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가 견인한 5연속 75bp 인상 가능성...국내 금융시장 스산한 스토리도 늘어

2022-10-14 11:17:01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8월보다 둔화(8.3%→8.2%)됐으나 전월비 상승률(0.1%→0.4%)은 더욱 확대됐다.

특히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6.6%로 8월과 시장전망치(6.3%, 6.5%) 모두 넘어서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근원물가의 월간 상승률도 0.6%로 예상치(0.4~0.5%) 상회하며 전월(0.6%) 대비 보합을 나타냈다.

근원물가 흐름은 고물가 상황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주거, 서비스, 보건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고물가 상황의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특히 주거비는 198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제 올해 남은 2차례의 연준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가 75bp, 50bp 인상되는 게 아니라 75bp, 75bp씩 인상될 것이란 예상이 강화됐다.

4연속 75bp 인상이 아니라 5연속 75bp 인상 전망이 힘을 얻은 것이다.

CME FedWatch Tool에선 11월과 12월의 0.75%p 인상 확률이 각각 96.3%, 71.5%로 나타났다. 연방기금금리는 내년 2월에 최고치(4.75%~5.00%)를 기록하고 11월에 가서야 첫 인하(25bp)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 美 CPI만 보면...5연속 75bp 인상이 온다

미국은 올해 3월 25bp 인상 뒤 5월 50bp, 6월·7월·9월 75bp씩 금리를 인상했다.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300bp 올렸으나 끝이 아니다.

11월과 12월에 금리를 75bp씩 올리면 한해 무려 450bp나 올리는 셈이 된다. 그간 시장의 예상은 75bp, 50bp였으나 CPI 결과는 5연속 75b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일단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물가의 하방 경직성으로 인해 당장 연말 미국 정책금리는 전망은 4.50%에서 4.75%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지금의 물가 흐름이라면 물가-임금의 악순환 고리를 감안해 연준이 쉽게 태도를 바꾸긴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아울러 이러면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들도 많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금 상승에 따른 비주거 서비스 부문 가격 경직성이 문제"라며 "9월 물가 지표는 서비스 가격이 예상보다 경직적이며 이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주거비는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근원 물가 상승폭을 확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물가와 연준 스탠스 불안...금융시장 거친 변동성은 지속

미국 9월 CPI가 발표된 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24bp 급등해 4.53%까지 치솟기도 했다.

고물가, 특히 제어되지 않는 근원물가에 놀라 미국 현지시장 일각에선 이런 식이면 100bp, 75bp 순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과격한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13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42bp 오른 3.9424%, 국채2년물은 18.50bp 폭등한 4.4677%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연준의 긴축을 경계하면서도 '악재 기반영 효과'까지 감안해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뉴욕 주가지수의 놀라운 변동성에서 가격변수 상·하방 모두 경계해야 할 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간밤 뉴욕 주가지수는 예상을 웃돈 물가 지표에 2% 내외로 급락하면서 출발했으나 장중 저가매수, 숏커버, 풋옵션 매도 등이 뒤얽혀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결국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827.87포인트(2.83%) 오른 30,038.72, S&P500은 92.88포인트(2.60%) 높아진 3,669.91, 나스닥은 232.05포인트(2.23%) 상승한 10,649.15로 거래를 마쳤다.

급등 전 나스닥과 S&P가 6일 연속 하락 중이었다는 점에서 악재 정점 시즌에서 장중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단순 저가매수로 미국 주식시장의 장중 분위기가 돌변했다고 보긴 어렵다. 시장 분위기 전환엔 파생상품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상태다.

파이퍼샌들러의 대니 커시 옵션투자 헤드는 "주식 랠리는 숏커버와 풋옵션 매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것"이라며 "마치 이벤트가 지난 것처럼 거래가 이뤄졌다. 헤지 물량이 청산된 것이 시장 랠리를 이끌었다"고 해석했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지난주 개별주 단위로 100억달러 이상의 풋옵션을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대규모 베팅이 9월 CPI 이후의 큰 변동성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영민한 헤지펀더들은 숏 포지션 청산으로 이득을 취한 뒤 포지션을 중립으로 돌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시장을 배회하는 단기자금이 알고리즘 트레이딩, 퀀트 전략 등 각종 기술적 매매와 엮여 변동성을 키웠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 긴장하는 한국의 금융당국

미국 CPI 발표 뒤 한국은행은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변동성 확대시 적기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 중앙은행도 미국의 물가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2%로 시장 전망을 상회한 데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0년래 최고 수준인 6.6%로 재차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물가상방 압력이 여전히 크고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부총재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고 이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재부 쪽에선 아침에 먼저 한은, 금융위 등에 연락해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방기선 기재1차관은 회의 뒤 "간밤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지표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은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24시간 점검 체계를 토대로 국내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차관은 "금융·외환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적기 조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금리 상승에 취약한 경제주체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이미 발표한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필요시 추가방안도 적극 강구할 것을 주문한다"고 했다.

■ 변동성 장세, 금융시장 스산한 스토리도 늘어나

금융시장에선 각종 우울한 소문들도 돌고 잇다.

시중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부동산 PF에 우려가 더욱 커졌다. 하나증권에선 부동산PF 유동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배임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개 랩 팀장이 금리가 튀어 수익률이 망가지자 도망을 갔다는 식의 얘기들이 돌아다는 등 분위기는 스산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PF대출 유동화증권 발행 증가, 보증수수료 수익 확대 노력 등으로 증권사의 PF대출 관련 채무보증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 2013년말 5.9조원에서 2022년 6월말엔 24.9조원으로 대폭 늘어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한은이 분석한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12.2조원으로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5%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밖에 주가 급락에 따른 피해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지속되는 등 금융권 전반이 혼란스럽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뱅 쪽에선 대출로 우리사주를 최대한 당긴 뒤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회사를 비난하는 중"이라며 "주식, 채권 가릴 것 없이 가격변수 급등락 속에 점점 극단적인 스토리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언제나 그렇지만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세계 각국 투자자들에게 쓰리쿠션, 포쿠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자료: 한은
자료: 한은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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