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일직선 늘어선 금리들...금리역전은 지속성 가질 수 있을까

2022-09-16 11:12:11

자료: 11시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장중 국고10년 금리가 국고3년 수익률을 밑도는 등 장단기 금리 역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화긴축 강도에 대한 우려 속에 단기금리 쪽으로 상승 압력이 강해진 영향이다.

동시에 장기 쪽은 경기 침체나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단기에 비해 금리 상승 속도가 제한되고 있어 역전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시장이 강해질 때도 단기구간은 기준금리 인상의 끝 지점을 자신할 수 없는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을 반영해 빠지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 한국 금리 역사의 특수한 사례...2차례 10-3년 금리 역전의 역사

장단기 금리 역전의 역사를 찾기 위해선 대략 14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평기준으로 살펴보면, 2008년 7월 18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3년 금리가 5.970%, 10년 금리가 5.960%를 기록했다.

한국의 금리 역사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특수한 일이며, 그 기간이 지속되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코스콤 CHECK(3432)에 따르면 국고10-3년 금리 역전의 '1차 시기'는 지난 2007년 11월 28일부터 2008년 1월 3일까지 1달 남짓 이어졌다.

그런 뒤 2008년엔 7월 11일부터 7월 18일까지 짧은 기간 '2차 역전'이 됐다.

영업일 기준으로 각각 24일, 6일이었다.

1차 시기 최대 역전폭은 13bp, 2차 시기의 최대 역전폭은 9bp였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전 국내 장단기 금리도 역전이 됐던 것이다.

당시 금융위기 본격화 전 한국은행도 고물가와 폭등한 집값 때문에 열심히 금리를 올리고 있었으며, 금리 역전은 리먼 패망 전 해소가 됐다. 이후 대대적인 금리 인하로 장단기 스프레드는 벌어졌다.

금융위기 전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한은은 8번에 걸쳐 정책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하지만 8번째 인상 한 달만에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한은은 10월 금리에 25bp 내린다. 그리고 10월에 다시 긴급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75bp나 내렸으며, 11월에도 25bp를 또 내렸다. 이후 12월엔 한번에 100bp를 내렸으며, 이듬해 1월과 2월엔 각각 50bp씩 내렸다.

당시 긴 기간 공을 들여 정책금리를 조심스럽게 올렸으나, 위기 발발로 인해 정책금리의 대폭 인하는 순식간에 이뤄졌던 것이다.

지금 상황 역시 물가 때문에 각국이 금리를 올리는 중이며, 일각에선 '글로벌 경기 경착륙과 파국'을 예상하기도 한다.

■ 일직선에 놓인 금리들...인상 지속과 경기 둔화에 기댄 역전?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전망도 적지 않았다.

물가 때문에 정책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장기구간은 미래 경기 둔화를 반영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 장단기 금리는 거의 일직선에 서 있다.

3년, 5년, 10년 등의 금리가 역전을 나타내기도 하는 등 사실상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도열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스프레드 수준이나 역전의 지속성, 미국 금리와의 상대적 비교 등을 따져봐야 하지만, 일단 한국도 앞으로 상당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를 감안하라는 조언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경기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금리 상승 시마다 장기물 채권 매수를 권한다"고 했다.

그는 "9월 FOMC 결과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제기될 것으로 본다. 시장은 한국의 최종 기준금리를 3.5%까지도 고려하고 있는데,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가 4% 중반을 넘어 5%까지 상향될 경우 한-미 금리차가 급격히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9월 FOMC에서 연준이 100bp 인상하고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0월 5일에 발표될 9월 물가가 재차 반등할 경우 10월 금통위의 빅스텝이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다만 금리 변동성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전고점을 추세적으로 상회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4%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 은행 관계자는 "금리 역전이 이어질지가 큰 관심"이라며 "미국이 대폭 역전돼 있는데, 이 트렌드를 국내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 베테랑 딜러들의 의문...역전폭 확대와 지속성 과연 자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리먼 사태 전의 금리 역전 등을 경험한 베테랑 딜러들 사이에선 역전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게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역전 가면 스팁을 잡고 버텨볼 요량이다. 3선 원월물 저평도 많다"고 말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의 10년 금리 3.44%나 3.77% 등을 보면서 10선으로 덤기기도 하는데, 사실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고 우리 내수는 더 괜찮은 게 진실이다. 채권 플레이어들이 쓸데 없는 희망고문에 결국 연말을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금리 급등 과정에서 희망찬 저가매수가 결국 절망으로 귀결됐다면서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 좀더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쪽은 심리와 수급, 미국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간이라 어떻게 봐야할지 애매하다"면서 "다만 역전폭이 아주 커진다면 3년 매수, 10년 매도가 많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면서 자칫 손절 후 손절로 이어질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이 미국을 흉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미국채 시장에선 현지시간 15일 기준 2년물 금리가 3.87%, 10년이 3.44%로 43bp 가량 레벨이 뒤집어져 있다.

E 딜러는 "10-3년이 역전될 수 있으나 지속성과 역전폭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당당히 비교하는 주체적 태도는 좋지만 말이 안 된다"면서 "한국물은 상황이 안 좋을 때 위험자산"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