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英 총리의 정책옹호와 계속되는 변동성
2022-09-30 08:06:32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30일 외국인 동향, 수급 요인 등을 감안하면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영란은행의 '일시' 무제한 국채 매입 발표로 금리가 폭락하다가 장중 상당부분 되돌림된 가운데 계속해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란은행의 조치가 한계도 있어 길트채 금리가 다시 반등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점이나 연준 관계자들의 계속되는 매파적 발언 등은 부담 요인이다.
다만 지금은 금융당국이 시장안정에 좀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국면이며, 알려진 재료이긴 하나 WGBI 편입을 위한 절차도 진행중이다.
■ 美금리, 길트채 움직임 보면서 반등
미국채 금리는 폭락 하루만에 반등했다. 긴축 우려, 영국 길트채 금리는 재반등 등으로 중단기물 중심으로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13bp 오른 3.7855%, 국채30년물 금리는 2.29bp 떨어진 3.7233%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7.79bp 상승한 4.2130%, 국채5년물은 7.09bp 내린 4.0223%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연준의 매파적 발언, 영국 감세안 관련 불안의 재부상 등이 주식시장을 억눌렀다. 애플의 급락도 시장 경계감을 키웠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58.13포인트(1.54%) 하락한 29,225.61, S&P500은 78.57포인트(2.11%) 내린 3,640.47을 기록했다. 연준 저점 경신 흐름 속에 주가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은 314.13포인트(2.84%) 낮아진 10,737.51을 나타내 3일 만에 하락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가 일제히 약해졌다. 유틸리티주가 4.1%, 재량소비재주는 3.4%, 부동산주는 2.9%, 정보기술주는 2.7% 떨어졌다. 개별 종목 중 애플이 5% 급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아이폰 수요둔화를 배경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탓이다. 메타와 아마존도 3.7% 및 2.7% 각각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독일 물가 서프라이즈, 영국의 월말 파운드 매수 등이 유로화와 파운드화를 강하게 만들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41% 낮아진 112.1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67% 높아진 0.9801달러, 파운드/달러는 1.72% 오른 1.1078 달러를 기록했다.
독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10.9% 급등했다. 이는 예상치(+10.2%)를 상회하는 결과이다.
달러/엔은 0.23% 상승한 144.45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9% 하락한 7.0982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41%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주가 급락 영향에 하락했다. 고강도 긴축 우려에 주식시장이 부담을 느끼자 유가도 떨어졌다. 다만 OPEC+의 감산에 대한 기대로 유가 하락폭은 제한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92센트(1.12%) 하락한 배럴당 81.23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83센트(0.93%) 하락한 배럴당 88.49달러에 거래됐다.
■ 英총리의 정책 옹호...불안감 떨치지 못한 시장
영국 감세안 관련 불안이 재부상하면서 길트채 금리가 다시 뛰었다. 영국 총리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옹호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2.81bp 오른 4.1366%를 기록했다.
영국10년물은 27일까지 6거래일간 137.86bp 폭등한 뒤 영란은행 개입으로 28일 하루만에 50.06bp 폭락한 바 있다. 하지만 하루만에 다시 10bp 이상 오르면서 불안을 나타낸 것이다.
30년물은 28일 하루만에 105.99bp 폭락한 뒤 29일엔 3.21bp 올랐다.
2년물은 29일 12.12bp 상승한 4.3774%, 5년물은 11.88bp 뛴 4.5265%를 나타냈다.
향후 영국 당국의 대응은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의 감세안, 그리고 영란은행의 '장기물 일시 무제한 매입'이 가격 급락과 급등으로 이어졌다.
다만 영란은행의 대응책이 항구적 지속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가운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총리는 감세 정책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트러스 총리는 29일 BBC인터뷰에서 "영국이 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옳은 일을 했다"며 "감세안은 영국을 위한 옳은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며, 가격변수들은 불안하다. 금리가 재차 올랐으며, 영국 FTSE100지수는 1.77% 급락한 6881.59를 기록했다.
예컨대 영국이 고물가로 인해 금리를 올리면서도 재정 쪽에서 돈을 푸는 식이면 시장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 등이 나온다.
■ 지역 연은 총재들, 돌아가면서 금리인상 필요성 강변
최근 영국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 연준 관계자들은 강도높은 긴축 필요성을 강변하는 중이다.
각 지역 연은 총재들이 돌아가면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29일 CNBC와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여전히 제약적인 수준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금리를 추가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0년래 가장 높다. 그렇기에 지금 나눠야 하는 대화는 우리가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며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서 견조한 경제, 고용 상황을 맞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을 언급하며 자신의 전망치는 점도표에선 드러난 연준 인사들의 금리 전망 중위값보다 조금 더 더 위에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제약적 수준이 아니다. 연준이 올들어 이미 300bp를 인상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몇 달간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장이 잘 이해하고 있다. 9월 FOMC에서 나온 점도표를 보면 연준 인사들은 올해 남은 기간동안에도 상당 수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라드는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있는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선 연준이 정책금리를 적정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점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 10월 국발계, 경쟁입찰로 9조원
기획재정부는 전일 장 마감 뒤 10월중 9.0조원 수준의 국고채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액으로 전월대비 1.5조원 감소한 것이다. 기발행 물량을 감안할 때 한해의 후반부로 갈수록 발행량은 줄어든다.
만기별 발행 예정규모를 보면 2년 1.3조원, 3년 1.3조원, 5년 1.4조원, 10년(명목) 1.7조원, 물가채 0.1조원, 20년 0.6조원, 30년 2.3조원, 50년 0.3조원이다.
전월에 비해 3년물 0.3조원, 5년물 0.2조원, 10년물 0.2조원, 20년물 0.2조원, 30년물 0.7조원이 줄었다. 2년과 50년물은 전월과 같았다.
최근 금리 폭등으로 기재부가 긴급 바이백 2조원을 발표한 가운데 10월 바이백 규모는 1.5조원이며, 교환은 3천억원 규모로 실시된다.
한편 9월엔 경쟁입찰 발행계획이 10.5조원이었던 가운데 실제 발행된 규모는 11.55조원 수준이었다.
■ 한국 WGBI 관찰 대상국 등재
FTSE 러셀은 현지시간 29일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국내 정부 당국은 WGBI 편입을 위해 노력 중임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의욕을 감안할 때 빠르면 내년 봄 한국의 지수 편입이 발표되고 9월엔 편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엿보인다.
WGBI 추종자산은 2.5조 달러 수준이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양도세와 이자소득세 면제, 발행잔액 500억달러 이상, S&P 신용등급 A- 이상 등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 국채시장 규모와 WGBI 추종자산 등을 단순감안할 때 편입시 대략 70조원 내외의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지 않겠느냐는 분석 등도 보인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WGBI 편입에 한층 더 열의를 보였으며, 이후 새로운 정부도 편입과 관련해 큰 의욕을 보였다. 편입시 장기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날 수 있다.
■ 계속해서 환율, 외국인 주목
채권시장은 계속해서 환율 움직임, 그리고 외국인 매매에 집중하고 있다.
장중 변동성이 워낙 커 시장 흐름을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전날 10년 선물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무려 176틱에 달했다. 10선은 전일비 230틱 오르다가 75틱 상승한 105.90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은과 기재부, 금융위 등의 연이은 금융시장 안정 관련 수급 대책, 영란은행의 일시적 무제한 국채 매입 등과 같은 대내외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조치 등은 일종의 안전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강달러 흐름은 진행 중이며, 연준은 계속해서 강도 높은 정책금리 인상을 공언하는 중이다.
최근 한은의 10월 기준금리 50bp 인상 예상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만들어진 가운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장담하기도 만만치 않다.
금리 오버슈팅 정도와 각국의 인플레 대응을 위한 여전한 긴축 의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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