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美 근원CPI 40년만의 최대폭 상승
2022-10-14 08:00:10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4일 예상을 웃돈 미국 CPI 결과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금통위 가격 상승분을 상당부분 되돌린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글로벌 통화 긴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동향 등이 주목된다.
미국 CPI 발표에선 다시금 근원 물가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수치가 제시됐다.
■ 美 근원물가 40년만에 최대 상승률
미국 노동부의 13일 발표를 보면, 9월 CPI는 전년대비 8.2% 올랐다. 이는 예상치는 8.1%를 웃돈 것이다. 전월대비로도 0.4% 올라 예상치(0.3%)를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대비 6.6%, 전월대비 0.6% 각각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6.5%, 0.4% 각각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40년만에 최대였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24bp 급등해 4.53%까지 치솟기도 했다.
장중 이 금리 레벨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CPI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를 낮출 가능성은 약화됐다. 4연속 75bp 인상에 힘을 실어준 데이터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올해 100bp, 75bp 인상 가능성과 같은 과격한 전망을 거론하기도 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선 연준이 11월 FOMC 회의에서 75b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98%로 반영했다. 전날 84%에서 14%p 상향 조정되며 11월 75bp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 CPI 여파에 美 2년물 금리 18.5bp 급등...英 감세안 철회 논의에 금리 폭락
미국채 시장은 9월 근원 CPI 급등에 따라 상승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4번 연속 75bp 인상이 예비돼 있는 가운데 물가 데이터는 긴축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42bp 오른 3.9424%,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70bp 상승한 3.923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8.50bp 폭등한 4.4677%, 국채5년물은 8.28bp 뛴 4.2039%를 나타냈다.
영국 금리는 감세안 철회 가능성에 급락했다. 영국 관료들이 리즈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 철회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영국10년물 금리는 22.55bp 폭락한 4.1865%를 기록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0일 4.4647%까지 오른 뒤 3일 연속으로 하락한 것이다.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로 지난달 하순부터 폭등했던 영국10년물 금리의 고점은 9월 27일 기록했던 4.5091%다.
영국2년물 금리는 18.73bp 떨어진 3.7510%를 나타냈다. 2년물 금리도 3일 연속으로 레벨을 낮춘 것이다.
■ 뉴욕 주가, 급락 출발 뒤 저가매수로 분위기 뒤집으며 급등
뉴욕 주가지수는 급등했다. 예상을 웃돈 물가 지표에 2% 내외로 급락 출발했으나 장중 저가매수에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놀라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숏커버와 풋옵션 매도가 시장 분위기를 크게 바꿔버렸다는 진단이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827.87포인트(2.83%) 오른 30,038.72, S&P500은 92.88포인트(2.60%) 높아진 3,669.91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32.05포인트(2.23%) 상승한 10,649.15를 나타냈다.
나스닥과 S&P는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CPI 악재로 지수가 초반 급락하자 저가매수 대거 진입, 숏커버, 풋 매도 등이 유입되면서 분위기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가 일제히 강해졌다. 에너지와 금융주가 4.1%씩, 정보기술주는 3%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골드만삭스가 4%, JP모간은 5% 각각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8%, 애플은 3.4%, 메타는 2.2% 각각 올랐다. 아마존만 0.3%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CPI 결과에도 불구하고 파운드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달러인덱스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74% 낮아진 112.48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72% 높아진 0.9773달러, 파운드/달러는 1.89% 오른 1.131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26% 상승한 147.2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7% 높아진 7.1802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24%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4일만에 상승했다. 미국의 주간 정제유 재고 감소, 달러인덱스 하락 등을 재료로 반등에 성공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84달러(2.11%) 오른 배럴당 89.11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12달러(2.29%) 상승한 배럴당 94.57달러에 거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는 전주 대비 987만 9000배럴 증가했다. 예상치인 100만 배럴 증가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휘발유 재고는 202만 2000배럴 늘었다. 예상치는 120만 배럴 감소였다. 정제유 재고는 485만 3000배럴 줄었다. 시장에서는 17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 크레딧 시장 안정에 속도 내는 당국...여전히 수급 두려움에 떠는 시장
지난 12일 금통위가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발표한 뒤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회사채·CP 매입 강화를 통해 시장 안정에 보다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기업이나 사업주체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신용 채권 투자에 대해 겁을 먹은 상태였다.
당국은 회사채·CP 매입 여력을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저신용 기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을 발표하고 시장 상황을 봐가며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이미 조성된 여유재원(1.6조원)으로 회사채·CP 매입을 우선 재개하기로 했다.
시장은 최근 채권 투자자들의 손절 등으로 심리와 수급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마저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시기마저 좋지 않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투자자들은 저신용 매입자금 2조원 증액, 채안펀드 여유자금 1.6조원 등이 어느 정도 수급 보완을 해 줄 것이라면서도 크레딧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들을 내놓고 있다. 채권 수요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은 레고랜드 관련 ABCP의 부도 처리, 스위스 대표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딧스위스 신용 위기 등을 보면서 긴장하는 중이다. 이런 신용 사건들이 회사채 시장 등을 옥죄고 있다.
한은이 이번주 50bp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각오해야 한다. 기업들의 유동성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어 향후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 도비시했던 금통위와 시장 분위기 전환의 한계
12일 금통위는 예상보다 상당히 도비시했다.
예상대로 빅스텝이 단행됐지만 25bp만 올리자고 주장한 사람이 2명이 있었던 데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가 보는 최종금리는 3.5%라고 했기 때문이다. 총재는 애써 최종기준금리를 3.5% 아래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지닌 약발은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변동성 장세에 휩싸인 상황이다. 금통위 때 너무 달려 전날 금리가 속등한 면도 있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장 일각에선 당장은 변동성이 불가피하지만 결국 경기 둔화 등으로 시장금리가 최종기준금리 3.5%를 반영해 나갈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최근 한은 총재의 스탠스도 '미국 추종'에서 조금씩 벗어나 '한국 요인'을 중시하는 쪽으로 옮아가는 중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이에 따라 조금만 더 견디면 금리 하향 안정 구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다만 당장은 글로벌 인플레와 연준의 긴축 지속, 크레딧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시장금리의 하향 안정을 자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변동성 장세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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