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잡히지 않는 美 인플레와 놀라운 은행채 발행금리

2022-10-17 11:22:39

17일 은행채 유통금리...출처: 코스콤 CHECK
17일 은행채 유통금리...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9월 CPI가 예상을 웃돈 데 이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 전환되면서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올해 내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을 상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자율 투자자들도 지친 모습이다.

미국 10년 금리는 4%를 넘어섰으며, 한국 금리도 재차 급등하고 있다.

■ 美, CPI에 이은 기대 인플레 상승의 충격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8월보다 둔화(8.3%→8.2%)됐으나 전월비 상승률(0.1%→0.4%)은 더욱 확대됐다.

특히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6.6%로 8월과 시장전망치(6.3%, 6.5%) 모두 넘어서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근원물가의 월간 상승률도 0.6%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주거, 서비스, 보건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고물가 상황의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특히 주거비는 198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올라갔다. 그간 기대 인플레 둔화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시장 입장에선 다시금 경계 수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수치를 확인했다.

미시간대의 10월 기대 인플레이션(1년)은 전월 4.7%에서 5.1%로 높아졌다. 예상치는 4.6% 수준이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7%에서 2.9%로 상승했다. 역시 예상치 2.8%를 상회했다.

이런 데이터들이 확인되자 연준 인사들도 마치 정책금리 전망을 상회할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제약적 수준까지 기준금리 올리는 방안을 강하게 지지한다"며 "기준금리가 4.5~5%까지 가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물가 진정을 위해 터미널 레잇이 더 높아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후행적인 정책 스탠스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물가 압력은 계속해서 기대 이상이다.

■ 조건이 변하면 우리도 변한다...미국 변화 따른 한국 금리 인상폭 우려

이창용 총재는 최근 25bp씩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조건부'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가 크게 상향되는 등 여건히 바뀌면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까지 가서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15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열린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강연을 통해 "10월 금통위에서 50bp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7~8월에 제지한 포워드 가인더스의 전제 조건이 변한데 기인했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최근 국감, 금통위 등에서 '조건부' 가이던스였음을 강조한 데 이어 외국에서 열리는 행사에서도 이런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총재는 또 "5~6%대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명확히 했음에도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폭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11월 미 연준의 결정, OPEC+의 감산,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포워드가이던스로의 이행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면서 정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11월, 12월 모두 금리를 75bp씩 올릴 가능성이 높아져 한은의 연속 빅스텝 우려 등도 제기된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한은 총재가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거론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면서 "소수의견 2명이 나온 상황에서 금통위가 11월 25bp, 50bp 중 어떤 선택을 할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인상폭 관련 11월 25bp: 50bp 비중은 8:2 정도로 본다"면서도 총재 말처럼 상황 변화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C 증권사 딜러는 "10월 금통위의 25bp 소수의견과 중립금리 3.5% 발언 등을 감안할 때 11월 25bp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내년 1월엔 다시 더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 크게 뛴 은행채 발행 금리

이런 가운데 은행채 발행 금리는 상당히 높아져 눈길을 끈다.

장 초반 국민은행 3개월 할인채가 민평대비 55bp 가량 높은 4%에 태핑이 이뤄지는 등 단기 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예상을 뛰어넘자 긴장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D 증권사 관계자는 "11월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본다고 하더라도 은행채 짧은 것들이 발행되는 금리들을 보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주보다 한단계 더 올려버렸다. 10,20 단위로 올리다가 갑자기 40~50대로 뛰니, 이렇게까지 급한 상황인가 하고 의심이 든다"고 했다.

산금채 1.5년 이표채가 민평대비 45bp 가량 높은 5%에 발행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E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채는 그래도 들어가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산금 1.5년이 5%라는 놀라운 세상이 도래했다"면서 "시장은 계속 어렵고 현금 부자 개인들에겐 꿈과 같은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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