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전날 금통위가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발표한 뒤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채권시장 지원 측면에선 회사채·CP 매입 강화를 통해 시장 안정에 보다 노력하기로 했다.
전체 금융시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주식, 외환시장에 대한 입장도 발표했다.
주식시장 안정과 관련해선 증권시장안정펀드의 적시 재가동을 위해 추가 매입약정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들에겐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책임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선 "한은, 기재부 등 유관기관과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우선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조선사 선물환 매입여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환시장 수급 요인을 개선할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 각국 금리 게임에 흔들리는 금융시장...금융당국 채안펀드·증안펀드 발진 준비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각국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높아진 금리가 기업, 개인 등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당국도 일단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제금융센터의 황유선 연구원은 "지금은 각국의 인플레이션 대책 추진 초기다. 물가 상승이 대외 요인에 주로 기인하고 있어 아직 뚜렷한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동시에 각국은 기업지원 등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글로벌 분위기 속에 한국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기업이나 사업주체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신용 채권 투자에 대해 겁을 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는 전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50bp 올리자 대응책을 발표했다.
우선 회사채·CP 매입 여력을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저신용 기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회사채 매입(산은), 회사채 신속인수(신보 공동), CP 차환매입(산/기은, 신보), P-CBO(신보) 등을 통해 이뤄진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더욱 불안해진 부동산PF 관련 문제도 사전에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부동산PF 관련 ABCP 등 최근 채권시장 관련 불안요인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건전한 사업장에 대한 자금경색 방지 노력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이미 조성된 여유재원(1.6조원)으로 회사채·CP 매입을 우선 재개하는 등 시중금리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안전판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안정 유관기관과 협력해 금융시장 안정 관련 유동성 공급장치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방기선 기재차관도 13일 아침 "회사채·단기자금시장 등 기업 자금조달시장, 증권·여전사 등 제2금융권 유동성 등 자금시장 상황에 대한 주기적 점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방 차관은 채권시장 유동성 문제 대비,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 외환시장 수급 안정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차질없는 대비를 강조했다.
■ 심리·수급 안 좋은 상황...레고랜드 문제 풀고 약화된 수급 여력 감안해야
최근 채권 투자자들의 손절 등으로 심리와 수급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은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계절적으로도 시기가 좋지 않아 채권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글로벌 채권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어서 깔끔한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부터 풀어 투자자들의 심리를 진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부터 나온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자금 집행을 하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며 "우선 강원도건(레고랜드 사태)을 먼저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건이 해결되지 않고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이상 유동화채권이나 CP 쪽이 계속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에 기대를 걸면서도 전체적으로 상황을 낙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B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정부 대책으로 일부 수혈은 좀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시장 여건이 너무 안 좋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대책이 바로 효과를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면서 "당국도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시장도 고통은 각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채권 수요기반이 큰 타격을 입을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미래를 낙관하지 못한다.
C 운용사 매니저는 "기조성 펀드의 여유자금 1.6조원과 증액분 2조원을 합쳐 3.6조원 수준의 한도가 크레딧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규모를 떠나 특수채도 유찰이 번번히 발생할 만큼 요즘 채권 수요 기반 자체가 무너진 느낌이 든다"면서 "정책을 통해 시장 수요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