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25일 "내년에도 고금리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신흥국의 부채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취약국을 중심으로 자본이탈이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불안이 전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금센터는 "IMF는 최근 2023년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종전(7월) 대비 0.2%p 하향했으며, 일부 증권사들은 이보다 낮은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현재 JP모간은 3.2%, 크레딧스위스는 3.3%, 노무라는 3.4% 정도의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되면 성장률 추가 하향 의사를 밝혔다.
센터의 남경옥 연구원은 "아직까지 주요 신흥국은 과거 위기시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상황에 있으나 근래 달러화 강세 등에 따른 차입비용 상승과 수입물가 증대, 제한적 재정여력, 자금조달 접근 어려움 등으로 신흥경제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신흥국은 ▲ 현지통화 발행 증대에 따른 부채구조 개선 ▲ 외환보유액 축적 ▲ 유연한 환율제도 채택▲경상흑자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대외 불균형을 개선해왔지만, 일부 취약국의 경우 현재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수준이 계속될 경우 부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외건전성이 취약(경상적자↑·외환보유액↓·환율↑)하고 사태 악화시 이를 수습할 정책 여력이 제한적인 국가들을 유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대비 경상적자와 단기외채의 합을 나타내는 총외부자금조달요건의 경우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이집트, 헝가리, 파키스탄 등이 취약하다고 밝혔다.
총외부자금조달여건은 한 국가가 경상수지 부족분을 충당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상환을 연장(roll over)하기 위해 필요한 해외 자본 흐름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외 취약성을 평가하는 유용한 지표 중 하나다.
남 연구원은 특히 "달러화 강세 지속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 등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신흥국 외환보유액이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만 $3,700억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일부 원자재 수출국(인니·말련·사우디 등)을 제외한 대부분 신흥국에서 금년 정부 수입대비 이자 지출이 전년대비 증가하고 내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정책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 신흥국 경제의 건강상태는...
금년 들어 신흥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이전 정점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국금센터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말 신흥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52.4%($98.8조)로 전년말 대비 3.8%p(+$2.2조) 증가한 상태다.
팬데믹 이전(2019년 4Q)에 비해서는 24.9%p(+$22.4조) 확대된 상태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초 정점(21.1Q 254.3%)에 도달한 이후 경기 개선과 함께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 반등하며 2분기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부채 증가폭은 팬데믹 직후(+6.1~19.9%p)에 비하면 완화됐지만 이전 10년간(10~19년) 평균 추세(+2.9%p)를 상회했다.
부채 절대규모는 비금융기업 부문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경기대응을 주도했던 정부부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작년말 GDP 대비 100.3%에서 올 상반기 101.6%로 1.2%p 확대된 반면 같은 기간 정부부채는 64.3%에서 65.6%로 1.3%p 늘어 신흥국 총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가계(46.9%, +0.3%p) 및 금융부문(38.4%, +1.0%p)의 부채도 소폭 확대됐다.
통화별로 보면 자국통화(244.6%, +6.1%p)를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한 반면, 외화표시(26.8%, -0.7%p) 부채는 소폭 감소했다.
외화표시 부채 중에서는 달러화의 비중이 75.8%로 가장 크고 유로화는 17.4%, 기타통화는 6.8%. 작년 및 팬데믹 이전 대비 통화별 비중 변화는 대동소이했다. 외화표시 부채는 비금융기업이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며 뒤이어 금융기업 32%, 정부 17% 순이다. 가계부문은 1%로 매우 미미했다.
남경옥 연구원은 "신흥국들은 과거 외환위기를 경험 삼아 자국통화 표시 채권 발행을 늘려왔으며 현재 신흥국의 외화부채 평균은 GDP의 26.8%로 자국통화 부채(244.6%)의 1/10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제조업 기반국과 에너지·식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채 비율이 증가했다. 원자재 수출국의 경우 대체로 부채 비율이 감소해 대조적이었다.
중국(+13.2%p), 베트남(+4.2%p)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대외수요 위축 등으로 가장 높은 부채 증가폭을 보였으며 이집트(+2.4%p), 헝가리(+1.4%p) 등도 러-우 전쟁 여파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에 대한 대응 등으로 부채 누적이 지속됐다.
반면 브라질(-11.5%p), 사우디아라비아(-7.5%p), 말레이시아(-4.1%p) 등 원자재 수출국들은 주요 수출품의 가격 강세에 따른 수혜로 부채 비율이 감소했다.
남 연구원은 "신흥국의 부채 증가세가 억제되기 어려운 가운데 내년 만기도래 집중, 금융여건 악화 등으로 상환 부담이 가중되며 공공 및 민간부문의 채무 불안이 동시에 커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흥국의 경우 지난 10년여간 글로벌 저금리 환경에서 부채의 급속한 팽창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 등 부채의 GDP 창출 효과가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신흥국 비중은 2011년 12.7%에서 2021년 25.8%로 10년 사이에 두배로 급증했다.
남 연구원은 "신흥국은 내년 말까지 부채 만기도래가 집중된 가운데 달러화 강세 및 금리 상승 등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신용시장 접근도 제한된다"면서 "23년까지 채권 및 대출 만기도래액이 18조달러를 상회해 총부채의 16~19%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강도 통화긴축 및 달러화 강세 속 만기도래 달러표시 부채(~23년 2.5조달러)에 대한 재융자 비용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1억달러를 빌릴 때마다 350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