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한은에서 얻을 것과 얻지 못할 것
2022-10-25 08:07:43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5일 시장 안정 여부를 주시하면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말 당국이 5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은 뒤 안정 여부를 가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은의 추가적인 조치 등에 대한 관심도 크다.
전날 장 마감 뒤 이어진 국감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적격담보증권 확대엔 긍정적 답변을 했으나 SPV나 금융안정대출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해외 시장에선 미국 일드커브의 스티프닝이 좀더 이어졌으며, 영국에선 새 총리에 대한 기대감에 금리가 30bp 넘게 빠졌다.
■ 美 일드커브 좀더 스티프닝
미국채 금리는 주가 상승 영향으로 올랐다. PMI 지수 부진에 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주가가 오르자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주 부상한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여파 속에 커브는 좀더 섰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93bp 오른 4.2455%, 국채30년물 수익률은 3.99bp 상승한 4.3817%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25bp 하락한 4.4875%, 국채5년물은 0.91bp 오른 4.3573%를 나타냈다.
미국의 이달 제조업 지수가 지난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S&P글로벌 발표에 따르면, 미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 49.9로 전월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예상치(51.0)를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달 서비스업 PMI 잠정치도 46.6으로 전월대비 2.7포인트 내렸다. 이는 시장 예상치(49.5)를 하회하는 결과다.
뉴욕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달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돈 가운데 지난주 부상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가 이어졌다. 이번 주 공개될 대형 기술주 실적 기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17.06포인트(1.34%) 오른 31,499.62, S&P500은 44.59포인트(1.19%) 상승한 3,797.34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92.90포인트(0.86%) 높아진 10,952.6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헬스케어주가 1.9%, 필수소비재주는 1.8%, 정보기술주는 1.4%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마이크로소프트가 2.1%, 애플은 1.5%, 알파벳은 1.4% 각각 올랐다. 반면 메타는 0.2%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인덱스가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장 초반 중국발 경기우려에 따른 안전통화 수요로 힘을 받기도 했으나, 이내 레벨을 낮췄다. 미 이달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난 영향이다.
달러 가격은 보합수준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전일과 별 차이없는 112.02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2% 높아진 0.9876달러를 나타냈다. 파운드/달러는 0.23% 낮아진 1.1278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차기 총리에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확정된 가운데 파운드 값은 등락을 거듭했다.
달러/엔은 0.95% 오른 149.09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1.32% 상승한 7.3252위안에 거래됐다.
지난 주말 끝난 중국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뒤 시장에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커져 시장 친화적 정책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1.03%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4일만에 하락했다. 중국발 수요 우려 등으로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47센트(0.55%) 하락한 배럴당 84.58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4센트(0.26%) 낮아진 배럴당 93.26달러에 거래됐다.
■ 영국, 인도계 억만장자 젊은 총리 기대감...금리 30bp 이상 폭락
영국에선 44일만에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후임으로 42세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결정됐다. 영국 최초로 인도 혈통의 더욱 젊은 총리가 등장하는 셈이다.
수낵은 1960년대에 영국으로 이민한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영국 옥스포드, 미국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골드만 삭스 등에서 근무한 금융통이다. 인포시스 창업자인 인도 억만장자 재벌 NR 나라야나 머시의 사위로 어마어마한 부자로 알려져 있다.
새 총리 소식에 영국 주식시장의 FTSE지수는 1.05% 속등했으며 금리는 급락했다. 특히 최근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영국 금리가 대폭 하락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24일 30.95bp 폭락한 3.7351%를 기록했다. 2년 구간 금리는 32.01bp 폭락한 3.3184%를 나타냈다.
지난달 하순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로 4.5% 위까지 폭등했던 영국 금리는 이후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새 총리 기대감에 일단 금리는 대폭 하락하면서 하향 안정을 구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 한은 총재, 적격담보 확대 '긍정적'...SPV, 무제한RP 등과는 선 그어
이창용 한은 총재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격담보 확대로 은행채 발행이 줄어 채권시장의 불안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장 마감 뒤 이어진 국회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이번주) 금통위에서 적격담보증권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며 "은행권에서 어느 정도 유동성 확보가 되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선순환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이 채권시장 불안으로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총재는 다만 금융안정대출이나 SPV(회사채·CP 매입 통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 재가동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총재는 이런 정책에 대해 추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했다.
총재는 "현 상황에선 증권사 중심으로 CP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은 파이낸싱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며 "처음에 너무 과도한 약을 쓸 수 없다. 대책은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하겠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이 정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27일)를 통해 적격담보증권 제도 등을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고 의결해서 은행권이 조금 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쏴주는 방식이 아닌 적격담보증권 확대를 통해 은행 자금 사정에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총재는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지 않더라도 적격담보채권 대상을 확장하면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로부터 선순환이 일어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이번주 목요일 금통위에서 적격담보 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일각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코로나 사태 발발 당시의 정책인 SPV, 무제한 RP 등과는 선을 그은 것이다.
■ 시장의 분위기 살피기...한은에서 얻을 것과 얻지 못지 못할 것
전일 금리는 일요일 5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 대책 영향으로 급락했다.
3년 금리가 4.3% 선으로 20bp 가까이 급락하는 등 금리들은 레벨을 낮췄다.
대외 쪽의 연준 긴축 속도조절론, 국내 금융당국의 강력한 채권시장 안정 의지 등을 평가했다.
하지만 신용채들에 대한 불안감은 이어졌다. 시장안정 재원 마련 과정에서의 구축 효과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재원을 확보하는 조치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특수채 유찰 등이 이어졌다.
다만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들도 엿보였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매우 특이한 정책을 현 시점에서 한은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도 있었다.
일단 주말에 나온 CP, 크레딧 채권 관련 대책들은 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시장 심리가 얼어 있고 수급 여력이 여전히 달리는 만큼 안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한은도 일단 이번주 금통위에서 일각의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적격담보 확대 등을 통해 좀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일 듯하다.
한편 이 총재는 전날 국감에서 금융당국이 일요일(23일) 발표한 정책에 따른 물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23일 발표한 정책은 미시정책으로 금융 안정을 시도한 정책"이라며 "거시정책으로 한은이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은 하지 않아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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