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시장 위기 놓고 금융당국과 손맞잡은 금융지주

2022-11-01 11:01:11

사진: 1일 금융위-금융지주 대책회의 모습, 출처: 금융위
사진: 1일 금융위-금융지주 대책회의 모습, 출처: 금융위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1일 "올해 연말까지 총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공급, 계열사 자금지원, 채안펀드 참여, 증안펀드 참여를 통해 시장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위 간부들, 그리고 KB 윤종규 회장, 하나 함영주 회장, 신한 조용병 회장, 우리 손태승 회장, NH 손병환 회장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정적으로 추산한 95조 규모 지원은 은행채 발행 자제, 한전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특은채·여전채·회사채CP 및 ABCP 매입, RP 매입, MMF 운용규모 유지, 제2금융권 크레딧라인 유지, 채안·증안펀드 참여 등과 관련된다.

■ 준비되는 돈들

5대 지주가 약속한 95조원의 지원 자금 중 시장유동성 공급 확대에 책정된 규모는 73조원, 채안·증안펀드 참여과 관련된 규모가 12조원이다.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과 관련된 규모가 10조원이다.

금융위원장과 5대 지주 회장들은 2주마다 시장상황을 점검하면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과거 금융위원장 재임기간 중 1~3차례 정도 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던 것에 비하면 상시적으로 만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아울러 자금 지원 상황과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위해 금융위 실무진과 거대 은행들은 상시 회의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주회장들은 전세계적 긴축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불가피하게 커지고 있지만, 최근 우리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면서 "정부대책을 통해 시장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금융지주도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금융지주들이 계열사 유동성 지원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시장 차원에서 유동성 공급자 역할, 시장안정자 역할을 다하도록 한 것이다.

■ 금융당국과 지주 회장들의 평가 "사태 추가 악화 멈춰...안정 찾아가는 중"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글로벌 긴축 진행과정에서 최근 우리 단기금융시장이 일부 시장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회사채 시장까지 불안이 발생했으나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조치를 발표, 신속 추진하고 한국은행과 은행권의 노력들이 속도감을 내고 있어서 시장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시장 반응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추가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정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순환을 위한 시장참가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특히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한 지주 및 은행 등 계열금융사들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했다.

위원장은 특히 최근 대형 은행들이 큰 이익을 낸 데는 정책 영향도 컸던 만큼 지금 같은 위기에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주와 은행의 일시적 이익은 코로나19 위기극복 과정에서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대출규모 확대, 글로벌 긴축 등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금융권이 시장안정, 실물경제 및 취약차주 지원 등 시장원칙에 기초한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자금시장의 원활한 순환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채권시장, 당국 시장안정 의지 평가...FOMC 도움, 구체적 방안이나 액션 필요성 거론하기도

시장에선 당국의 의지, 거대 금융지주들의 협조 등을 감안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당국의 지원책을 감안할 때) 일단 고등급 채권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유동성 지원 뿐만 아니라 은행채 발행 등을 자제하고 MMF 운용규모 유지 등 시장 수급에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한 만큼 큰 틀의 수급 부담은 상당히 덜었다는 평가도 보인다.

B 운용사 매니저도 "당국이 질서를 잡으면서 그간 시장 수급을 망가뜨렸던 발행이나 환매 등의 시장 악영향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이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이번주 FOMC가 있기 때문에 FOMC가 긴축 속도조절 의지를 피력한다면 당국의 시장 안정책과 맞물려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당국이 유동성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단 금리 고점은 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FOMC만 협조해 주면 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의구심도 남아 있다. 당국의 조치가 계속 발표되지만, 액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그림 외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는 말도 나온다.

D 증권사 중개인은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국 조치가) 말 잔치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야박한 평가들도 나온다"고 전했다.

E 증권사 딜러는 "실제 은행지주들의 액션을 봐야 할 것 같다. 채권을 찍지 않고 어떻게 저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F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금액들이 나왔는데 어떻게 쓰겠다는 건지 봐야 할 것같다. 증안펀드야 자발적으로 새로 하는 건 아닐 것이고 계열사 지원이야 당연히 자신들이 챙겨야 하는 것"이라며 "유동성 73조원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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