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50조+α 규모' 대책
2022-10-24 07:58:05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4일 일요일 발표한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조치에 따른 투자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50조+α 규모'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달 하순 발생한 레고랜드 PF ABCP 사태의 파장이 채권시장은 뒤흔든 뒤 주말에 금융수장들이 모여 대응책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채 시장에선 금리인상 막바지 인식이 급부상하면서 일드커브가 놀라운 스티프닝을 구가했다.
■ 美금리 2년 10bp 넘게 빠지고 30년 10bp 넘게 뛰어...수익률 곡선 대폭 스티프닝
미국채 수익률 곡선은 큰 폭의 스티프닝을 나타냈다. 2년물 금리가 10bp 넘게 급락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10bp 넘게 뛰었다. 10년 금리는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연준 긴축 속도나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드커브가 갑자기 일어선 것이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0.42bp 하락한 4.226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2.06bp 뛴 4.3418%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0.57bp 급락한 4.5000%, 국채5년물은 9.63bp 하락한 4.3482%를 나타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11월 FOMC에서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것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혀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에 힘을 실어줬다.
WSJ는 "연준이 11월 75bp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부 인사들이 최근 고강도 금리인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향후 인상폭 조절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은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것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 현 시점에선 그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경제지표가 그렇게 우호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데일리는 "연준이 이번 금리인상 기조에서 최종금리로 다가갈 수록 50bp나 25bp 등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폭을 낮춰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 주가 급등...연준 긴축 기조 마지막 이닝이라는 기대감도
뉴욕 주가지수는 동반 급등했다. 연준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는 환호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48.97포인트(2.47%) 오른 31,082.56, S&P500은 86.97포인트(2.37%) 상승한 3,752.75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244.87포인트(2.31%) 상승한 10,859.72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가 일제히 강해졌다. 소재주가 3.46%, 금융주와 재량소비재주가 각각 2.92% 상승해 특히 강세를 보였다.
연준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과 함께 예상을 웃돈 기업들의 실적도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12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50bp로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식투자자들의 연준 매파들의 긴축 기조가 이제 정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희망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톤버그투자관리의 크리스천 호프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 긴축 기조가 마지막 이닝에 접어 들었다"면서 야구 경기에 비유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일본 외환당국이 대규모 엔화 매수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WSJ 보도와 연준 인사 발언 등으로 미국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85% 낮아진 111.8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77% 높아진 0.9861달러, 파운드/달러는 0.52% 오른 1.129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1.59% 하락한 147.74엔에 거래됐다. 전장에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150엔 선을 넘어선 이후 일본 외환당국의 실개입으로 환율이 낙폭을 확대했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39% 낮아진 7.2262위안을 기록했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도 미 달러화 대비 1.52%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달러화가 연준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과 엔화 강세 등에 영향을 받아 약세를 보인데 연동해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54센트(0.63%) 오른 배럴당 85.0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12달러(1.21%) 오른 배럴당 93.50달러에 거래됐다.
■ 시장 안정 위한 전력투구 다짐한 금융당국
추경호 부총리는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최근의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시장안정조치에 더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시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불안에 적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50조원+α' 정책에서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1.6조원 규모의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10월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PF-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펀드 자금요청(capital call) 작업도 속도를 내 11월 초부터 금융회사(83개)에 대해 본격적으로 집행토록 하고 필요시 추가 조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한도를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로 확대하고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대상에 포함함으로써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불안을 안정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 한국증권금융이 우선 자체재원을 활용하여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실시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추가 지원규모도 최대한 확충하겠다고 했다.
증권금융은 RP거래 및 증권담보대출시 담보 제공대상 증권을 보다 다양하게 허용함으로써 자금지원 저변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보 제공 대상 증권을 RP거래시에는 현재의 국고채, 통안채, 은행채에서 회사채(AA이상)를 허용하고, 증권담보대출시에는 현재 RP대상채권, 상장주식에서 회사채(AA이상), CP(A1이상), ABCP(예금형), 증금채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르면 10월 24일 주부터 시장 상황 및 자금수요 등을 봐가며 최대한 신속히 자금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한은은 유동성 지원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 대출 등의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도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속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창용 총재는 "기타 SPV나 다른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시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당국, 부동산 PF 불안 적극 대응
시중에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도 큰 가운데 부동산 PF 시장 불안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차환 지원과 본PF 자금조달 애로 완화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미분양 방지를 위한 규제완화 등 PF시장 전반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총리는 "필요시 한시적으로 사업자보증 대상 확대요건 완화 등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가 보증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만큼 경제수장이 나서서 모든 지자체의 보증 의무 이행을 강조하면서 신뢰 회복에 대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부총리는 "앞으로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거시적 통화정책 전제조건은 '불변'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이 총재는 "은행을 중심으로 자금순환에 문제된게 아니고 CP시장을 중심으로 한 문제, 즉 마이크로한 측면의 문제이기 때문에 거시 통화정책의 전제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 시장 요구 상당부분 수용한 당국...변동성 대비
주말에 한은,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모여 금융시장 안정을 약속한 상태다.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십조원 대의 안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가운데 일단 당국은 50조원을 넘는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은 셈이다.
사태의 발단이 됐던 레고랜드 보증 문제를 감안해 지자체의 약속한 '보증 의무 준수'를 경제수장이 강하게 거론한 점도 심리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CP, 신용채 금리가 상상 이상으로 뛰는 모습을 보이면서 심리 불안이 증폭됐던 만큼 얼마나 빨리 진정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자율 시장에선 특정 건설사가 위험하다는 소문, 아무개 채권 딜러가 큰 손실을 입고 잠적했다는 소문 등 투자 심리를 어지럽히는 각종 얘기들이 흘러다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행안부, 국토부까지 포함해 관계된 전부처를 모아 전력 투구를 다짐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심리는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어 계속해서 만만치 않은 시장 흐름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때마침 오늘은 국회 기재위 종합 국감이 열린다. 한은 총재 등의 발언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