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영국의 신임 재무장관 제레미 헌트가 리즈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했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기존 재정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금융시장은 헌트 장관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영국 국채 가격, 파운드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 나스닥은 3.4% 급등하면서 영국의 정책 수정을 환영했다.
■ 교체된 재무장관, 재정건전성 강조하며 일단 시장 신뢰 되살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모든 정부에 가장 중요한 책임은 경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며 "영국 경제 안정과 재정 규율에 대한 정부 약속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려면 영국의 재정이 중기적으로 안정된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이를 위해 발표된 거의 모든 세금 조치를 되돌릴 것"이라며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상한 동결은 내년 4월 이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도 영국 새 장관이 4일만에 내놓은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를 수용하기 시작해 다행스럽다는 반응들도 나왔다.
최근까지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콰시 콰텅이 내놓았던 정책이 파운드화 급락, 인플레 압박 강화, 금리 상승 등의 우려를 증폭시켰지만 장관 교체와 정책 철회가 일단 시장 안정을 이끈 셈이다.
내년 봄이면 금리가 6%를 넘을 것이란 우려 역시 크게 조정됐다. 선물시장은 내년 5월 금리 상단이 5.25%를 밑돌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 무너지는 금융시스템 보며 급했던 英...일정 당기며 건전재정 약속
영국 재무부는 당초 오는 31일에 경제 전망과 함께 중장기 재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일정을 당겨서 일부 변경 사항을 먼저 발표한 것이다.
헌트 장관은 "시장 안정이 현재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에 어필했다. 정부가 시장을 좌우할 수 없으나,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은 줄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이해를 끌어냈다.
따라서 당초 콰텅 재무장관 등이 내놓았던 정책들은 되돌려야 했다.
지난 3일 최고 소득세율 인하(현행 45%→40%) 계획이 철회됐으며, 14일엔 법인세 인하 계획 역시 없던 일이 됐다.
이같은 감세안 철회에 이어 추가적인 정책 철회가 발표됐다.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쇼핑 면세, 주세 동결 등 약 연간 56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 항목들을 추가로 철회했다. 또 60억 파운드 규모의 기본 소득세율 인하 계획도 접었다.
기본 소득세율 인하 시기를 1년 앞당겨 내년 4월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헌트 장관은 현행 기본 세율인 20%을 유지하고 경제 상황이 허용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정책도 손질했다. 올해 10월부터 2년간 가격 상한제를 운영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상한선은 유지하지만 기한을 내년 4월까지로 제한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영국이 소득세율 인하를 보류하고 배당소득세 인하를 철회하는 등 정책을 물렸다. 에너지 지원도 줄였다"면서 "과도한 재정정책으로 인한 국채발행 증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등이 누그러지면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간밤 파운드/달러는 1.52% 오른 1.1353달러를 기록하는 등 영국 화폐는 가치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