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강원도청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시작된 채권시장 위기의 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강원도가 2천억 정도의 ABCP에 보증을 섰다가 갚지 않겠다고 한 '그 사건' 이후 시장 상황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 손을 놓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김진태 강원지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면서 "일단 돈을 직접 빨리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언제 시장이 되살아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의 강원지사 비난...원칙 어기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초래되는가
올해 3월만 하더라도 91일짜리 CP 금리는 1%대였다.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는 크게 오른 뒤 최근엔 4%를 돌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CP 91일이 4%를 넘은 것은 2009년 1월 하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금리가 어디까지 더 오를지, 언제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레고랜드 부동산 PF ABCP에 대해 보증을 선 강원도가 지급보증 거부 메시지를 던진 뒤 복잡다양한 채권시장이 하나, 둘씩 망가지기 시작한 뒤 지금은 전체 채권시장이 스톱되는 상황에 처했는 평가가 나오는 지경이다.
시장에선 겨우 2,050억 돈이 아까워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웠다면서 김진태 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B 증권사 딜러는 "김진태 강원지사가 안 그래도 취약하던 시장을 그로기 상태로 몰았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강원도 때문에 ABCP 시장이 박살 나고 그 쪽 시장이 안 돌아가는 한 전체 채권시장도 방법이 없어 보인다"면서 "겨우 2,050억원 때문에 수조원, 수십조원을 들여야 간신히 막을 수 있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안펀드 남은 돈 1.6조원으로 여전채 몇 개 사줘 봐야 한계가 있다. 매달 차환해야 하는 유동화 채권, CP들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C 증권사 딜러는 "김진태 지사의 소위 '빅엿'이 채권시장을 제대로 신용경색 상태에 빠뜨렸다"고 분노했다.
■ 위기 대비하며 당국 조치 등 생각해 보는 채권 딜러들
C 딜러는 이제 분노를 가라앉히고 2008년 당시의 시장 상황을 검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의 시장 상황을 참고해 향후 시장 흐름을 예상해 보는 것이다.
이 딜러는 "천천히 당시 상황을 복기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서 "크레딧 안정이 일단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조치나 처한 입장도 감안하고 있다. 특히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한은의 복잡할 수밖에 없는 속내 등도 감안해 보고 있다.
이 딜러는 "한은은 현재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마음 놓고 유동성을 공급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안 그래로 간난아기 다루듯 할 정도로 시장이 취약했는데, 김진태 지사의 이상한 플레이 하나가 시장을 제대로 망가뜨린 상태"라고 다시 분개했다.
한은도 심각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75bp 추가 인상이 준비된 상황에서 다음달에 25bp, 50bp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던 한은도 시장 경색에 당황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날 한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 상황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 중"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과 관련해 금통위원들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정책이 나올 수 있지만 아직은 정책과 관련해 공식적인 루트 이상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대응책을 모색하면서도 섣불리 뭔가를 내놓기 어려운 게 한은의 입장이다.
D 증권사 딜러는 "강원도 건을 빨리 해결하고 신용채권들의 막힌 혈을 뚫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은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등 주변 여건이 너무 나빠 불안한 크레딧 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E 운용사 매니저도 "돈이 없는게 아니라 돈이 안 돌아서 문제"라며 경색된 자금시장이 뚫려야 시장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투자자들은 CP, 신용채 등 크레딧부터 해서 막힌 돈줄을 뚫어내야 시장이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의 추가 지원책이 불가피해 어떤 조치가 더 나올지도 대기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