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 위력 속 금리 폭락·주가 폭등...한은 최종금리는

2022-11-11 11:30:05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밑돌면서 국내외 금리가 폭락하고 주가는 폭등했다.

미국채 5년물 금리가 30bp나 폭락하고 나스닥은 7.35% 폭등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은 크게 흥분했다.

이 분위기를 이어받아 국내에선 국고채 금리들이 장중 20bp 넘게 폭락했으며, 코스피지수는 70p, 3%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이 드디어 기대치를 밑돌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에 힘이 실렸다.

다만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높다면서 시장의 지나친 흥분을 경계하는 목소리들도 빠지지 않았다.

■ 물가 상승률 둔화...미국 금리 폭락과 나스닥 폭등

미국 노동부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CPI는 전년대비 7.7% 올랐다. 이는 예상치 7.9% 상승을 하회하는 결과다. 전월에는 8.2% 높아진 바 있다. 10월 CPI는 전월대비로도 0.4% 상승해 예상치 0.6% 상승을 밑돌았다.

지난 10월 근원 CPI도 전년대비 6.3% 상승해 예상치(+6.5%)를 밑돌았다. 전월 상승률은 6.6% 수준이었다.

미국 10월 CPI가 예상을 밑돈 가운데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고해졌다.

미국 CPI의 전년비 7.7% 상승은 지난 1월(+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채권 매매자들은 근원 CPI가 상승폭을 낮춘 데에 더욱 흥분했다. 그간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았기에 잔뜩 경계하고 있던 이자율 시장에선 급격한 포지션 커버 수요가 나오면서 금리를 대폭 낮췄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7.93bp 폭락한 3.817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1.61bp 떨어진 4.055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7.68bp 급락한 4.3195%, 국채5년물은 29.81bp 내린 3.9462%를 나타냈다.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은 대폭등을 기록했다. 일일 상승폭은 대략 2년 반에 가장 컸다.

S&P500은 207.80포인트(5.54%) 오른 3,956.37, 나스닥은 760.97포인트(7.35%) 상승한 11,114.15를 나타냈다. 두 지수는 지난 2020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201.43포인트(3.70%) 높아진 33,715.37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에 금리가 대폭 하락하자 달러값도 급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2.24% 낮아진 108.0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1.78% 높아진 1.0192달러, 파운드/달러는 3.11% 오른 1.171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3.50% 급락한 141.28엔을 나타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30원 넘게 폭락하면서 1,340원을 향해 달렸다.

■ 연준 관계자들,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힘실어...시장 흥분 경계하는 목소리도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자 연준에서도 인상 속도 조절 관련 발언이 나왔다. 다만 물가 상승률 둔화를 통화정책 전환 등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마도 곧 적절해질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연준 정책위원들은 금융과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잘 평가해야 한다"면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건은 "이날 발표된 10월 CPI 수치는 예상을 밑돌며 시장이 환영할만한 안도감을 선사했다. 다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충분히 제약적 스탠스에 근접했다.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듯하다"며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해서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근접했으며 향후 수개월동안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커 역시 물가 둔화에 대한 지나친 흥분은 경계했다.

하커는 "인플레이션은 로켓처럼 올라갔다가 깃털처럼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시장이 흥분한 가운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오히려 매파적인 스탠스를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물가압력이 여전히 광범위하다. 금리가 계속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메스터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욱 지속되면서 높은 물가에 따른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긴축 강도를 낮춤으로 인한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흥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예상보다 둔화된 물가 상승률에 채권, 주식 등 증권값이 폭등했지만 시장이 환호를 질타하는 주장하도 있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애론 전략가는 "미국 물가지표에서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잘 속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은 파월의 피벗을 기다리는데 안달이 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피벗이 곧 나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시장의 낙관적 반응은 다소 오버액션"이라고 했다.

■ 연준 속도조절 따른 한은 속도조절...총재 "인플레 낮추는 게 우선과제지만 비은행 금융안정 중요 과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에서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연준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고 했다.

한은은 현재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고려 중이지만, 최근 채권시장 경색 등을 의식해 금융안정 문제 등도 고심하고 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 즉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으며,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같은 자금 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가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 이슈라고 했다.

크레딧 크런치 발생 이후 한은은 부쩍 금융안정에 신경 쓰고 있다. 아직 금리를 동결할 때는 아니어서 이달 금리인상폭은 25bp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은은 최종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잡을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이달 금리 동결 기대감은 과도하고 금리인상폭을 25bp로 잡는 게 무난해 보인다"고 했다.

한은 역시 가파른 통화긴축에 따른 많은 사람들의 고통도 감안하고 있으며, 향후 인상룸에 대해선 일치되지 않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한은 직원은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대략 한은 직원들 사이에 최종 기준금리 3.25% 전망 비중이 20%대, 3.75% 이상 전망이 30%대 정도 아닌가 한다"고 했다.

■ 올해 기준금리는 일단 3.25% 수준에서 마무리

당장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정책금리가 3.25%로 올라가는 가운데 인상 속도조절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최종금리를 놓고는 의견이 적지 않게 갈리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에서도 최종금리에 대한 관점은 갈라져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강해지던 상황이었으며, 미국발 호재는 이런 인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달 25bp 올리면 3.25%인데, 일단 금리인상이 여기서 멈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 경색이나 각종 자금조달 문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올리기도 어려워 3.5%가 일단 컨센서스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적어도 오늘 하루만 보면 시장은 최종금리 컨센을 3.25%까지 낮추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종금리 컨센이 3.5%로 모아진 듯하다. 금통위 때 힌트가 있으면 변할 수 있지만, 아직 3.25%까지 바랄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금리결정회의가 이달 하순 1차례 남은 가운데 일단 기준금리 3.25% 상황에서 상황 변화 등을 점검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자료: 국제금융센터
자료: 국제금융센터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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