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불라드의 시장 김빼기 "제약적 기준금리는 5~7%"

2022-11-18 08:05:20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8일 미국채 금리 속등 영향으로 약세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준과 한은 등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조절론이 크게 힘을 얻어 금리 하방 압력이 강해졌지만 연준에선 다시 매파적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주 한은의 25bp 인상, 12월 연준의 50bp 인상이 기정사실처럼 됐지만, 연준에서 5% 이상의 기준금리 필요성을 공언하면서 금리인상 지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美금리, '매파' 불라드에 긴장하며 속등

미국채 금리는 17일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으로 속등했다. 수익률 곡선은 40년래 최대 수준으로 평탄화됐다.

불라드 총재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선 기준금리가 적어도 5~5.25%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며 시장을 압박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 상승이 멈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86bp 오른 3.7694%, 국채30년물 수익률은 3.52bp 오른 3.879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0.13bp 상승한 4.4541%, 국채5년물은 8.51bp 오른 3.9405%를 나타냈다.

연준의 매파적 발언에 주가지수도 하락했다. 양호한 실업지표는 연준 피벗 기대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51포인트(0.02%) 낮아진 33,546.32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2.23포인트(0.31%) 내린 3,946.56, 나스닥은 38.70포인트(0.35%) 하락한 11,144.96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8개가 약해졌다. 유틸리티주가 1.8%, 재량소비재주는 1.3%, 소재주는 1% 내렸다. 반면 정보기술주는 0.2%, 에너지주는 0.1%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순익이 예상치를 밑돈 엔비디아가 1.5% 하락했다. 반면 메이시스는 15% 급등했다. 기대 이상 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 전망치 상향이 호재로 작용했다.

달러가격은 3일만에 반등했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과 피벗 기대가 약화된 영향이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40% 높아진 106.7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9% 낮아진 1.0366달러, 파운드/달러는 0.45% 내린 1.1861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4% 오른 140.16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62% 상승한 7.1516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 대비 0.82%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급락하면서 9월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3.95달러(4.62%) 하락한 배럴당 81.64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3.08달러(3.32%) 낮아진 배럴당 89.78달러에 거래됐다. 1개월여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 밑으로 갔다.

중국 보건 당국은 본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2만 208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신규 감염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23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제임스 불라드, 5% 이상의 기준금리 필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더 올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불라드는 17일 한 행사에 참석한 이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기준금리가 적어도 5~5.25%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며 "향후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라드는 "예전 나는 기준금리를 4.75~5.0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며 "현재 이러한 분석에 근거하면 이제 기준금리는 최소한 5.00~5.2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트를 통해 40여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의 기준금리는 5~7% 사이까지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불라드는 기준금리 5%대 초반에 대해 '최소'라는 입장을 제시했으며, 테일러 준칙 등을 활용해 어쩌면 금리를 7%까지 올려야 충분히 경기를 제약할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5.25%를 상회하는 기준금리 수준은 너무 높다는 것에 대해서 쉽게 논쟁을 할 수 있었다"며 "다만 현재 상황이라면 나는 5.25%가 최소 수준이라는 것을 기꺼이 밝힐 수가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연준 FOMC는 할 일이 더욱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불라드는 "현재까지 인플레이션 변화 추이를 보면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시장에 제한된 효과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에 반영되는 가격을 보면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라드 총재는 지난해부터 금리인상 사이클과 관련해 가장 매파적인 모습을 보인 인사 중 한 명이다. 최근 이런 태도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그의 금리 인상 관점이 재차 강화되자 시장이 크게 긴장한 것이다.

■ 불라드 발언 관련 시장의 논쟁도

이번 금리인상기에 앞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준 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금리 인상 목소리를 냈던 인사다.

불라드는 2021년부터 금융시장이나 연준 내부의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불라드는 한 때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통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금리 정상화를 외쳐온 인물이다.

이후 연준 수장 파월은 대체로 그가 제시하는 경로를 따라왔다. 시장에선 그간 불라드의 스탠스가 연준 방향과 관련해 영향을 많이 줬기 때문에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그의 매파적 태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 시장이 물가지표 등을 근거로 성급하게 피벗 기대감을 강화했다면서 최근 연준 인사들, 특히 불라드의 발언을 감안할 때 주의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보였다.

불라드가 조속한 연준의 방향 전환이 없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쪽에선 물가 등 이미 주변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불라드의 발언에 큰 신경을 쓸 필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불라드 총재는 내년 금리결정과 관련해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불라드의 시장 김 빼기

최근 국채시장은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음주 금통위와 관련해 연속 빅스텝 전망은 확연히 떨어졌으며, 기준금리 25bp 인상 예상이 대세가 됐다.

이런 가운데 대외 쪽에선 미국 CPI·P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국내외 중앙은행들의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강화됬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온 점, 외국인이나 개인의 선물 매수에 가격이 크게 이끌린 점 등을 감안해 지금 레벨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국고3년 금리는 지난 15일 3.75% 수준으로 하락한 뒤 현재는 3.80% 정도의 레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최종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3.50% 수준으로 모아진 가운데 너무 버퍼를 두지 않고 있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물가 상승률 둔화가 나타났지만 고물가 상황이 단기에 바뀌기 어려운 데다 연준에선 매파적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를 추가로 더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하지만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5% 위쪽으로 예상보다 더 강하게 올린다면 국내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는 상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라드는 다시금 시장의 김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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