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다시 배반당하는 '올해 금리 고점 봤다'

2022-10-20 07:59:28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0일 미국채 금리 급등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금리 급등으로 국고2~10년이 모두 4.3%대로 진입하는 등 연중 고점을 재차 돌파할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금리 메리트에 따른 저가매수보다는 수급 여력 부족, 심리 악화 등이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금리가 9월 하순의 연중 고점에 다가서거나 10년과 같은 구간은 이를 넘어선 가운데 시장 분위기는 크게 냉각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인플레 우려로 미국 금리가 재차 뛰면서 국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 美금리 주변국 인플레 우려에 급등하며 4.1%대로

미국채 금리는 주변국들의 인플레 급등 소식에 크게 뛰었다. 영국과 캐나다 인플레 급등 소식, 독일 금리 급등 등에 미국 10년물 금리도 4.1% 위로 치솟았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8bp 급등한 4.1366%, 국채30년물 수익률은 9.73bp 오른 4.124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1.07bp 상승한 4.5499%, 국채5년물은 12.99bp 오른 4.3604%를 나타냈다.

영국 소비자물가는 10%를 웃돌았으며, 캐나다 물가는 7%에 바짝 붙었다. 독일에선 재무국의 레포 대차 물량 확대 소식에 금리가 뛰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8.93bp 오른 2.3735%, 2년물 수익률은 11.99bp 뛴 2.0734%를 기록했다.

길트채 시장에서 그러나 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재정정책 되돌림 효과가 3일째 이어졌다. 영국10년물 금리는 7.06bp 하락한 3.8724%, 2년물은 3.92bp 떨어진 3.4221%를 나타냈다.

■ 다시 금리 뛰자 뉴욕 주가 떨어지고 달러가격 속등

뉴욕 주가지수는 3일만에 반락했다. 넷플릭스가 실적호조로 10% 이상 급등했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속에 금리가 재차 그등하자 약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9.99포인트(0.33%) 하락한 30,423.81, S&P500은 24.82포인트(0.67%) 낮아진 3,695.16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91.89포인트(0.85%) 내린 10,680.5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10개가 약해졌다. 부동산주가 2.6%, 금융주는 1.6%, 헬스케어주는 1.4% 각각 내렸다. 에너지주는 2.9% 높아졌다.

개별 종목 중 전일 장 마감 후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넷플릭스가 13% 뛰었다. 가입자 수 증가폭이 기대치를 넘어선 점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반면 알파벳과 아마존은 1.1%씩 낮아졌다.

금리가 뛰자 달러가격도 올랐다. 영국, 캐나다 인플레 우려에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 가격은 속등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69% 높아진 112.9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86% 낮아진 0.9775달러, 파운드/달러는 0.89% 내린 1.1221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4% 오른 149.89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62% 상승한 7.268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62%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4일만에 반등하면서 80불대 중반으로 올랐다. 미국 주간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감소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정부의 비축유 방출 소식이 전해졌으나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2.73달러(3.30%) 오른 배럴당 85.5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38달러(2.64%) 상승한 배럴당 92.41달러에 거래됐다.

미 행정부는 전략비축유 15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존 전략비축유 방출 기간을 12월까지 연장하는 방식으로 15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는 전주대비 172만 5000 배럴 줄었다. 예상치는 170만 배럴 증가였다. 휘발유 재고는 11만 4000배럴 줄었다. 반면 정제유 재고는 12만 4000배럴 늘었다.

■ 신용 리스크에 바짝 긴장한 시장

지난 9월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뒤 신용 채권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커졌다.

다행히 강원도 의회가 레고랜드 ABCP 상환재원 마련을 위한 예산을 편성키로 하는 등 절차를 밟으면서 일단 시장 우려의 일부는 감소했다. 하지만 이를 크레딧 리스크 해소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용 채권 전반의 분위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이미 투자 심리에 큰 생채기가 난 상황이어서 결국 당국의 조치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진단들도 나온다.

여기에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각종 PF 투자 관련 우려도 적지 않다. 신용시장의 우울한 분위기는 시장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은행채 시장에서 본 것처럼 민평대비 50bp 이상 높은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지는 등 시장 수급은 이미 크게 타격을 입은 상태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북 클로징 시즌을 앞두고 투자 여력도 만만치 않아 결국 금융 당국이 나서서 신경을 더 써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금리는 크게 올랐지만 저가매수 자신감은 소진됐다. 지난 6월의 연중 금리 고점 오판 후, 9월의 금리 폭등 뒤 다시 '올해 고점은 봤다'는 평가들이 나왔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 내부도, 외부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수급 여력 소진 등으로 채권시장이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외 상황도 계속 만만치 않다.

각국이 열심히 정책금리를 올렸으나 물가 상승률은 기대 만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올해 말로 가면 경기 침체나 물가 둔화와 관련한 보다 또렷한 신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예상들은 나오고 있으나 하루하루 대응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환율 역시 채권시장에 언제든 재차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뛰고 달러값이 탄력을 받으면 국내 외환, 채권, 주식 모두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간밤 뉴욕 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1개월물은 1,435.10원에 최종 호가됐다. 달러/원 1개월물 스왑포인트 -0.45원을 감안하면 NDF 달러/원 1개월물 환율은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현물환 종가(1,426.20원)보다 9.35원 상승한 셈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WGBI 편입 결정에 따른 외국인 채권 매수 여력 확대를 거론하고 있으나 당장 시장 수급 여력이 만만치 않다 보니 미래의 호재를 반영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4% 이상을 상정하고 움직이는 지금과 같은 때에 저가매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은 떨어지고 두려움은 커졌다. 계속해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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