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달리던 시장 돌려버린 파월

2022-11-03 08:01:28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FOMC가 예상대로 75bp 금리를 인상했으나 파월은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인상 중단을 언급하는 게 시기상조라고 했다.

언젠가 인상속도 완화가 적절할 수 있고 그 시기는 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고 했으나, 파월 의장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길 원했다.

■ 파월, 달리던 시장에 찬물 끼얹어

FOMC는 1~2일 회의를 가진 뒤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75∼4.00%로 75bp 인상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성명서는 "누적된 긴축효과와 경제적 영향, 정책 파급시차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성명서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인상폭 조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 시기는 빠르면 12월 FOMC 회의가 될 수 있고, 아니면 그 이후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파월의 발언은 성명서가 안겨준 기대감에 타격을 입혔다.

파월은 "지난번 FOMC 회의 이후 나온 경제지표들은 최종적인 기준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높아진 금리를 길게 끌고 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은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며, 금리인상 중단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 美금리 4.1% 선으로...주식·채권·달러 모두 성명서에 반등하다 파월 발언에 속락

미국채 금리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상승했다.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한 FOMC 성명서에 금리 낙폭이 커지기도 했으나 파월의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란 발언에 다시 속등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5.87bp 오른 4.1026%, 국채30년물 금리는 4.39bp 상승한 4.137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01bp 오른 4.6030%, 국채5년물은 3.88bp 상승한 4.3163%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3일 연속으로 떨어졌다. 채권처럼 성명서 내용에 일제히 가격이 오르다가 파월 발언에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505.44포인트(1.55%) 낮아진 32,147.76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96.41포인트(2.50%) 하락한 3,759.69, 나스닥은 366.05포인트(3.36%) 내린 10,524.80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가 일제히 약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3.8%, 정보기술주는 3.5%, 통신서비스주는 3%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4분기 실적 전망 실망감에 에어비앤비가 13% 급락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메타도 일제히 5%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5일 연속으로 올랐다. 달러인덱스도 성명서에 급락하다가 파월 발언에 급등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38% 높아진 111.9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36% 낮아진 0.9838달러, 파운드/달러는 0.63% 내린 1.141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2% 하락한 147.62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29% 상승한 7.3294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28%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90불선으로 올라갔다. 원유재고 감소 소식에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63달러(1.84%) 오른 배럴당 90.00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51달러(1.6%) 상승한 배럴당 96.1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는 예상보다 더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311만 5000배럴 줄었다. 시장에서는 2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휘발유 재고는 125만 7000 배럴 줄었다. 예상치는 90만 배럴 감소였다.

■ 파월 발언에 매파 이벤트가 된 11월 FOMC...속도조절은 하지만 계속되는 긴축 흐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까지 감안하면 이번 이벤트는 매파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명서는 정책 시차, 누적된 긴축 효과 등을 감안할 것이라 밝혀 도비시하다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파월이 '최종금리 수준 상향, 인상 중단 기대의 성급함'을 언급하면서 호키시한 이벤트로 종결됐다.

특히 파월은 금리인상 속도보다 최종금리 수준, 그리고 지속기간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4번 연속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해 향후 인상 강도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정책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 데다 높아진 금리가 더 오랜기간 이어질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기대한 피봇은 가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연준이 화끈하게 금리를 올리고 인상을 중단한 뒤 곧바로 인하로 돌아서는 게 아니라, 긴축기조를 더 길게 끌고 가기 위해 천천히 가는 길을 택했다면 이는 우호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아울러 모든 사람이 금리인상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으나, 인플레가 둔화되지 않는 이상 큰 기대를 가지긴 어려워졌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물론 성명서가 속도조절을 시사했기 때문에 파월의 매파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강도 높은 금리인상을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 매파적 파월 확인한 한은의 스탠스는...

전날 국내 이자율 시장에선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했다.

생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인 미국 경제지표들에 우려하면서도, 연준이 긴축 속도조절 등 우호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속도 조절 기대감은 충족됐으나 파월 발언은 호키시했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긴장감은 해소되기 어려웠다.

씨티은행과 같은 곳은 최종금리를 5.25~5.50%에 달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연준 성명서 메시지를 감안할 때 12월 인상폭은 50bp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데는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기준금리가 고원(高原)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방향 전환까지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다만 한은이 금리차 때문에 연준의 보폭을 따라하긴 어렵다.

과거 정책금리가 150bp까지 역전된 적이 있었던 데다 국내 채권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했기 때문에 한은도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다.

물론 전날 확인한 근원물가의 추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한은도 금리를 더 올릴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물가 등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구조적인 환경이 바뀐 건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계속해서 신용경색 이슈는 진행 중이며,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중이다. 여전히 크레딧 크런치, 부동산 PF 등과 관련해 시장에 각종 흉흉한 얘기들이 흘러다니는 중이다.

한편 이달 초엔 흥국생명이 시장 관행을 벗어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해 시장의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이 일을 두고 시장에선 한국물 전반의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일부에선 회사 내부의 판단이기에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여전히 상황은 어수선하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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