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PPI 둔화와 매파의 뒷걸음질...시장은 발빠른 정책기대 반영 후 고심

2022-11-16 14:20:37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PPI)가 전월대비 0.2% 상승세 예상치(+0.4%)를 하회했다.

10월 PPI는 전년대비로는 8.0% 올라 예상치(+8.3%)를 하회했다. 전년비 상승률은 작년 7월(+7.8%) 이후 1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근원 PPI는 전월비 보합은 나타내 예상(+0.3%)을 밑돌았으며, 전년비로는 6.7% 올라 예상치(+7.2%)를 하회했다.

점차 물가 관련 수급이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 통화당국도 글로벌 물가 상승률 둔화 움직임과 신용 경색에 따른 긴축정책의 속도 조절을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 10월 물가지표들, 조속한 시일 내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 높여

그간 미국 물가 상승률은 예상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10월 지표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주 발표된 CPI에 둔화에 이어 CPI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 PPI도 둔화된 것이다.

미국 노동부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10월 CPI 상승률은 전년비 7.7% 올라 시장 예상치인 7.9~8.0%를 밑돌았다. 이 상승률 수치는 올해 1월(+7.5%) 이후 가장 낮은 것이었다.

특히 근원 CPI도 6.3% 상승해 예상치(+6.5%)를 하회해 물가 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CPI 발표 5일이 지난 뒤 공개된 PPI 역시 예상보다 낮은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연준 긴축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PPI 발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경제에 희소식이 추가됐다. 생산자물가 상승세 둔화는 인플레 완화의 또 다른 지표"라며 기뻐했다.

바이든은 특히 "PPI 내 항목 가운데 식품 물가가 둔화돼 휴가 시즌을 앞둔 미국 가정에 환영할 만한 신호였다"며 자신의 경제에 대한 계획은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CPI에 이은 PPI 상승률 둔화에 연준 피벗 기대감을 거론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투자자들 사이에 유명한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지난주 CPI와 이번주 PPI로 인해 연준 통화정책 기조 전환 일정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시겔은 "채권 금리는 고점을 찍었다. 주가는 다시 저점 테스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재차 피벗 기대감이 피어난 가운데 금리인상 중단 전망 등이 힘을 얻었다.

시겔은 특히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겠지만 그것이 완전한 인상 중단이 될 수 있다. 내가 연준에 있으면 지금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 한국의 정책 매파들도 뒷걸음질...'물가 중심'→'종합적이고 유연한' 대응 쪽으로

한국은행의 매파 위원들도 일단 한 걸음 물러섰다.

물가 상승률 둔화 조짐 속에 국내 신용경색 우려는 계속되고 있어 통화당국이 마냥 매파적으로 몰아붙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매파적 성향을 유지했던 서영경 금통위원은 전날 한 세미나에서 '종합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서 위원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축기조를 지속해야 하나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돼 경기부진이 우려되는 경우 긴축 기조를 완화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이 우려하던 달러/원 환율은 최근 단기간 급락했다.

서 위원은 최근까지 "물가안정을 중점에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금은 종합적이고 유연한 대응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 위원은 "대내 및 대외 균형 유지를 위해 거시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동시에 외환수급 여건 개선, 신용시장 수급 안정 등을 위한 미시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며 "최근 물가 및 성장 리스크 외에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다양한 정책수단을 종합적으로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금통위에선 비둘기파가 다소간 세를 넓히고 있다.

올해 초까지 금리인상에 반영해왔던 금통위 대표 비둘기파 주상영 위원에 이어, 최근엔 '신입생'인 신성환 위원이 기준금리 50bp 인상에 대해 반대해 비둘기파로 소속을 정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달 25bp 인상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앞으로 추가 인상은 만만치 않아질 것이란 관점이 강화됐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서영경 위원이 균형과 유연성을 강조했다"면서 "비둘기파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차치하고 매파들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호재들 눈에 띄자 급격히 내려온 국채금리...'합리적 기대' vs '너무 과했다'

최근 국채금리는 빠른 속도로 레벨을 낮췄다.

미국 물가 둔화, 한국 경제 비관론, 환율 급락,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 신용 경색에 따른 국채 상대적 선호 등 주변 분위기는 국채 금리 급락에 힘을 실어줬다.

국고3년 금리는 15일 3.75%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 달 하순만 하더라도 국고3년이 4.5%를 위협하는 상황이었고 이달 10일까지도 4%대를 유지했지만 며칠 사이 레벨을 더욱 낮춘 것이다.

엷은 시장에서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가 가격을 띄운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엔 너무 빠른 금리 하락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많았다.

지금은 '상황 변화에 따른 금리 추가 하락룸 확보'에 대한 기대와 '과도하고 빠르게 하락한 금리 레벨'에 따른 부담이 맞서 있다. 이런 관점들은 기본적으로 정책금리 추가 인상 룸과 관련된다.

전날 국고채 금리들이 3.8% 내외로 내려선 뒤 정책 기대와 레벨 부담이 맞서는 그림이 형성됐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최근엔 최종기준금리 3.25: 3.50% 전망이 거의 백중세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면서 "최종금리 3.75%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C 증권사 딜커는 "시장의 최종금리 3.25%: 3.50%: 3.75%에 대한 전망 비중은 2: 5: 3 정도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책금리 기대 변화를 감안한 현재 국채가격 메리트 등을 점검하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가파른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가격 매력을 다시 따지고 있다.

D 증권사 딜러는 "최종금리 3.25%: 3.50%: 3.75% 확률은 3: 6: 1 정도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가 최근 빠르게 내려오면서 최종을 3.5%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팔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점들은 조금씩 달라 보인다.

E 증권사 딜러는 "개인적으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3.25%에서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오히려 3.50: 3.75: 4.00% 가능성을 30%: 60%: 10%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즉 지금 시장 금리는 오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시장이 이달 25bp 인상을 보고 랠리했는데, 기준금리 4%는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내년에 2번 더 올리면 한국의 4% 가능성도 열어 두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PPI 둔화와 매파의 뒷걸음질...시장은 발빠른 정책기대 반영 후 고심


자료: 미국 노동부
자료: 미국 노동부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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