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최종 기준금리 5% 바라보는 연준...한은은 얼마나 올려야 할까

2022-11-03 11:18:30

사진: 11월 FOMC  기자회견 모습, 출처: 연준 홈페이지
사진: 11월 FOMC 기자회견 모습, 출처: 연준 홈페이지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시장 예상대로 11월 FOMC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해 3.75~4.00%에 맞췄다. 금리 수준은 2008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QT 규모는 변함없이 국채 월 최대 600억 달러, MBS 월 최대 350억달러 상환 규모를 유지했다.

시장 전망처럼 향후 금리인상폭 조절도 거론했다.

파월 의장은 인상 속도를 늦추는 데 다음 회의 혹은 그 다음 회의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12월 50b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예상과 같은 금리 결정과 12월 인상폭 축소 시사에도 불구하고 파월의 발언은 매파적으로 평가받았다.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한 점, 금리인상 중단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점, 향후 한층 높아진 기준금리가 고원(高原)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방향 전환까지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 점 등이 이번 이벤트를 '매파적'이라고 규정한 주된 이유가 됐다.

■ 연준 기준금리 5% 시대 임박..12월 50bp 인상 후 내년 인상폭은 '이견'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된 터미널 레잇보다 '실제' 터미널 레잇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점도표 최종금리 중간값은 4.75%였으며, 5명의 위원은 5%를 제시한 바 있다.

파월의 발언을 감안할 때 이제 5%가 중간값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연준이 12월 50bp를 인상한 뒤 내년 1분기 2차례 정도 25bp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최종 기준금리 중앙값 5% 예상을 감안할 때 내년 3월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과격했던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물가 상황 등을 계속 지켜봐야 하며, 연준이 금리인상 후반부의 경로를 어떻게 밟아갈지는 자신들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미국 금융사들은 일단 12월 50bp 추가 인상을 예상하면서 최종금리에 대해선 다소간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12월 50bp, 2월 50bp, 3월 25bp, 5월 25bp를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가 5.25~5.50%에 달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25bp 상향했다.

씨티의 전망은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상당히 매파적인 편이다.

JP모간은 "연준은 12월 50bp, 1월 25bp를 인상한 뒤 멈출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노동시장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을 경우 중단하지 않을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일단 베이스 시나리오는 내년 초 25bp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내년 역시 불확실성이 꽤 크기 때문에 12월 인상 후의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모간 스탠리는 "12월 50bp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후의 금리인상 폭은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고 했다.

■ 성명서 확인 후 달리다가 급히 되돌린 시장...적정 시장금리는?

FOMC는 1~2일 회의를 가진 뒤 성명서를 통해 "누적된 긴축효과와 경제적 영향, 정책 파급시차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주식값, 채권값은 뛰고 달러값은 하락했다.

하지만 파월이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며 금리인상 중단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하자 시장은 당황하면서 급히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결국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5.87bp 오른 4.1026%, 국채2년물 금리는 5.01bp 오른 4.6030%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366.05포인트(3.36%) 내린 10,524.80에 거래를 정리했다. 달러인덱스도 장중 속등해 0.4% 높아진 111.91를 기록했다.

성명서를 통해 도비시한 느낌을 풍겼던 FOMC가 파월의 한 마디를 통해 호키시한 이벤트로 정리돼 버린 것이다.

아울러 연준이 화끈하게 금리를 올리고 인상을 중단한 뒤 머지 않은 시간에 인하로 돌아서는 게 아니라, 긴축기조를 더 길게 끌고 가기 위해 천천히 가는 길을 택했다면 이는 우호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 파월 플레이 본 뒤 한은 반응..."변동성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 조치"

이날 아침 한국은행은 FOMC 회의 결과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과도한 변동성엔 대응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물가안정에 대한 미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런 뒤 부총재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주요국 환율의 움직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 자본유출입 등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은 부총재는 파월 의장의 발언 중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부분에 주목했다.

이 부총재는 "파월 의장이 최종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고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premature)이며, 과대긴축이 과소긴축보다 수정하기 쉽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명서 문구 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연준은 향후 추가 인상 속도 결정시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효과, 통화정책이 경제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동향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 미국 기준금리 5% 가정시...한국은 어디까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미국 기준금리 5%를 가정할 경우 한국은 얼마가 적정한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문제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하느냐와 관계된다.

과거 한미 정책금리가 150bp까지 역전된 경험도 있는 가운데 외환건전성, 한국경제의 체력 등을 감안해 역전 룸을 가늠해 보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투자자들 사이에 100bp 정도를 일단 역전의 기준점으로 감안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금리차가 100bp 이상 벌어지면 아무래도 경계감이 커질 수 밖에 없어 일단 이를 기준으로 한은이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기준금리가 5%를 넘을 수 있다고 보면서 한국 기준금리 4%를 배제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미국 쪽 전망들을 보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이러면 일단 우리도 4%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환율이 우려스럽고 내년 상반기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억지로 원하는 수준 이상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우리도 결국 기준금리 4%는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무역수지도 적자여서 외환건전성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한은이 기준금리 3%대로 버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총재가 IMF 출신인데,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체력을 감안할 때 4% 기준금리를 견디기 어렵고 한미 금리차 문제에 대해 기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크레딧 크런치로 신용 채권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한 데다 부동산PF 문제 등을 감안하면 이 수준에서 더 올리는 것은 각종 문제를 유발할 수 밖에 없어 한은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기준금리 5%를 가정하더라도 우리가 4%까지 가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많이 가봐야 3.75% 정도가 최고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략 125bp 정도 금리차 벌어진다고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한국경제가 기준금리 4%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공개된 10월 금통위의사록을 보면, 소수의견(25bp 인상)을 제시했던 금통위원 중엔 최종 기준금리를 3%대 초반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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