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금통위가 보는 최종기준금리 3.5%

2022-10-13 08:00:38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3일 예상보다 도비시했던 금통위 여파, 미국 금리 하락 등을 바탕으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가격 급등에 따른 반작용이나 미국 CPI에 대한 경계감 등도 살펴봐야 할 듯하다.

전날 금통위에서 예상 밖으로 2명이나 소수의견(50bp 대신 25bp 인상)이 나온 데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원들이 최종 기준금리를 3.5% 수준으로 본다고 밝혀 채권시장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간 시장금리가 긴축 우려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데 따라 추가적인 금리 하락룸을 찾는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CPI나 영국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 美금리 의사록에 나타난 변화 조짐에 6일만에 하락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일만에 하락했다. 영국 길트채 금리 하락과 FOMC 의사록에 나타난 일부 위원들의 긴축 속도 조절 필요성 언급 등이 영향을 미쳤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 금리는 4.47bp 하락한 3.898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84bp 떨어진 3.876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84bp 내린 4.2827%, 국채5년물은 5.45bp 내린 4.1211%를 나타냈다.

영란은행은 지난달 말 이후 최대 물량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국 금리는 이틀 연속으로 하락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1일 3.06bp 하락한 데 이어 12일엔 2.21bp 떨어지며 4.4120%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9월 PPI는 전월대비 0.4% 높아졌다. 예상치는 0.2% 상승이었다. 전년대비로도 8.5% 올라 예상치(+8.4%)를 웃돌았다.

뉴욕 주가지수는 생산자물가가 예상을 웃돌자 하락했다. 동시에 소비자물가 발표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8.34포인트(0.10%) 하락한 29,210.85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1.81포인트(0.33%) 낮아진 3,577.03, 나스닥은 9.09포인트(0.09%) 내린 10,417.10을 나타냈다. S&P와 나스닥은 6일 연속으로 하락한 것이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유틸리티주가 3.4%, 부동산주는 1.4%, 산업주는 0.8% 각각 내렸다. 반면 에너지주는 0.8%, 필수소비재주는 0.5%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양호한 매출전망을 제시한 펩시코가 4% 넘게 급등했다. 머크와의 백신개발 협력 소식에 모더나는 8% 이상 뛰었다. 아마존과 알파벳도 각각 0.6%, 0.4% 상승했다. 반면 메타는 0.8%, 애플은 0.5%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강보합세를 나타내면서 6일 연속으로 올랐다. FOMC 의사록의 비둘기파적 내용 공개 후 급반락하기도 했으나 다시 낙폭을 만회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06% 높아진 113.29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6% 낮아진 0.9701달러, 파운드/달러는 1.11% 오른 1.1090달러를 기록했다. 영란은행의 국채매입 소식이 파운드화에 호재로 반영됐다.

달러/엔은 0.7% 상승한 146.89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3% 높아진 7.175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06%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3일 연속 내렸다. 예상을 웃돈 생산자물가지수에 연준 긴축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 OPEC이 전 세계 원유수요 전망치를 낮춘 점도 주목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2.08달러(2.33%) 낮아진 배럴당 87.27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84달러(1.95%) 하락한 배럴당 92.45달러에 거래됐다.

OPEC은 원유수요가 올해는 일평균 264만 배럴, 내년은 234만 배럴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보다 46만 배럴 및 36만 배럴 각각 낮춘 것이다.

■ FOMC 의사록, 인플레 소극적 대응 위험 vs 일부 위원 긴축속도 조절

12일 공개된 9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소극적 인플레이션 대응이 가진 위험을 우려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하락이 예상보다 더딘 만큼 통화정책을 제약적 수준으로 조정한 후 한 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의견도 보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제 및 금융환경 불확실성을 반영해 추가 긴축 속도를 미세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사록은 "지금 고강도로 금리를 높이는 것이 이후 나올 수 있는 더욱 강력한 긴축, 심각한 경제활동 위축, 고착화된 고인플레이션 등을 동반한 심각한 경제 고통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데 연준 인사들이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연준은 올들어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해 3~3.25%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는 1980년대 초반 이해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달 대부분 연준 인사들은 올해 남은 2번의 FOMC에서 총 125bp 인상을 예상했다. 이를 위해서 11월 75bp, 12월 50bp 인상이 단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연말까지 100bp 인상을 예상했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고 내년 2~3월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특히 "글로벌 경제 및 금융환경 불확실성으로 야기되는 위험성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추가 긴축 속도를 미세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사록이 인플레에 대한 적극 대응에 무게를 뒀지만, FOMC 내부에서 지나친 긴축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온 것이다.

한편 지난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인사는 향후 수주일에 걸쳐 새로운 경제지표가 발표될 수 있지만, 그를 비롯한 다른 연준 인사들의 경제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러는 당시 "연준 인사들은 11월 FOMC에서 네 차례 연속 75bp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있다"며 "11월 FOMC에서 연준 인사들이 긴축 속도를 놓고 매우 진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지난 10일 "연준이 정책 파급시차를 고려해 신중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금통위가 보는 최종 기준금리 3.5%..."금리 더 내려갈 룸 확보" vs "총재·금통위 전망 안 믿어"

전날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공개한 금통위 비밀은 '금통위원들이 3.5% 정도를 터미널 레잇으로 본다는 것, 심지어 그 보다 낮게 보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었다.

예상대로 한은이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됐지만 예상과 달리 소수의견이 2명이나 있었던 이유는 금통위원들이 보는 최종 기준금리가 지금 금리보다 단지 0.5%p 더 높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음달 금리인상 폭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우리도 모른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대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즉 다음 달에 25bp, 50bp 중 어떤 폭을 선택할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장에선 우선 최종 기준금리 3.5%를 신뢰한다면 금리를 더 못 뺄 것도 없다는 진단들이 엿보인다.

아울러 금통위 내 의외로 비둘기들이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기준금리가 3%로 올라왔지만, 최종 수준이 3.5% 정도라면 여전히 4%를 훌쩍 넘어서 있는 국채 금리가 내려올 룸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금통위원들이 보는 최종 기준금리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딜러들은 금통위 당일 장이 너무 강해져 적극적으로 사고 싶지 않으며, 총재나 금통위원들의 최종기준금리 3.5% 예상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은 5%대 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는 환경에서 단지 지금 수준에서 50bp 높은 수준이 정책금리의 끝지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 도비시한 금통위로 금리 급락한 뒤...

금통위 전날 국고2~10년 금리는 죄다 4.3% 위에 모여 있다가, 금통위 랠리장을 거치면서 4.1%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지난 9월 26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국고2~5년은 모두 4.5%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번 금통위를 통해 금리인상 루트 후반부가 좀더 잘 보임에 따라 연중 고점은 봤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지금은 금리가 일단 4%를 향해 내려갈 수 있는 환경이며, 4.5% 이상으로 재차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부각되는 가운데 시장을 옥죄었던 유가도 재차 하락 중이다. OPEC은 글로벌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보고서도 내놓았다.

다만 여전히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빅스텝의 주된 요인으로 보이는 환율의 하향 안정을 논하기도 쉽지는 않다.

최근 채권시장은 크게 주눅이 들어 기준금리 4%선까지 미리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전날 의외로 도비시한 금통위를 확인했다.

금리 레벨을 더 낮추려는 플레이어들과 계속해서 고물가와 환율 움직임을 경계하는 매매자들간의 마찰이 이어질 수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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