 때 물가는 하락한다"며 "이는 환율 상승의 주 원인이 글로벌 수요둔화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창용 총재가 발언해 시장에 유행이 된 '한은이 정치엔 독립적이나 연준에는 독립적이지 않다'는 모토에 따라 한은은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시장의 진로는...오르는 주가와 美 CPI 대기하며 약세 흐름 중인 채권
미국 주요 주가지수 중 금리에 가장 예민한 나스닥은 최근 4일 연속 올랐다.
나스닥은 7일 2.14%, 8일 0.60%, 9일 2.11%, 12일 1.27% 상승했다.
연준의 75bp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나스닥은 4일간 6.2% 뛰었다.
추석 연휴 기간 이같은 미국장 흐름 때문에 국내 코스피지수는 장중 50p, 즉 2% 넘게 뛰는 등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휴 기간 나스닥은 4% 남짓 올랐다.
채권은 그러나 연준이 스탠스를 빠르게 전환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이자율 시장은 국내 3거래일 연휴기간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04bp, 국채2년물 금리는 13.43bp 상승한 부분을 반영하느라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CPI 결과에 따라 시장에 한번 더 큰 변동성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통화긴축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나는 가운데 낙관론과 비관론 중 어디를 취하느냐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 예방주사 효과로 주식시장이 비둘기파적인 해석에 민감해져 있다"며 "최근 주식시장은 작지만 비둘기파적인 내용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지난주 주식시장은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연설 중 "긴축 사이클의 어느 시점에서는 위험이 더 양면적이 될 것이다. 긴축 주기의 신속성과 그 세계적 성격은 물론 긴축 재정 조건의 영향이 총수요를 통해 작동하는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도한 긴축과 관련된 위험을 야기한다"는 내용에 반응해 분위기를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주가의 기술적 반등이 좀더 이어질 수 있으나 KOSPI 2,500선 이상에서는 주식 비중 축소, 현금 비중 확대를 제안한다. 9월 FOMC 전후 채권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도 매력적인 투자대안"이라고 했다.
채권은 높아진 금리 레벨, 인플레 둔화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심스럽다.
C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시장은 외국인 눈치를 보면서 입찰 결과를 대기하고 있다. 어차피 미국 CPI 결과를 대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