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미국 5%와 한국 4%
2022-11-04 08:07:24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4일 글로벌 금리 상승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내 금리가 매파적인 FOMC 영향으로 단기 위주의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다시금 글로벌 금리 상승 영향을 받으면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채시장은 현재의 크레딧 크런치 상황, 그리고 한국 금리인상 가능폭 등도 감안하면서 외국인 선물 매매를 보며 등락을 이어갈 듯하다.
간밤엔 미국, 유로존, 영국 등의 금리가 더 올랐다.
고물가로 긴축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75bp 올렸다.
■ 美-유로존-영국 금리 일제히 상승
미국채 금리는 단기 위주로 급등했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태도를 보인 뒤 내년 기준금리 5%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자 2년 구간 금리가 10bp 넘게 뛰었다. 특히 유럽의 긴축 강화 전망으로 분트채, 길트채 등의 금리가 뛰면서 미국 금리를 더 밀어올렸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95bp 오른 4.1521%,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75bp 상승한 4.185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2.13bp 급등한 4.7243%, 국채5년물은 5.67bp 오른 4.3730%를 나타냈다.
파월 의장이 "최종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이며,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고 언급하고 각국 금리가 오르자 미국이 12월에도 75bp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강화됐다.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로 독일 금리는 10bp 넘게 뛰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10.67bp 급등한 2.2398%, 2년물은 10.48bp 상승한 2.0706%를 기록했다. 프랑스10년물도 10.58bp 오른 2.7791%, 2년물은 8.76bp 오른 2.1676%를 기록했다.
연준에 이어 영란은행도 75bp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영국 금리도 크게 뛰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1.62bp 오른 3.5103%, 영국2년물은 5.88bp 상승한 3.0321%를 나타냈다.
■ 기준금리 3%로 올린 영란은행...지속적 경기침체 예상
영란은행(BOE)은 3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해 3%로 상향 조정했다. 인상폭 75bp는 BOE가 최근 30년래 기준금리를 인상한 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영국 기준금리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예상된 결정이었던 만큼 이번 FOMC처럼 시장이 더 주목한 것은 BOE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었다. 각국 금리인상 사이클 후반부인 만큼 어느선까지 올릴지는 큰 관심일 수 밖에 없다.
BOE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을 2%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부분적으로 영국경제가 지속된 침체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 확실한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보면 영국 기준금리는 금융시장이 현재 반영하는 수준보다는 낮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실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준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낮다고 하면, 신규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가 현재까지 오른 것만큼 오를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BOE가 75bp를 인상했지만 성명서가 도비시하게 해석되면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2% 급락했다. 파운드/달러는 전장 대비 2.01% 내린 1.1156달러에 거래됐다.
BOE 통화정책위원회에 속한 위원들 9명 가운데 7명이 75bp 인상을 주장했다. 이들은 고강도 금리 인상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소수의견을 내놓은 위원 2명은 각각 50bp, 25bp 인상을 원했다.
다만 BOE 통화정책위원회에서 내놓은 가이던스와 경제전망 등은 연준과 비교하면 훨씬 더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BOE는 "만약 금리를 5.25%까지 높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런 후에 인플레이션은 3년의 시간을 두고서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필요한 상당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BOE는 이런 전망과 함께 영국 인플레이션이 올 4분기 10.9%에서 정점을 찍고 내년 연말이면 5.6%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후 2024년 말에는 2.2%를 기록하고 2025년에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인 2%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또 금리가 3% 수준에 머물러도 5분기 동안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봤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모기지 비용에 기인한 전망이었다.
BOE는 "통화정책위원 다수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 시장은 최고금리 수준을 너무 높게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단 추가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해 영국채 10년 금리는 10bp 넘게 뛰면서 3.5%를 넘어섰다.
■ 한국 기준금리 최종점 4% 논란
매파적 FOMC 이후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가 5% 정도로 인식되자 국내 채권 플레이어들도 한국의 최종 레벨이 어느 수준이냐는 놓고 다른 견해를 보였다.
미국 시장이 5%를 감안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기준금리 4%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국 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향후 금리 인상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긴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무역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외환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더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들도 보였다.
아울러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 100bp 정도를 큰 부담없이 감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서 역전을 얼마나 더 허용할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였다.
다만 과거 한미 기준금리 150bp 역전을 경험한 적도 있는 데다 지금같은 신용경색 상황에서 금리를 과감히 올리다가는 경기 부진 속에 크레딧 이벤트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현재 금융당국이 은행 등을 동원해 신용채 등을 사줘야 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금리인상을 통해 상황 악화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들도 보였다. 한국경제의 체력을 감안할 때 4% 정책금리는 사실상 감내하기 어렵고 많이 잡아줘도 3.75%가 최종점 아니냐는 진단도 보였다.
최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기준금리가 3%인 현 상황에서 일부 금통위 비둘기파는 3%대 초반을 최종금리로 예상하기도 했다. 물론 소수의견이어서 금통위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 4.2% 내외에서 도열한 국채 금리
국고2년~10년 금리가 4.2% 내외 수준으로 도열해 있는 가운데 시장은 외국인 매매 등을 보면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속에 각국 금리인상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이미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 만큼 이제 많은 나라들에서 이번 인상 사이클의 최종 정착지를 고심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안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대외 요인의 압박은 계속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선물 매매주체들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전날은 외국인이 3년 선물을 1만개 이상 순매도하고, 개인은 1만 3천개 넘게 순매수했다. 대내외 환경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인 측면도 있다.
연준은 '긴축 속도조절 + 더 높은 최종금리'라는 언어 조합을 통해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을 구사한 상태다. 이같은 대외 상황이나 크레딧 시장의 불안 등을 감안해 안전채권의 처지 역시 좋지 않다고 해석하는 모습도 보인다.
반대 쪽에선 이미 시장금리 레벨이 금리 추가 인상을 충분히 반영해 놓은 데다 한국경제의 실상은 미국을 따라가는 데 힘이 부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저가매수가 낫다고 보기도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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