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일각 "일부 금융사 신종자본증권 콜 미행사 파장 과장하지 말아야"
2022-11-03 15:32:44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달 초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뒤 DB생명은 13일로 예정된 신종자본증권 행사일 자체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려가 이어졌다.
일부에선 '콜 옵션 미행사' 소식이 거듭 들리는 게 위기의 전조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크레딧 채권시장 심리가 워낙 안 좋은 데다 레고랜드 사태의 파장이 커 이런 일들이 투자자들의 걱정을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채권시장 일각에선 이런 '위기론'를 터무니 없는 과장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한 베테랑 신용채 투자자는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 미행사 문제는 은행권과 보험사·캐피탈·카드사 등을 나눠서 봐야 한다"면서 "RBC 규제같은 게 있고 당국 승인을 못 받으면 못할 수 있다. 최근 KB캐피탈도 그랬고, 이런 일들을 두고 마치 큰 일 난 것처럼 떠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투자자는 "예컨대 신한은행과 같은 1금융권이 콜을 안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2금융권은 관행적인 약속을 못 지킬 수 있다. RBC 문제도 걸리고 여건이 안 좋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 익스포저도 없이 이 일을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전체 시장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볼 사안도 아니다"라며 그냥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이번 흥국생명 콜 옵션 행사 문제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도 시장 일부의 '오버'나 일부 언론의 '위기 조장'을 비판했다.
이 시장 관계자는 "흥국은 7~8%대 정도면 차환 발행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국 뿐 아니라 다른나라 발행시장도 워낙 안 좋아 발행금리가 턱없이 올라갔다"면서 이런 상황 등을 종합 판단해 미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마치 '관행'을 무시해 큰 일을 벌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흥국은 RBC 때문에 차환을 할 수 밖에 없는 등 규제에 묶여 있었다. 다음번 콜 옵션 행사일에 행사할 생각"이라며 "자산 30조원 회사가 그 돈을 못 구해서 위기라는 식으로 (시장이나 언론 일각에서) 모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설득력도 없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조기상환권 미행사 영향,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 상황과 해외채 차환 발행 여건 등을 모두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흥국생명 콜 옵션 미행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전날 금융위는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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