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 단기적으로 암호자산 변동성 확대에 유의...장기적으론 규제확립과 제도보완 계기 - 국금센터

2022-11-15 15:43:14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15일 "FTX 사태가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확립과 제도 보완으로 이어져 암호자산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나 단기적으로는 암호자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암호자산 시장의 단기 고통은 불가피하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금융 규제 강화로 은행권 건전성이 제고된 것처럼 2024년경 암호자산 업계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11일 FTX가 유동성 위기에 따른 예탁금 지급 불능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맴돌았다. 이번 사태로 전체 암호자산 시가총액은 월초 대비 약 20% 감소했다.

FTX는 2019년 5월 설립된 암호자산 거래소로 마진거래와 장외거래 중개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자체 발행 토큰인 FTT(FTX Token)를 통해 이용자 수수료 절감, Staking(예치 서비스), IEO(거래소 발행) 등을 제공했다. 작년말 거래량 기준 글로벌 3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번 사태에서 거론되는 Alameda는 FTX의 관계사로 암호자산 매매·투자 전문회사다. 법적∙재무적 관계는 불분명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FTT를 담보로 한 Alameda의 과도한 차입과 투자 ▲FTX의 고객 예탁금 유용을 통한 관계사 대출 ▲FTT 내부거래와 시세 왜곡 등이 꼽힌다.

FTX와 Alameda의 재무적 취약성과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후 FTT 시세 급락, FTX 뱅크런 등 유동성 경색이 현실화됐으며 11일 FTX는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위기가 현실화되는 과정을 보면 △Alameda의 과다한 FTT 보유량(총 발행량의 80%) 및 이를 담보로 한 레버리지 활용 △FTX-Alameda의 FTT 시세 조작과 FTX의 고객 예탁금 유용(100억달러 추정) 등 불법거래 우려가 고조됐으며, 1위 암호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보유하고 있던 FTT를 매각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투자자 위험 회피를 크게 자극할 수 밖에 없었다. 바이낸스는 이후 FTX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철회하면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됐다.

결국 유동성 경색을 통한 지급불능 사태가 도래됐다. 즉 △FTT 시세 급락 ⇒ 담보가치 하락 ⇒ 마진콜, △FTX 예탁금 인출 러시 ⇒ 자본 부족(60~80억달러 추정) 및 지급 불능 ⇒ FTX 전체 계열사 파산 신청이란 도미노 현상이 연출됐던 것이다.

■ FTT 사태, 향후 암호자산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

FTT 가격은 11월 4일 이후 13일까지 94% 급락했다. 이 기간 비트코인 가격도 23% 하락하고 암호자산 전체 시총은 20% 이상 감소했다.

주식시장에서도 11월 4~11일간 Silvergate Bank(-34%), Galaxy Digital(-30%), 로빈후드(-15%) 등 암호자산 관련 은행, 투자회사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암호자산 업계의 핵심 주체가 파산을 결정함에 따라 향후 ▲투자기관 손실 심화 ▲여타 거래소에 대한 불안 전이 ▲투자심리 위축과 익스포저 축소 등으로 디레버리징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이 늘었다.

다만 전통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센터의 이은재 연구원은 "향후 투자기관 손실, 암호자산 시세 하락과 프로젝트 청산, 거래소 불안 전이 가능성이 존재하다"며 "5월 테라-루나 사태는 특정 자산의 프로토콜 문제에 한정된 반면, 금번에는 대형 거래소 지급불능 사태로 영향이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FTX는 지난 4년간 Softbank, BlackRock, Temasek 등 주요 기관투자자로부터 18억달러 이상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간스텐리는 최소 11개 이상 벤처캐피탈이 FTX 관련 익스포저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Sequoia Capital은 10일 FTX 투자가치를 2.1억달러에서 0(zero)으로 처리했다.

국내 게임회사 컴투스(14일 주가 -14.7%)는 지난 3월 FTX를 통해 암호자산 C2X를 상장(IEO)했으며 전체 C2X 발행량의 1.5%(1500만 달러)가 FTX에 예치된 상태다.

FTX 파산으로 거래소 안전성 이슈가 크게 불거진 가운데 최근 크립토닷컴, 게이트아이오, 후오비 등 일부 거래소(cold wallet)에서 암호자산 대량 출금이 포착되면서 거래소 연쇄 파산 우려도 고조됐다.

JP모간은 암호자산 전체 시총(현재 0.8조달러)은 향후 0.5조달러가 지지선일 것이며 비트코인 가격도 13,000달러까지 18% 이상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다만 "5월 테라-루나 사태와 7월 셀시우스(대출 플랫폼)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암호자산 업계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상태임을 감안하면 전염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병존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따른 전통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FTX 사태가 암호자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작은 시장 규모 ▲폐쇄적 산업 구조 등을 감안하면 전통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암호자산 전체 시총은 미국 주식시장(41조달러) 시총의 약 2%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됐던 FTX의 자본 부족금액(60~80억달러 추정)도 테라-루나 당시 $400억 손실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는 테더 (USDT), USDC 등 스테이블코인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만 양사는 FTX, Alameda에 대한 대출 등 익스포저가 없다고 밝혔으며 보수적이고 유동적인 준비금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테더는 11월 14일 0.9989달러로 1달러를 소폭 하회(디페깅)했다. 22년 9월말 준비금 680억 달러 가운데 미국 국채 397억달러, CP 5천만달러 등을 보유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는 규제 도입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암호자산 규제 공백이 사태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향후 정보 공개, 투자자 보호 등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FTX에 대해 사기, 투자자 보호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백악관도 면밀한 검토를 언급한 상태다.

현재 미국에서 DCCPA(디지털상품 소비자보호법)가 활발히 논의되는 가운데 향후 법안 도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디지털상품 소비자보호법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암호자산 거래소를 직접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탈중앙금융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해 고객 자산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암호자산에 대한 공통의 회계기준이 부재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FTX B/S 상에 공백이 발생한 것은 FTT 가치를 평가하는 회계처리에 기인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향후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대한 정보 공개,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등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관리를 확대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낸스, Gate.io 등 암호자산 거래소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준비금 보유 현황과 암호자산 월렛 주소를 공개하는 등 건전성 입증에 나서고 있다.

FTX 사태, 단기적으로 암호자산 변동성 확대에 유의...장기적으론 규제확립과 제도보완 계기 - 국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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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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