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매파 금통위원의 후퇴

2022-11-16 07:59:25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6일 미국발 물가 호재에 추가 강세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 경기 우려 점증 속에 정책금리 인상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국내외 금리가 하락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긴축 속도 조절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최근엔 시장이 엷은 가운데 외국인 선물 매매가 가격변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단기간 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레벨 부담을 거론하는 목소리들도 높아졌다.

■ 美 CPI에 이은 PPI 둔화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했다.

노동부의 15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PPI는 전월대비 0.2% 상승세를 유지했다. 예상치는 0.4% 상승이었다.

10월 PPI는 전년대비로는 8.0% 올라 예상치 +8.3%를 하회했다. 전월에는 8.4% 상승한 바 있다. 전년대비 8.0% 상승은 지난해 7월(+7.8%) 이후 1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대비 보합 수준에 그치며 예상치 +0.3%를 밑돌았다. 전년대비로는 6.7% 올라 예상치 +7.2%를 하회했다.

미국 PPI는 전년대비로 지난 3월 11.7% 상승해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공급체인 개선,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에 영향을 받아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비용이 지난달 하락세를 보였고 서비스 가격은 2020년 이후로는 처음으로 하락을 기록했다.

10월 PPI는 상품 가격이 0.6% 상승한 데엔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반영됐다. 서비스 가격은 무역, 운송, 창고비용 등이 감소해 0.1% 하락을 나타냈다.

전체 흐름은 최종수요 상품 가격 상승과 서비스 가격 하락이었다. 점차 물가 관련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에 금리는 속락했다.

■ PPI 둔화에 美금리 속락

미국채 금리는 15일 생산자 물가 상승률의 예상치 하회, 러시아의 폴란드에 대한 공격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13bp 속락한 3.7751%, 국채30년물 수익률은 7.55bp 떨어진 3.9642%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는 10월 14일(3.9946%) 이후 처음으로 3%대로 하락한 것이다.

국채2년물은 5.90bp 떨어진 4.3361%, 국채5년물은 8.55bp 하락한 3.9077%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하락 하루만에 다시 반등했다. 예상을 밑돈 미국 생산자물가 발표가 안도감을 제공했다. 금리 하락으로 정보기술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오후 들어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56.22포인트(0.17%) 높아진 33,592.92, S&P500은 34.48포인트(0.87%) 오른 3,991.73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162.19포인트(1.45%) 상승한 11,358.41을 나타냈다.

러시아에서 발사된 미사일 두 발이 폴란드 영토 내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긴급국가안보위원회가 소집됐다고 밝혔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통신서비스주가 1.8%, 정보기술주와 부동산주는 1.2%씩 상승했다. 개별 종목 중 월마트가 7% 급등했다. 분기실적 호조와 실적전망치 상향 덕분이다. 알파벳과 메타는 2.9% 및 2.5% 높아졌다. 테슬라도 1.8% 올랐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생산자물가 둔화에 금리가 하락하자 달러값도 내려갔다. 이후 러시아발 지정학적 우려로 달러인덱스는 초반 낙폭을 만회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16% 낮아진 106.49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1% 높아진 1.0351달러, 파운드/달러는 0.90% 오른 1.186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50% 내린 139.1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4% 상승한 7.0443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93%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05달러(1.22%) 오른 배럴당 86.92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72센트(0.77%) 높아진 배럴당 93.86달러에 거래됐다.

■ 매파 금통위원의 후퇴...'종합적이고 유연한' 대응 필요

최근 금통위는 물가, 성장, 금융·외환시장 등을 모두 감안하면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정책결정에 있어서 인플레이션, 환율 문제가 주된 변수였지만, 지금은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가기 만만치 않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날 서영경 금통위원은 한 세미나에서 '내외금리차와 통화정책'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환율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축기조를 지속해야 하나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되어 경기부진이 우려되는 경우 긴축기조를 완화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이 급락한 가운데 신용 경색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모습에 매파적 스탠스를 보였던 서 위원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서 위원은 현재 '유연한 거시정책 운영', '종합적 여건 감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대내 및 대외 균형 유지를 위해 거시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동시에 외환수급 여건 개선, 신용시장 수급 안정 등을 위한 미시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 및 성장 리스크 외에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다양한 정책수단을 종합적으로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율 10% 상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6%p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서 위원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원화절하의 물가전가 효과가 커질 수 있으며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채권의 신용프리미엄 확대 등을 통해 외환·금융시장이 동시에 악화될 위험도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단기간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정책에 주는 부담은 줄었다. 다만 여전히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은 크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국내 인플레이션과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 긴축강화로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경기-물가-금융안정 등 정책목표간 상충관계 뿐만 아니라 대외 금융안정(환율)과 대내 금융안정(금리)간 상충관계도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 외국인 영향력 커져...가격 부담 목소리도

최근 금리 급락 과정에서 외국인 선물 매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대내외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이 엷다보니 외국인들의 선물매수가 가격을 예상보다 더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 크레딧 채권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지다 보니 국채 가격이 더욱 빠르게 뛴다는 평가들도 많았다.

동시에 크레딧 물건들에 대한 온기가 조금씩 쌓이는 모습도 나타난다. 특수은행이나 시중은행 1년짜리 채권들로 매기가 모이는 모습 등을 보면서 시장의 안정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도 보였다.

시장 분위기가 경기와 물가 둔화, 신용 이벤트 발생 가능성에 대한 당국의 부담 등을 감안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금리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과도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국고3년은 3.753%까지 내려왔다. 이는 지난 9월 14일(3.585%) 이후 2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고5년은 3.816%, 국고10년은 3.861%로 하락했다.

이달 초순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국고채 금리들이 4%대였지만 단기간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투자자들의 생각이 최종기준금리 3.5% 정도로 모아진 뒤 금리 레벨은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

일각에선 아직 3.5%를 넘는 최종기준금리 가능성을 배제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지금의 흐름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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