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음주 50bp 인상 예상 속 뜸들인 이창용...주눅든 한은 총재의 직설화법

2022-10-07 14:21:02

사진: 8월 금통위 모습, 출처: 한은
사진: 8월 금통위 모습, 출처: 한은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자율 시장엔 다음주 기준금리 50bp 인상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다면서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50bp 인상을 아직 컨센서스 단계까지는 못 가고 있다.

일각에선 연이은 빅스텝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대다수가 향후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상항에서 연속 빅스텝은 과하지 않나 하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한은 총재는 간접적으로 다음주 빅스텝 가능성을 일단 시사했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다소 조심하는 입장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올해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이달 50bp, 다음달 25bp 인상 전망이 80%를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한은 총재의 명백한 메시지...물가 5%에선 인상 사이클 계속 작동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국감에서 물가의 정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물가 상황에서는 금리는 계속 올려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총재가 생각하는 기준은 5%다.

이 총재는 이날 국감에서 "물가 5% 이상에선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그 이하면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 정책조합을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 5%를 기준점은 잡은 이유와 관련해선 5%가 넘는 물가에선 다른 모든 문제보다 물가를 일단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란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5% 이상으로 높으면, 이걸 먼저 잡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증폭되거나 사람들의 고통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5% 이상 고물가에서 모든 것보다 물가 안정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 일단 다음주 50bp 인상 전망...그리고 한미 금리차

현재 한은 기준금리(2.5%)와 미국 기준금리 상단(3.25%)의 격차는 75bp다.

상당수 사람들이 기준점으로 잡고 있는 스프레드가 100bp다.

미국이 예상대로 올해 남은 회의에서 75bp, 50bp를 인상한다면, 한은이 연속 빅스텝을 취하면 연말 기준금리 차이를 100bp로 만들 수 있다.

한은 총재에 이 문제에 대해 뜸을 들였다.

일부 국회의원이 한미금리차 1%p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은은 1~2%p 더 올리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하자 총재는 ""물가와 자본이동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야 한다. 어떤 수준을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미 정책금리의 정정 거리를 묻는 질문에 계속되자 총재는 다음주 금통위 때 말하겠다고 했다.

아무튼 다음주 50bp 인상 뒤 한은이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 포워드 가이던스 비판...미국 사대주의 비판 의식한(?) 한은 총재

이날 국회에서 한은 총재는 자신이 25bp씩 올리겠다고 한 말이 일으킨 파장에 대해서 해명해야 했다.

총재 입장에선 사람들이 '전제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25'라는 말에만 함몰돼 있었다는 점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총재는 "제가 25bp씩 올린다고 할 때 모든 게 전제조건이 있었다"며 "9월 페드 결정을 보겠다고 말씀 드렸다. 페드로부터 독립되지 않았다는 말도 7,8월에 했다"고 했다.

총재는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값이 100bp 이상 수정돼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아울러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미국 최종값 전망치가 그 정도로 올라갈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은 총재의 미국 추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총재는 페드에 따르면, IMF에 따르면 이러는데 호주 등을 보면 앞으로는 차별화 국면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런데 총재는 계속 페드를 말한다"고 불편해 했다.

홍 의원은 "한국은 가계부채가 세계 1위이고 무역수지 적자가 나는 나라다. 한국이 미국과 뭐가 다른지 한은이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미국은 (통화정책 중요도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일방인 나라"라고 했다.

IMF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이창용 총재가 연준, IMF 등의 시각으로 한국 통화정책을 꿰어 맞추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 직설적 발언 누그러뜨린 한은 총재...커뮤니케이션 비판 의식한 듯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람들이 '25bp씩 인상' 가이던스 등을 문제 삼자 말을 다소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총재는 다소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전처럼 자신감 있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화법에도 변화를 줬다. 아울러 '사대주의'라는 식의 비판도 의식한 듯했는 평가도 보였다.

이 총재는 "지금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일관되게 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금통위원과 상의해 여러 요인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또 "미국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물가 영향, 금융시장 영향 등을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국감에선 한은 총재의 직설화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25bp씩 인상한다는 말이 부른 논란, 연준 추종하는 사대주의자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다음주 50bp 인상은 기정사실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론 11월에도 한은이 빅스텝을 취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은 총재는 이날 국감에서 자신의 말이 의도대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총재는 "제가 25bp씩 올린다고 할 때 모든 게 전제조건 있었다. 9월 페드 결정 보겠다고 말씀 드렸다. 페드로부터 독립되지 않았다는 말도 7,8월에 했다"고 했다.

동시에 25bp씩 올린다고 하다가 바꾼 이유를 묻는 질문엔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드려도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는 답을 하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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