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가시지 않는 불안과 당국 추가 대응 가능성

2022-10-21 07:54:03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1일 미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는 이틀 연속 10bp 내외의 급등세를 보이면서 4.2%를 넘어섰다.

연준 긴축에 대한 경계감 속에 지난 14일 미국채 10년 금리가 4%를 넘어선 뒤 레벨을 더욱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달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크레딧 채권과 관련한 두려움이 증폭돼 있다.

다만 당국이 조치에 나서 금리의 이상 급등을 제어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계속해서 금리 상, 하방 변동성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 美금리 이틀 연속 급등하며 4.2% 넘어서

미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으로 급등했다. 연준 관계자의 매파적 발언, 그리고 실업 지표의 예상밖 호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38bp 급등한 4.2304%, 국채30년물 수익률은 9.63bp 뛴 4.221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58bp 상승한 4.6057%, 국채5년물은 8.41bp 오른 4.4445%에 자리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커 총재는 "금리를 연말까지 4%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올린 후 억제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은 예상 밖 감소세를 나타냈다. 주간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는 전주보다 1만 2000건 줄어든 21만 4000건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3만 3000건을 예상했다.

뉴욕 주가는 금리가 연 이틀 오르자 이틀 연속으로 빠졌다. 대형기술주 강세와 영국 총리 사임 발표로 장 초반 상승하다가 방향을 바꿨다.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에 금리가 뛰자 압박을 받았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0.22포인트(0.30%) 하락한 30,333.59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9.38포인트(0.80%) 낮아진 3,665.78, 나스닥은 65.66포인트(0.61%) 내린 10,614.84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8개가 약해졌다. 유틸리티주가 2.5%, 산업주는 1.9%, 재량소비재주는 1.7% 각각 내렸다. 반면 통신서비스주는 0.4%, 에너지주는 0.2%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전일 장 마감 후 기대 이하 매출을 발표한 테슬라가 6.7% 급락했다. 메타와 애플은 1.3% 및 0.3% 각각 낮아졌다. 반면 실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IBM은 5% 급등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영국 총리 사임발표로 파운드화 가격이 오르자 압박을 받았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12% 낮아진 112.8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3% 높아진 0.9788달러, 파운드/달러는 0.16% 오른 1.123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17% 상승한 150.16엔에 거래돼 1990년 이후 처음으로 150엔 선을 넘어섰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8% 낮아진 7.2552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21%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중국의 코로나19 격리기준 완화 가능성에 힘을 받았으나 뉴욕주가 하락으로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43센트(0.50%) 오른 배럴당 85.98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3센트(0.03%) 내린 배럴당 92.38달러에 거래됐다.

중국은 해외 입국자의 코로나19 격리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의 10일 이상에서 7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금융당국, 적극적 안정 조치 강조

전날 금융당국은 금융·외환시장 관련 조치들을 발표하면서 시장 안정 의지를 다졌다.

금융위는 채안펀드 여유재원을 통한 신속한 매입과 캐피탈 콜, 증금을 통한 유동성 지원, LCR 규제 6개월 유예, PF 관련 조속한 프로그램 마련 등을 약속했다.

기재부는 외환 부문의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모니터링 지표들을 심층 점검하고 관련기관들간 감독 결과 등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시장 안정 의지를 다지자 산하 기관에서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정무위 국감에서 "채안펀드 3조 중 남아 있는 1.6조원을 조속히 투입해 레고랜드 ABCP에 따른 자금경색 문제에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국은 아울러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는 근거없는 소문에 대해 적극 대응해 시장심리 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특정 기업에 대해 정확한 근거 없이 신용 및 유동성 관련 위기설·루머 등을 생성 또는 유포하는 행위와 회사채·유동화 증권(ABCP, 전단채) 채권시장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루머를 생성하거나 유포하는 행위 등을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러스 총리 사태와 영국의 혼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했던 영국의 트러스 총재가 20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6일 총리로 임명된 지 44일 만이다.

트러스 총리는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역사상 최단임 총리가 되는 것이다.

트러스 사태 소식은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이 최근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해 선반영됐기 때문에 총리 사태라는 재료 효과는 강하지 않았다.

아울러 영국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영국 9월 CPI가 높게 나온 가운데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 등은 계속되고 있다.

트러스의 사태 이후 또다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영국은 혼란스런 정치와 경제 상황이 계속해서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남아 있는 상태다.

■ 가시지 않는 시장의 불안과 당국 추가 대응 감안

당국의 안정조치가 나와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리면서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 사태 이후 PF 관련 문제가 다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들려온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수급 여력이 좋지 않아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들이 많다.

근본적인 문제들도 계속 거론된다. 연내 연준의 큰폭 금리인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 가능성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은 역시 시장 상황의 큰폭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전날 이슈노트를 통해 "주요국의 통화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급 부담 및 신용경색 상존으로 단기간 내에 신용 채권시장의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용 리스크 관련 불안감의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찝찝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점들도 보인다. 예컨대 위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마음을 놓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당국이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과거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을 때 채안펀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 등을 통해 당국은 시장을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아울러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4%를 충분히 반영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수준에서 레벨이 더 급등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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