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채권-장전] 금융당국자들의 시장 추스리기

2022-10-26 08:05:02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5일 미국채 금리 급락 영향으로 강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주택시장, 심리지수 둔화가 목격되는 가운데 영국 금리가 연이틀 급락하면서 미국채 금리도 레벨을 크게 낮췄다.

국내 시장은 지난 일요일 정부가 내놓은 채권시장 안정 대책책, 대외 호재 요인을 업고 추가 강세를 시도할 듯하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당국자들이 시장 안정에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 美10년 금리 15bp 가까이 급락...경제지표 부진, 영국 금리 급락 영향

미국채 금리는 장기구간 위주로 급락했다. 영국 길트채 금리 급락, 주택가격 하락 소식 등 경제지표 부진 이 미국채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45bp 하락한 4.101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2.09bp 떨어진 4.2608%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97bp 떨어진 4.4578%, 국채5년물은 9.81bp 급락한 4.2592%를 나타냈다.

재무부가 실시한 420억 달러 규모 2년물 입찰 결과는 부진했다. 낙찰수익률은 4.460%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도 2.59배에 그치며 최근 평균을 밑돌았다.

영국에선 40대의 억만장자 출신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신임 총리로 취임한 가운데 길트채 시장은 강세로 그를 맞았다.

영국10년물 금리는 24일 30.95bp 급락한 데 이어 25일엔 10.87bp 급락해 3.6264%를 기록했다. 이달 10일만 하더라도 4.46%대를 기록하던 금리가 대략 2주 남짓만에 80bp 이상 떨어진 것이다.

■ 나스닥, 금리 급락 환호하며 2% 넘게 속등

뉴욕 주가지수는 3일 연속 올랐다. 경제지표 부진에 금리가 속락하자 기술주를 중심으로 가격 속등세가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37.12포인트(1.07%) 높아진 31,836.74, S&P500은 61.77포인트(1.63%) 상승한 3,859.11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246.50포인트(2.25%) 오른 11,199.12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10개가 강해졌다. 부동산주가 4%, 소재주는 2.5%, 통신서비스주는 2.4%, 재량소비재주는 2.3% 각각 높아졌다.

개별 종목 중 메타와 애플이 6% 및 2% 각각 높아졌다. 테슬라는 5% 넘게 뛰었다.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제너럴모터스와 코카콜라도 3.6% 및 2.4% 각각 상승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 속에 금리가 하락하자 달러인덱스도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1.01% 낮아진 110.86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94% 오른 0.9968달러, 파운드/달러는 1.70% 상승한 1.1471달러를 기록했다. 영국에선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신임 총리로 취임한 가운데 기대감이 반영됐다.

달러/엔은 0.75% 내린 147.90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4% 하락한 7.3159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1.27%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달러 약세 영향으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74센트(0.87%) 오른 배럴당 85.32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6센트(0.28%) 상승한 배럴당 93.52달러에 거래됐다.

■ 금리 급등으로 꺾이는 미국 주택가격

미국에선 지난 8월 주택가격지수가 12년 만에 최대 전월비 낙폭을 기록했다.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8월 중 전월대비 0.8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에는 0.45% 하락한 바 있다.

8월 중 전년대비로는 13% 상승해 7월 기록했던 15.6% 상승보다 상승폭이 2.6%p 둔화됐다. 198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상승 둔화폭이었다.

시장에선 미국 주택가격 오름세가 지난 봄에 정점을 찍은 뒤 이후 성장세 둔화에 따라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란 진단 등이 제기됐다. 높아진 금리 영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반만 해도 역사적 저점 수준이던 모기지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활황이었던 미국 부동산 경기를 빠르게 둔화시키고 있다.

모기지론 30년물 평균 고정금리는 올초만 해도 3% 전후였지만 지난 6월 6%를 넘어섰고 최근엔 7%를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편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이 발표한 8월 주택가격지수도 계정조정 기준으로 전월대비 0.7% 낮아졌다. 예상치(-0.6%)보다 낙폭이 좀더 컸던 것이다.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전월비 5.3포인트 내린 102.5로 예상치(105.9)를 밑돌았다.

소비자들의 향후 6개월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지수는 78.1, 현재 상황지수는 138.9로 하락해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은 높은 물가와 더불어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이 리세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 금융당국자들의 시장 추스리기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채 컨퍼런스에서 "올해 남은 기간 중 재정여력을 고려해 국고채 발행량을 당초 목표보다 과감하게 축소하고 국고채 만기도 적극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고 연말에 국고채 발행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여서 부총리 발언이 뜬금 없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하지만 부총리의 시장 안정 메시지가 채권가격 반등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금융위는 채안펀드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며 시장의 얼어붙은 심리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은행에서 공개시장운영을 담당하는 공대희 팀장은 전날 세미나에서 "한은은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한은이 물가 때문에 긴축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시장이 통화정책 파급의 유효성을 좌우할 수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전체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린 뒤 당국은 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대신 말이라도 안정화에 노력 중이라는 어필을 하고 있다.

■ 계속해서 외국인 주시

전날 채권시장 강세를 견인한 주체는 외국인이다.

현물 거래가 여의치 않고 공사채 유찰 등 수급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적극적하게 선물을 당기면서 가격을 크게 띄웠다.

외국인은 전날 3년 선물을 9,020계약, 10년 선물을 3,847계약 순매수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당장은 크레딧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보였다. 당국의 조치 등으로 결국 시간이 좀더 지나면 정상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시장 일각에선 코로나19 당시의 경험 때문에 한은이 2금융권 대출이나 신용채 매입기구 등을 활용하면서 '더 써라'고 주문하기도 했지만, 한은도 일단 금통위를 통해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의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의 안정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국면인 데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멈출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시장의 분위기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변동성 장세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선물 플레이가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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